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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보면 나의 빈약한 학력과 경험을 메워 줄 수 있는

어디 가서 아는 체라도 해야 살아가고 드러나니 전투적으로 책 읽기에 대해 집착이었던 것 같다. 

 

먹고 살기 위한 목적이라는 저열하지만 치열하게 읽은 세월....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상식에 대한 자괴감이 든 것은 세 번의 경험이었다. 

 

2000년 중반쯤 난 쌓여 있는 책장에 서서 자괴했다.

마음을 맞추어 몰입할 수 있던 임원께서 해임을 당하시던 날 저녁
저렇게 많은 지식을 잡아 먹었는데 세상에 멋진 사업하나, 상품하나 만들어 낸 것이 없다.

벤처를 하면서 두 번을 말아 먹었고 대기업에 와서도 수많은 신사업을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했다.

제대로 된 전략적 방향이나 탄탄한 기획하나 실행해 본 적이 없다.


2000년 후반...
폐혈증이 와서 중환자실에 있을 때, 똥오줌을 어머니와 아내가 받아 주던 시절
수많은 종교, 명상, 마음 관련 책들은 내가 느끼는 두려움과 걱정, 무료함을 근본적으로 달래 주지 못했다.

매일 내 팔에 찔러 대는 항염제 주사 바늘 3~4방의 찌림함은 '나는 몸이 아니다', '몸은 정신의 종속물'이라는 인도 성장의 가르침이 몸으로 받을때는 얼마나 허망한가를 알려 주었다. 

총 5번의 수술과 2년 정도의 병가는 책보다 더 나를 현실에서 깨어나 정신차리게 해주었다.

2000년 후반~ 2010년 초반.
사춘기 10대 아들 녀석의 말썽에 감정적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휘두른 분노와 폭력

수많은 자기계발, 마음 다스림, 유아 교육 서적은 피례한 감정 기복에서 나를 구제하지 못했다.

 

2015년 이사를 즈음하여 

대충 내 책장과 독서 목록을 보니 1000권이 훌쩍 넘은 책이 있었다.

 

왜? 무슨 목적으로 저것들을 그렇게 읽었던 것일까? 돌아보면 

그 중 내 두뇌에 남는 것은 그 중 0.1%도 안되고
나의 행동을 새롭게 하는 것은 0.0001%도 안될 것이다.


2016년 블로거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가끔씩 읽고 정리하고 비우고 버려야 하겠다고 결심한다. 

 

내가 사고, 빌리고, 버린 책 중에서 추려 놓았던 내용들을 다시 달금질하여 정리해 볼 생각이다.

 

정리 한다는 것....

과거를 돌아가 내 삶의 편린들을 들추어 본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내가 고민했던 것이 무엇이고, 찾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일이다. 

 

책을 다시 정리하면서 책을 통해서 내가 책을 읽었던 시절에 보았던 문제와 

책을 통해서 찾았던 해법을 다시 보게 된다.

 

읽은 책을 다시 읽어 보면 내가 그 당시 무엇을 고민했는지를 알겠고

그 고민을 해결 할 방법을 어디에서 찾으려고 했는지 알겠다.

 

그 해법이 당시에는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왜 방법이 아니었는지...

어떤 것이 효과가 있었을 지 알겠다. 

 

다만 조심스러운 것은

나는 글만을 보았지 그 글을 쓴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지만

2020년을 살아 가고 있는 우리는 톨스토이의 글을 보았지, 톨스토이를 본 것이 아니다?!!

그러나, 톨스토이를 잘 못 건드리느 것은 러시아를 건드리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 세상이다. 

 

겸손함이 인간을 성숙시킨다는 것을 안다. 믿기에 아는 것이다. 

수 많은 책은 나를 겸손하게 했다.

 

겸손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적어도 우리는 잘 못 읽고 있는 것이다...

 

궁금적으로 나는 '책에는 내가 찾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답은 원래 없다...... 

 

삶은 답이 있는 정도의 문제는 문제로 내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