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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노동으로 인해 몸이 구부정해진 아버지는 아무 희망 없는 눈으로 식구들을 근근히 먹여 살리는 척박한 땅을 지긋이 바라보곤 했다. 어머니는 삶을 인내했다. 마치 생에 전체가 반드시 참아내야 하는 긴 한순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이 문장..
----> 왜 우리나 아버지, 어머니가 떠오를까?
"모르겠나, 스토너 군?" 슬론이 물었다."아직도 자신을 모르겠어?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그는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가능성을 바라보듯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장래를 수많은 사건과 변화와 가능성의 흐름이라기보다 탐험가인 자신의 발길을 기다리는 땅으로 보았다.
장래에 자신이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으나, 장래 그 자체가 변화의 대상이라기보다 변화의 도구라고 보았다.
"자네가 세상과 싸울 거라는 얘기가 아냐. 세상이 자네를 잘근잘근 씹어서 뱉어내도 자네는 아무것도 못할 걸세."
"대학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걸세.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인류가 겪은 전쟁과 패배와 승리 중에는 군대와 상관없는 것도 있어. 그런 것들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대 이 점을 명심하게."
스토너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정말로 서투른 인간임을 절감했다.
너무 고민한 나머지 이제는 그 고민이 습관이 되어 구부정한 어깨만큼이나 그의 일부가 되었을 정도였다.
자신이 책에 적은 내용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인간으로서 그가 지닌 어리석음이나 약점이나 무능력과는 별로 상관없는 예술의 위엄을 얻은 사람.
그의 의지력이 모든 힘을 잃어버리는 것 같기도 했다. 가끔은 자신이 식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자신을 찔러 활기를 되찾아줄 뭔가를 갈망했다. 고통이라도 좋았다.
이제 나이를 먹은 그는 압도적일 정도로 단순해서 대처할 수단이 전혀 없는 문제가 점점 강렬해지는 순간에 도달했다.
자신의 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심지어 그에게 이런 지식을 알려준 배움까지도 무익하고 공허하며, 궁극적으로는 배움으로도 변하지 않는 무(無)로 졸아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휠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윌리엄 스토너는 젊은 동료들이 잘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 기억 밑에 고생과 굶주림과 인내와 고통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상대가 여성이든 시(詩)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옮긴이의 말)
1969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거의 50년이 흐른 뒤에야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스토너의 삶은 누군가의 지적처럼 '실패'에 더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독한 삶이든, 화려한 삶이든, 스토너처럼 인내하는 수수한 삶이든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똑같다는 것.
그는 죽음을 앞둔 병상에서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되뇐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작가 인터뷰에서..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으며,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우리들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끝까지 애정을 잃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과연 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했나?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하고,
자꾸 독하고 그악스러운 이야기만 익숙해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런 성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 자평 ] 평범한 것의 무직함, 일상적인 것의 위대함, 묵묵한 것의 아름다움, 어리숙함 것에 존경...
평범/일상/묵묵함/어리숙함의 참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가치....
많은 분들이 인생소설로 꼽은 작품이라 사 놓은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스토너』는 작가들의 ‘인생 소설’인 경우가 많다. 아마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말을 통해 알게 되는 직관적인 깨달음 같은 것”에 매혹된 스토너의 삶에 자신들을 투영해서다."
"스토너의 선택은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었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었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그의 삶에서 애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를 실패자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참고 견디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다는 것입니다. "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마라. 태양과 달을 비교할 수 없듯이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빛을 낸다.’ - 석가모니 -
일단 소설 자체의 모티브가 작가 자신이 아닐까 싶어 작가 자체가 궁금했다.
대강의 삶을 보니 크게 스토너 교수와 겹치는 부분은 없어 보이기는 한다.
원서로 한번 더 읽어 보고 싶다.
책 뒤 겉표지에 이런 평가들이 있다.
'.....문장은 아름다우며,....' - 뉴욕 타임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문체의 소설...' - 가디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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