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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럼 스토리가 없고, 서술이 없고, 사건이 없고, 대사가 없고, 재미가 없는 영화....그런데 이상하게 마력이 있다.

도대체 '아무도 보지 않아도 좋고, 볼 수 있으면 보라'는 식의 이런 영화를 만든 미친 작자가 누구일까 궁금했다.

 

아..이렇게 반가울 수가...

 

내 태어난 해 같이 태어난 벨라 타르(Béla Tarr, 1971년 ~ )라는 헝가리 감독이다. 낯설다. 누굴까? 

이 영화를 끝으로 은퇴했고 영화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수많은 평론가들로부터 거장 중의 거장 감독이라 평가받고 있다고 하며  그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1994년작 <사탄탱고>는 상영시간이 자그마치 439분에 달하며 쇼트 길이는 10분 씩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역시 나보다 더 일찍 할 일을  끝내고 은퇴해 버린 고수였구나... 역시...

 

야노스 데르지(Janos Derzsi, 1954년 ~ )이 아버지 역을, 에리카 보크(Erika Bok, 1983년 ~)이 딸역으로 나온다.

 

정보를 찾아 보니

' 1889년 1월 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가 마부로부터 채찍질을 당한 말을 붙잡고 울었던 일화를 모티브로 하며, 영화의 주인공은 니체가 아니라 그 일화에 등장한 말과 마부 그리고 마부의 딸의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한다.

 

고수들의 평은 대체로....

'여전히 위대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동진 (★★★★★)
 
'공허한 롱테이크. 더 공허한 흑백화면.
거의 없는 대사. 동일한 음악의 거의 무한한 반복.
동일한 바람소리의 끝없는 반복.
벨라 타르의 영상언어는 세상에 대한 비관의 시선과 신에 대한 부정이 서늘하게 녹아 있다.
예술영화가 원초적으로 가지는 대중성의 결여와 지겹디 지겨운 쇼트의 길이는 어쩔 수 없는 문제.
약 세시간의 지루한 악몽을 꾼 듯한 이 영화속 “6일”에서 난 “안티 크라이스트”를 느꼈다면 무리일까.'
조정희 (★★★★☆)
 
 
'브레송과 드레이어도 흔들릴 허무의 폭풍.'
박평식 (★★★☆)

 

 

"벨라 타르는 카뮈의 ‘시시포스’처럼 주어진 고통 속을 묵묵히 행진하며 삶을 견뎌내는 마부를 위버멘쉬의 모델로 제시한다."

 

"분노와 잔혹함으로 말을 다루었던 마부는 오늘도 세월의 흐름을 견뎌내고 있다. 그는 묵묵히 전진한다. 그에게 삶은 마치 극복하고 버텨내야 하는 그 무엇이다. 그의 일상에는 기쁨도, 쾌락도, 즐거움도 없다. 그의 초인성(超人性)은 딸에게도 파급되었다. 부녀는 웃음은 물론 대화까지도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삶은 무의미하다. 죽음보다 못한 목숨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삶의 지루함 또는 지겨움. 그 넌더리 나는 반복성은 관객에게 롱 테이크로 전달된다. 시간은 롱 테이크처럼 집요하다. 그리고 한 번도 인간을 포기한 적이 없다. 그렇게 일곱 번째 날에는 멸망이 찾아올 것이다. 혼돈과 타락의 세계. 탈출구 없는 인생. 위버멘쉬는 혼돈과 종말 앞에 무기력하다. 신과 운명 앞에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위버멘쉬는 바보였다."

출처 :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출처 :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정동섭의 시네마 크리티크] <토리노의 말(馬)> ― 니체와 세상에 바치는 묵시록 - 르몽드디플로마티크 (ilemonde.com)

 

[정동섭의 시네마 크리티크] <토리노의 말(馬)> ― 니체와 세상에 바치는 묵시록 - 르몽드디플로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영화감독이 된 철학자 20세기 후반 문화·지성계의 정점에 존재했던 수전 손택(Susan Sontag: 1933~2004)이 매년 한 번씩 벨라 타르(Béla Tarr: 1955~ )의 (1994)를 감상하겠다고 했..

www.ilemonde.com

 

 

 

 

기억에 남긴 장면과 대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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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괴기한(?) 단조로운 음악과 창밖을 보는 장면, 주구장창 구운 감자만 먹는 장면...

그런데도 왜 이리 이 장면들이 지구 안, 삶 안에 우리 같아 보일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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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가 왜 말을 때렸는지....니체가 왜 말을 껴앉고 울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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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으로 가고, 생에서 나오는 하나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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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되다....

내 아버지 또래인 대니얼 클라인(Daniel Klein) 작가의 요즘 훑어 보는 책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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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간히 겨우 먹고, 아주 많이 고독하다. 기다린다. 참는다.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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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이 영화에서 나오는 사람의 언어 같은 대사...아니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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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황량한 폭퐁 속에서...

누가 강해질 수 있을까?

언제 강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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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응전...

공수래 공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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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같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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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지 않은 두 잔의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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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에를 벗겨주는 사람...

멍에를 벗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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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으로 보이지 않는 것..

닫힌 문으로 보이는 것...

보이나 보이지 않으나 막막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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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다림이다....

삶은 지루함이다.

기다림도 일이다.

지루함도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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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지겹게....감자 하나만 반복해서 먹는 장면...

신이 우리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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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에겐 .....그저 내일이 있다.

내일은 그저 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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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가장 지루하고, 가장 대사 없고, 가장 슬프고, 가장 강인하며, 가장 조용한 엔딩..

그러나 가장 강력한 엔딩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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