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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허나 삶이란 본래 비는 오는 데 소는 뛰지, 물짐은 넘어가는데 오줌은 마렵지, 오줌은 마려운데 허리띠는 안 풀려지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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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김종삼

...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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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길이 생명이 지나간 발자국 위에 새로 찍는 발자굼임을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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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윤 효 

 

어리석고 아둔한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의 굽은 어깨와 허리가 매화등걸처럼 휘영청 내걸리고 가슴마다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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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은사시나무가

온몸으로 비를 맞고 서 있다.

 

그 옆에 나도

온몸으로 비를 맞고 섰다.

 

그렇게 우리는

은사시나무가 되었다

.

 

정 가 일

 

나무는 쉽게 파트너를 갈아치우지 않는다. 평생 한 자리에서 여름과 겨울, 폭풍과 장마를 견딘다.....

내게 가장 가까이 있는 신은 언제나 '당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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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발로 '얻어먹은 점심 한 끼'가 저토록 호사롭고 민망했을까....

배고팠던 나를 잊는 것이 배고픈 세상과 사람들 모두를 잃어버리는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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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우리의 유전자 속에 각인된 여울이다. 뒷걸음치는 가재가 언제나 일급수에 살듯 앞으로만 나아가는 우리의 영혼을 불러 정화시키는 곳이다.....

온 우주에 달은 하나뿐이래두 고향 달은 언제나 고향에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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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죽음 속에서 꺼낸 것이고, 시는 침묵 속에서 꺼낸 것이며, 나는 어머니한테서 꺼낸 것이나 삶은 식어 죽음이 되고, 시는 흩어져 침묵이 되며, 나는 다시 단풍이 되니 어디까지가 새순이며, 어디까지가 삭정이인가?.....

아이들은 모두 병원(산부인과)으로 와서 병원(영안실)에서 죽니 한 세상이 입원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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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우리 앞을 가로막는 

절벽은 있어야겠다

사정없이 후려치는

바람에게 뺨 맞고

        쓰려져

     기댈 수 있는

막막함 있어야겠다

 

김 영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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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새장에 갇혀 올려다보는 하늘이 이루지 못한 욕망의 크기만큼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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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어머니가 사 준 

꺼먹 고무신 한 켤레

 

그 배를 타고 

건너지 못할 강은 없다

 

까맣게 타버린 어머니 속내 말고는,

 

박 종 국

 

태평양 대서양 횡단 다 마쳤지만 끝내 건너지 못할 강 하나 남은 줄 이제 안다.

'내' 중에 가장 깊고도 너른 어머니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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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박노해 시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하니 실상사 도법 스님이 '사람만이 절만이다'하고 되받는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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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 알고 떠난 삶이 어디 있으며, 정상인 줄 알고 멈출 정신의 우듬지는 또 어디 있겠나? 

웃음은 피어 증발하나, 울음은 고여 생수가 되는 법. 

세상 모든 꽃은 눈물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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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세요. 살다 보면 또 다시 사칭할 날도 오겠지요. 

많이는 말고 병아리 눈곱 만큼만 사칭하고, 주먹같이 반성하며 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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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는 일만 어렵고 힘들 줄 알았어요. 나는 무겁고 남들은 가볍구나 생각했죠.....

무리 지어 날아도 저마도 홀로 머무는 외로움의 집에 있는 줄을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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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시24  - 고향에 가서

 

......

       아직은 

미워할 수 없는 게

       더 많다

       아직은

     바알간 속살로

기다리고 있는 게 더 많다

 

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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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는 전망이 아니다.

높이는 깊이이다. '전망'이 삶과 유리된 것이라면  '깊이'는 삶자체다.

가자, 아침노을 가장 먼저 발견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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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땅을 놓아버리고 휠휠 날아오르고 싶어진다.

든든한 바닥이라 여기던 것들이 무거운 짐이었음을 깨닫는다.....

간절히 기도하는 자가 가장 아픈 자이듯, 초월을 꿈꾸는 자는 가장 많이 부딪힌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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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래서 돼지의 일본말이 붓다(Buddha)인가?

 

 

[ 자평 ] 시보다 시를 해설한 언어 자체가 예쁘다. 감각적으로 아름다운 단어를 모으는 힘이 있으신 시인인 듯...

 

<새해 첫 기적>이라는 시로 처음 접했고, 또 많이 이 시로 알려진 분이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이상하게 많이 읽어 본 작품이 없는 시인인데, 함민복시인과 반칠환시인....

이상하게 끌리고 정이 간다...

 

반칠환 시인(1964년 ~)

 

<어머니 4>  반칠환

 

아유, 나야 뭐 손구락에 흙 안묻히고 쟤들 덕에 호강이 지유.

호강은 손바닥부터 나타날까? 모처럼 잡아본 엄마 손이 보

드라워 깜짝 놀라 살펴보니 주민증에도 흐릿하던 지문이 또렷하다.

시상에 아파또에 살어보니 어찌나 존지 촌에선 다시 못 살

것 같아유. 따신 물 틀믄 따신 물 나오구, 즌깃불 화안하지.

테레비 잘 나오지, 호미질을 하나 낫질을 하나, 물지게 진다

구 어깨가 벗어지나, 애들 올 때마다 이놈 저놈 용돈 주구-,

이제 고생 다 끝났시유.

호강탄 우리 엄마, 앵무새처럼 되뇌는데 자세히 보면 먼산

바래기다. 검은 손 보얘졌으나 검버섯 더욱 선명해진 우리 엄

마, 종일 할 일 없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하는
힘으로 다시 걷는다

함민복 시인(1962년 ~)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금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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