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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국 포스터는 정말 말도 안된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 뽑은 문장이 아니다.
남들이 보면 이거 코메디 영화인지 알겠다. 이 영화에서 '웃음'이 나왔다면, 아마 싸이코패스임이 분명하다.
물론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리는 블랙 코미디라고 억지스럽게 말할 수도 있지만, 그건 우리 인간이 놓인 상황이 감정을 덜어내고 제3자적 관점에서 보면 코미디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감독이 설정한 상황이라고 본다.
그것이 본질이 아니다.
보스니아(옛)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영화감독인 다니스 타노비치(1969년~) 감독의 내전을 통해 본 인간군상에 관한 영화
영화 포스터처럼 코미디 영화라면 칸영화제 각본상,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등을 수상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것은 인간 집단에 대한 영화다.
배경을 찾아 보니
"보스니아와 세르비아가 한창 대치하던 1994년을 배경으로 한다.
'노 맨스 랜드'는 양국의 경계선으로 일종의 비무장 지대이다.
브랑코 주리치(Branko Djuric, 1962년 ~), 레네 비토라야츠(Rene Bitorajac, 1972년 ~)이라는 주연 배우도
그들의 언어처럼 낯설다.
영화는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좀 들쳐 보았고, 역시 같은 감정을 이렇게 멋지게들 펼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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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평 중 마음에 얹어 진 문장들은 아래와 같다.
"그들에게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용기를 주는 것은 자신이 참가한 전쟁이 성전이요 정당방위라는 믿음이다."
"서로를 도와줘도 살아남기 어려운 곳에서 그들의 취하는 행동은 전쟁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지를 보여준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이 무시무시한 비이성적 논리에서 우리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까?"
"<공동경비구역 JSA>에는 분단만 아니라면 인간의 선함을 지킬 수 있다는 낙관적인 믿음이 있다. <노 맨스 랜드>는 반대다. 여기서 상대방을 향한 총구가 불을 뿜는 것은 무작정 체제의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다. 그들에겐 선택할 자유가 있다.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그들은 자꾸 상황을 악화시키는 편을 택한다. 악독한 체제가 감시하고 명령하지 않아도 상대의 가슴에 총구를 들이댄다. 발칸반도에 평화가 오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의심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도저한 절망감이 그들의 못난 행동에 낄낄거리는 순간에도 이어진다. 여기서 인간의 본성은 그리 신뢰할 만한 것이 못 되는 것이다."
잠자는 걸작 10편, 깨워라! [10] - 노 맨스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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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 (영화칼럼니스트)의 감상평 중 공감이 가는 문장은
"왜 굳이 그들은 서로 공격했을까? 이는 이성의 발로가 아니라 (악)감정의 발로이다."
" 내가 죽더라도 저놈을 꼭 죽이고 말 테다’는 증오심은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
----> 2024년 이 집단적인 감정을 우리는 읽을 수 있다.
----> 민주주의 정당체계에서 다른 당의 수장이 싫다는 감정이 서로를 어떻게 악질화, 집단 발작화, 악마화를 만드는지 나는 보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악마화했다고 하면서 상대를 악마화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유아적 상황..
----> 2024년 우리 사회는 (정치적/심리적/사회적 관점에서는) '내전 상태'에 준한다고 봤는데, 어떤 사람은 정말 내전상황이라고 보고 게엄을 선포하는 일이 생겼다. 살면서 이런 영화적 한 장면은 내가 직접 보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 그들은 매순간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움직인다. 악한이나 바보나 미치광이는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마지막 순간 기어이 총을 겨누고 죽는다."
"언론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전쟁의 참상’이다.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총격전이 벌어지자, “원하는 것을 얻”고 “정말 고마워”한다. 지뢰 위의 병사와 참호가 어찌 되었는지 마지막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전장에 중립은 없다! <노 맨스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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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영화평론가)의 평
[비평 릴레이] <노맨스랜드> 허문영 영화평론가
" <노맨스 랜드>는 전쟁영화가 아니라 심리적 동일시 효과를 배제한 시추에이션 드라마이며, 아이러니의 미로에 갇힌 인물들이 벌이는 부조리극이다. "
"영웅도 반영웅도 없다. 아무도 반성하지 않고 고뇌하지 않으며, 상황은 갈수록 나빠진다."
"<노맨스 랜드>는 냉소적이다 못해 삭막하고 잔인한 영화다. "
기억에 남긴 대사와 장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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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생활하면서 참으로 많은 듯는 말 중 하나.
이 말은 핑계를 댈 핑계가 필요하다는 핑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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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도 많이 듣는 말이다. 그냥 하는 말... "국민의 뜻에 따라..."
나도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말에 너무 귀 담과 마음 담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이가 꽤 들어 알았다.
그런 말들을 받아 적고, 회의록을 쓰고, 전파를 하고, 어는 때는 외우고도 했으니....
희망 퇴직 후 서가에 있는 책 중 제목으로 나를 확 당기는 책이 있었다. 바로
줄리아 켈러 (Julia Keller)의 <퀴팅> (Quitting: A Life Strategy: The Myth of Perseverance--And How the New Science of Giving Up Can Set You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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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유사 이래 '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말 중에 하나 일 것이다.
이 말의 잔임함과 우둔함, 생각없음은 한나 아렌트 역사가 가장 철저히 까 발린 것이다.
이런 상황과 언어를 우리는 2024년 12월 3일 이후에도 보고 있다.
왜 할 수 있는 일이 없나? 그냥 두기라도 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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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람직한 자세이며, 가슴 아픈 자세이며, 슬픈 결론...
또한 생각해 볼 필요가 무지 무지 무지 많은 문장..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가 생각나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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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많은 것을 말해주는 마지막 장면...
혼자 남은 저 병사의 관점에서 알퐁스 도테의 <별>이 생각났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도 생각났다.
<별>처럼 아름다운 장면처럼 보이지만, <푸른 점>처럼 철저히 고독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아름다운 별빛 아래에서 밤을 지새운 적이 있다면, 당신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 또 하나의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정적 속에서 깨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노라고.""
- 알퐁스 도테의 <별> 중에서 -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의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전체에 살았던 것이다."
-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에서 -
결국 우리는 이렇게 홀로 남을 것이다. 아름답지만 비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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