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 밑줄/연결 ]

(승인서)

Interpone tus interdum gaudia curis (네 걱정거리에 기쁨을 섞어라)

(독자에게 드리는 서문)

글은 백발로 쓰는 게 아니라 분별력으로 쓰는 것이며, 분별력은 나이가 들수록 더 나아지곤 한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자도 명예를 가질 수 있습니다만, 부도덕한 인간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가난이 고귀함을 흐리게 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어둡게 할 수는 없습니다. 불편함이 있고 궁핍하더라도 덕은 그 틈바구니로 얼마간 스스로의 빛을 내는 법이니, 고귀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따라서 보호를 받게 되지요.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너무 많으면 소중히 여겨지지 않는 법이고, 아무리 나쁜 것이라도 부족하면 약간은 소중하게 여겨지는 법이니까요.

(1. 신부와 이발가가 돈키호테와 그의 병에 대해 나눈 이야기)

사람의 재주와 재주, 용기와 용기, 미모와 미모, 혈통과 혈통을 비교한다는 게 언제나 증오할 만한 일이며, 누구나 기분 나빠하는 일이라는 걸 자네는 정말 모른단 말인가?

지금은 부지런함보다는 게으름이 승리를 거두고, 노동보다는 오락이, 덕보다는 악습이, 용기보다 오만이, 황금시대와 편력 기사들로 오직 빛을 발하면서 유지되었던 군사의 실천보다 이론이 승리를 차지하고 있지.


(2. 산초 판사가 돈키호테의 조카딸과 가정부를 상대로 한 주목할 만한 싸움과 다른 재미있는 일들에 대하여)

수족이 머리의 불운을 아파해야 한다면 머리도 수족의 불운을 아파해야 하는데 말입니다요.


(3. 돈키호테, 산초 판사 그리고 삼손 카라스코 학사 사이에 있었던 우스꽝스러운 토론에 대하여)

진실이 있는 곳에는 진실에 관한 신이 계신다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튀김 과자인 양 책을 쓰고 그것들을 마구 쏟아 내는 사람들도 있더군.

자기는 설교를 못 하면서 남 설교에는 뭐가 모라라는지 뭐가 넘치는지를 아주 잘 아는 신학자들도 많으니 말이오.

(4. 산초 판사가 학사 삼손 카라스코의 의문을 풀어 주고 질문에 대답한 내용, 그리고 알아 두고 이야기할 만한 다른 일들에 대하여)

비겁함과 무모함 양 끝 사이 중간쯤에 용기가 있다고 말입니다요.

저는 산초로 태어났으니 산초로 죽을 생각입니다요.

(5. 산초 판사와 그의 아내 테레사 판사 사이에 있었던 점잖으면서도 재미있는 대화와 행복하게 기억될 만한 다른 일들에 대하여)

우리가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현존하는 사물들을 지나간 사물들보다 휠씬 잘, 그리고 더 강하게 나타나고 존재하여 우리의 기억에 남는다고 말이야.

(6. 돈키호테와 조카딸과 가정부 사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하여,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들 가운데 하나이다)

기사로 보이기 위해 애쓰는 천한 사람이 있고, 천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죽자 살자 버티는 고상한 기사도 있단단. 앞선 사람들은 야망이나 덕으로 스스로를 치켜 세우고, 뒤쪽 부류의 사람들은 나약함이나 나쁜 짓으로 자신을 낮추지.

가난한 기사가 기사라는 것을 나타내는 방법이란, 덕밖에 다른 길이 없단다. 온화하고 교양있고 정중하며 신중하고 근면해야 하는 게지. 오만하지 않아야 하고, 우쭐하지 말아야 하며, 험담가가 되어서는 안 되고, 특히 동정심이 있어야 한단다.

온 세상이 반대하더라도 나는 그 길로 가야만 한단다. 하늘이 원하고, 운명이 명령하고, 이성이 요구하며, 무엇보다 내 의지가 원하는 것을 싫어하도록 설득해 봐야 헛수고하는 것으로 결국 너희들이 지치고 말 것이야.

덕의 길은 아주 좁으며, 악의 길은 넓을 뿐 아니라 앞이 훤히 트인 것도 알고 있지.

(7. 돈키호테가 자기 종자와 나눈 이야기와 다른 유명한 사건들에 대하여)

비둘기 집에 모이가 부족하지 않으면 비둘기는 집에 있겠지.

훌륭한 희망이 보잘것없는 소유보다 낫고 좋은 불평이 나쁜 지불보다 낫다는 것이오.

(8. 귀부인 둘시네아 델 토보소를 만나러 가는 길에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명성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아주 강렬하다는 것이야.....
그 모든 불길한 징조에도 불구하고 카이사르로 하여금 루비콘 강을 건너게 한 자가 누구였던 것 같나?

이 명성이라는 것은, 결국은 죽어야 할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신이 이루어 낸 위대한 업적에 합당한 상으로나 불멸의 몫으로서 원하는 것이지.

(10. 둘시네아 공주를 마법에 걸기 위해 산초가 꾸민 계략과 우스꽝스럽고도 진실된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유명한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고 하는 분으로, 모욕을 쳐부수고, 목마른 자에게는 먹을 것을, 굶주린 자에게는 마실 것을 주는 분이시네.

(11. <죽음의 궁정>의 수레인지 달구지인지를 만난 용감한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이상한 모험에 대하여)

나리, 슬픔은 짐승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겁니다요. 하지만 사람이 너무 슬퍼하면 짐승이 되지요.

(12. 용감한 <거울의 기사>와 용맹한 돈키호테가 한 이상한 모험에 대하여)

연극이 끝나 의상을 벗어 버리면 모든 배우들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되거든.
연극이 끝나면, 그러니까 우리의 생명이 다하는 때가 되어서 말일세, 죽음이 모든 사람들에게 와서 사람들을 차별화했던 의상들을 벗기면 모두가 무덤 속에 똑같이 있게 되는 게지.

가슴이 차고 넘치면 혀가 말을 하게 되거든.

거기 뉘시오? 어떤 분들이시오? 혹시 만족스럽게 사시는 분들 중 한 분이시오. 아니면 슬퍼하며 사시는 분들 중 한 분이시오?

비록 내 영혼 속에는 슬픔과 불행과 불운이 자기의 자리를 잡고 있으나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의 불행에 대한 동정심이 내 영혼에서 달아나는 일은 없을 것이오.


(13. 두 종자가 나눈 점잖고 새롭고 부드러운 대화와 함께 <숲의 기사>이 모험이 계속된다)

신중함보다는 광기가 친구와 심부름꾼을 더 많이 데리고 다니는 게 틀림없습니다.

(14. <숲의 가시>의 모험이 계속되다)

시간이 우리 목숨을 앗아 가는 수고를 해주는데 그 정해진 때와 기한이 오기 전에 우리가 일부러 나서서 목숨을 끝내거나 여물어 떨어지도록 자극제를 찾아다닐 필요는 없잖아요.

(15. <거울의 기사>와 그의 종자가 누구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에대한 정보를 주다)

어쩔 수 없이 미친 사람과 자기가 좋아서 미친 사람 중에 누가 더 미친 사람인지 말입니다.

그 두 미치광이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이 미쳐 버린 사람은 언제가지나 미치광이일 것이고, 좋아서 미치광이가 된 사람은 자기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그 미치광이를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겠죠.

(16. 돈키호테와 점잖은 라만차의 신사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나리, 내가 여기서 쓴 속인아리는 표현이 단지 서민층의 천한 사람들을 겨냥한다고는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무리 영주이고 왕자라 하더라도 무지한 사람들이려면 모두 속인의 수에 들어갈 수 있으며, 들어가야 한답니다.

기교는 천성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천성을 완성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천성에 기교가, 기교에 천성이 섞여 완벽한 시인이 나오는 것입니다.

만일 시인의 생활이 정결하다면 그의 시도 그럴 것입니다. 펜은 영혼의 혀입니다. 영혼에서 싹튼 생각이 정결하면 작품 또한 그렇게 될 테지요.

(17. 돈키호테 전대미문의 용기가 닿고 도달할 수 있었던 최후의 극점과 행복하게 끝난 사자의 모험이 밝혀지다)

무모함의 영역에 들어가는 용맹은 용기라기보다 정신 나간 짓이기 때문이지요.

(18. <녹색 외투의 기사>의 성 또는 집안에서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일과 다른 엉뚱한 사건들에 대하여)

생각은 순결해야 하고, 말은 정직하며, 행동은 관대하며, 사건에서는 용감하고, 역경에서는 인내를 가지고,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는 자비를 베풀며, 끝으로 비록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진리를 지키고 지지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네. 이 모든 위대한 것과 사소한 것들을 갖추어야 훌륭한 편력 기사가 되는 걸세.

오늘날에는 사람들의 죄로 말미암아 게으름과 태만과 대식과 폭식 그리고 안락만이 승리를 거두고 있지.

시인으로서 자기의 의견보다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면 유명해질 수 있을 거라는 얘길세. 세상 어느 아버지나 어머니치고 자기 자식이 못나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네. 그러니 자기 머리가 낳은 자식이고 보면 그러한 잘못은 더할 것이 아니겠는가.

(19. 사랑에 빠진 목동의 모험과 정말로 재미있는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긴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신중하다면 길을 떠나기 전에 같이 가줄 믿을 만하고 온화한 동반자를 찾겠지. 하물며 죽음의 종착역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을 찾는데 왜 그렇지 않겠는가?

(20. 부자 카마초의 결혼식과 불쌍한 바실리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훌륭한 기초 위에 훌륭한 건물이 설 수 있는데,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초와 토대는 돈이거든요.

<이익>
나는 <사랑>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자로다.
나를 이끄는 자 <사랑>이지만,
하늘이 땅에서 키운
가장 훌륭한 혈통이 나이기에
널리 알려져 있고 대단하니.

(23. 위대한 돈키호테가 깊은 몬테시노스 동굴에서 보았다는 놀랄 만한 사건들과 이 모험을 거짓으로 여기게 만드는 그 엄청남과 불가능성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비교든 비교라는 것은 모두 증오스러운 것임을 이미 아시지 않소.

자네는 아직 세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얼마간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불가능하게 여기는 게야.

(24. 이 대단한 이야기를 진짜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수천 가지 당치 않은 자질구레한 일들이 이야기되다)

모든 불행한 사건들 가운데 가장 나쁜 것은 죽음이지만, 훌륭한 죽음이라면 죽는다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최고의 것이 된다네.

(32. 자기를 비난하는 자에게 돈키호테가 한 대답과 다른 심각하면서도 재미있는 사건들에 대하여)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가운을 입은 사람들의 무기는 여인들의 무기와 마찬가지로 혀이기에.

굴욕을 당할 수 없는 자는 아무도 모욕할 수 없지요. 여자들이나 어린애들이나 성직자들은 모욕을 당해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굴욕당할 수 없습니다....모욕은 모욕을 줄 수 있고 모욕을 주며 모욕을 견딜 수 있는 자로부터 옵니다. 반면 굴욕은 모욕을 주는 일 없이 어디서나 올 수 있는 것입니다.....모욕은 그에 맞서는 것이 있을 때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통치자가 되는 데는 그렇게 대단한 능력도 학문도 필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좋은 뜻으로 모든 것을 제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에 달려 있으니까요. 그들에게 조언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끌어 주는 사람은 늘 있을 겁니다.

(36. <트리팔디 백작 부인>라는 별명을 가진 <슬픔에 잠긴 과부 시녀> 돌로리다 부인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상한 모험과 산초 판사가 아내 테레사 판사에게 보낸 편지에 대하여)

우린 주인님 말씀에 따르면, 훌륭한 예의만큼 돈 안 들고 쉬운 것은 없는 법이라니까.

사람들이 말하기를 통치하는 맛을 일단 보고 나면 그 일이 끝난 뒤에도 그 맛 때문에 손가락 빠는 일이 생길 거라더군. 그러고 보면 그 자리도 그리 값싼 것은 아닌 게야.

욕심은 자루를 찢는 법이며, 욕심 많은 통치자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마련이거든요.

(38. <슬픔에 잠긴 과부 시녀>가 자신의 불운에 대하여 말한 내용이 이야기되다)

당신 말을 듣는 사람들이 혹시 그 불행을 치유할 수 없다 하더라도 함께 아파할 수는 있을 겁니다.

시가 저를 굴복시킨 게 아닙니다. 저의 단순함 탓이지요. 음악이 제 마음을 여리게 만든 게 아닙니다. 저의 경솔함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42. 산초가 섬을 통치하러 가기 전에 돈키호테가 그에게 준 충고와 신중하게 고려될 만한 다른 일들에 대하여)

저는요, 다스린다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요. 비록 그게 가축 떼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요.

자네 자신에게 눈길을 보내 스스로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도록 노력하게. 이것은 세상에 있을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지식일세. 자네를 알게 되면 황소와 같아지고 싶었던 개구리처럼 몸을 부풀리려는 일은 없을 게야.

농부 출신이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게. 자네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자네를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이네.

혈통은 계승되는 것이지만 덕은 획득되는 것이며, 덕은 그 자체만으로도 혈통이 가지지 못하는 가치를 갖기 때문이라네

가난한 자의 흐느낌과 끈질기고 성가신 호소 속에서와 똑같이 부자의 약속과 선물 속에서도 진실을 발견하도록 해야 하네.

너무 가혹한 벌은 내리지 말게. 준엄한 판관이라는 명성은 동정심 많은 판관이라는 명성보다 더 좋은 게 아니라서 그러하네. 혹시 정의의 회초리를 꺾어야 할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뇌물의 무게 때문이 아니라 자비의 무게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하네.

(47. 산초 판사가 통치하면서 어떻게 처신했는지가 계속 이야기되다)

배가 든든해야 용기가 나지, 용기가 난다고 배가 부른 건 아니지 않소.

(48. 돈키호테와 공작 부인의 과부 시녀 도냐 로드리게스에게 일어난 일과 기록으로 남겨 영원히 기억할 만한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세상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나리께서는 모욕을 쳐부수고 불의를 바로 잡으며 가여운 자들을 보호해 주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셨다지요.

(50. 과부 시녀를 때리고 돈키호테를 꼬집고 할퀸 마법사와 집행인의 정체가 밝혀진 일, 아울러 산초 판사의 아내 테레사 판사에게 편지를 가지고 간 시동이 겪은 사건에 대하여)

Operibus credite et non verbis (말이 아니라 일을 믿으라)입니다요.

(51. 통치 일에 있어서 산초 판사의 발전과 다른 좋은 일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기 애매한 경우에는 자비 쪽으로 가서 자비에 호소하라는 교훈이었소.

직무의 권위상 가끔은 겸손한 마음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걸세.

덕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악덕의 의붓아버지가 되게. 늘 엄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늘 다정하지도 않은 이 양극단의 중간을 택하도록 하게.

(53. 산초 판사가 힘들었던 통치의 결말에 대하여)

삶에 있어서 모든 것이 늘 같은 상태로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는 짓이다. 오히려 삶은 모두 원을 그리며 흘러가는 듯하다. 말하자면 중심에다 한 점을 놓고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모양이다.


(58. 어떻게 해서 돈키호테에게 방랑할 여유도 주지 않고 수많은 모험들이 자주 일어났는지에 대하여)

사랑이라는 것이 진행될 때에는 존경도 모르고 이성의 한계도 지키지 않을뿐 아니라, 조건에 있어 죽음과 똑같다는 것을 말일세.....한 영혼을 완전히 장악했을 때 제일 먼저 하는 짓이 바로 두려움과 수치심을 빼앗아 버리는 일이지.

나는 약속한 일을 실행에 옮겨야겠다. 내가 하려는 일은 옳으니 그 일에 반대하려는 자들은 모두 굴복하고 말리라.

(60. 돈키호테가 바르셀로나로 가는 길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다만 저는 저를 도울 뿐이죠. 제가 저의 주인이니까요.

돈키호테의 광기와 분별력, 그리고 종자 산초 판사의 구수하고 그럴싸한 말들은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기쁨을 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62. 마법에 걸린 머리의 모험과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다른 자질구레한 일들에 대하여)

상대를 아프게 하는 농담은 농담이 아니며, 제삼자에게 피해를 주는 취미는 취미로서 존재할 가치가 없으니 말이다.

(64. 지금까지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그 모든 모험들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사건에 대하여)

죽음만 아니면 말이다, 무슨 일에든 해결 방법은 있는 법이다.

말과 행동 사이에는 대단한 거리가 있는 법입니다요.

(65. <하얀 달의 기사>가 누구인지에 대한 소식과 돈 그레고리오의 구출, 그리고 그 밖의 사건들에 대하여)

돈키호테가 제정신으로 줄 수 있는 이득이 그가 미친 짓을 함으로써 주는 즐거움에 미칠 수 없다는 것을 당신은 모르시오?

매정한 말 같지만, 난 돈키호테의 병이 절대로 고쳐지지 말았으면 하오. 그것 낫게 되면 그로 인한 재미를 잃을 뿐만 아니라 그의 종자 산초 판사의 재미까지 잃고 말 것이기 때문이오. 그 사람의 익살은 무엇이 됐든 우울 그 자체를 기쁨으로 되돌리는 능력이 있으니 말이오.


(66. 읽는 사람은 보게 되고 읽는 걸 듣는 사람은 듣게 될 사건에 대하여)

나리, 번영할 때 즐거워할 줄 알듯 불운 중에는 고통을 감내할 줄도 아는 것이 용감한 가슴에 어울리는 일입니다요.

세상 사람들이 운명의 여신이라고 부르는 이 여자는 술주정뱅이에 변덕이 심하고, 무엇보다 눈이 멀어 있어서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보지 못하고 누구를 쓰러뜨리는지, 누구를 높이 들어 올리는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72. 돈키호테와 산초가 자기네 마을에 어떻게 도착했는지에 대하여)

남의 완력에 의해 패배한 채 오시기는 했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승리하여 돌아오셨으니 말이다. 그 분이 내게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자신을 이기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바랄 수 있는 가장 큰 승리란다.

(74. 어떻게 해서 돈키호테가 병들어 누웠는지와 그가 한 유언,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하여)

나는 내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느낀단다. 그러니 미치광이라는 평판을 남길 정도로 내 삶이 나쁜 것은 아니었음을 알릴 수 있는 그런 죽음을 맞이하고 싶구나.

이 세상에 살면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고의 미친 짓은 생각 없이 그냥 죽어 버리는 겁니다요. 아무도, 어떤 손도 그를 죽이지 않는데 우울 때문에 죽다니요.

기사들이 다른 기사들을 쓰러뜨리는 일은 흔한 일이고, 오늘 진 자가 내일은 이긴 자가 되기도 하는 것을 말입니다요.

지난 해의 둥지에는 이미 올해의 새가 없는 법이오.

그가 온 세상을 하찮게 여겼으니,
세상은 그가 무서워
떨었노라. 그런 시절 그의 운명은
그가 미쳐 살다가
정신 들어 죽었음을 보증하노라.

그는 행동할 줄 알았고 나는 그것을 적을 줄 알았다.


(역자 해설: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

세르반테스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은 가난과 비참함과 부끄러움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돈키호테>로 어떤 때에 있든
어떤 기분으로 읽든
우울하고 슬픈 가슴에 재미를 주고자 했다.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 삶의 경험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자 해설: 작품 해설)

스페인만의 풍미, 스페인의 영혼이자 정신들은 대부분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며 감성적인 면을 기본으로 한다.

세르반테스는 이미 인간 이성의 한계를 풍자하고 데카르트에 의해 정립될 이성 중심 주의라는 반쪽짜리 인간의 삶에 대응하는 다른 반쪽을 예단하여 <돈키호테>로서 현대 질서를 뀌뚫고, 개방적이고 유연하고 확장된 지적 지평을 열며 문학에 영원한 생명을 부여했다. 이성만으로는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을 바로 세울 수 없기에, 광기를 통하여 이를 구원하자고 했던 것이다.

Facio, ergo sum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도스또예프스끼

[ 자평 ] 안영옥교수의 말에 의하면 '많은 독자들은 아직도 이 책이 왜 성서 다음으로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지 알지 못하는 듯 하다'라고 썼다. 왜?

죽기 전에 읽어야할 10권 정도의 소설을 추렸고 그 중 너무 두꺼워 출퇴근 시 읽을 수 없는 책은 일어나자 마자 읽기를시작한 것이 지난 해 말이였다.

1편과 마찬가지고 책이 900P 정도 되는 관계로 회사를 가기 전에 20분 정도 잠깐 짬을 내어 읽었다.
하루 chapter 정도를 목표로 했지만 밥벌이가 그리 만만치 않으므로 다 읽는데 약 4개월 정도 걸린 듯 하다.
1편보다는 20여개의 장이 더 있어 읽는 데 약 한 달 정도 더 걸렸다.

이리하여 올 해 완독을 목표로 한 책 중 베개 책인 모비딕/돈키호테1/돈키호테2를 모두 읽었다.
(안나카레니나만 남았음)

뿌뜻하다.
책과 관련된 법벌이를 하지 않는 돈벌이 직장인 중 몇 명이 죽기전에 모비딕과 돈키호테를 읽겠는가라는 결심과 의욕과 욕망으로 읽었다..

역자 안영옥교수는 돈키호테가 주는 교훈을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장에서 각주를 달면서 아래와 같이 썼다.
"이성의 논리 속에서 이해관계를 따지며 사는 것이 옳은 삶인지, 아니면 진정 우리가 꿈꾸는 것을, 그것이 불가능한 꿈이라할지라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옳은 삶인지를 말이다."

모비딕과 같이 이 책도 번역자의 각주가 없었으면 읽어 내기 어려운 책이다.
번역자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밖에 없어 번역자에 대하여 찾아보기는 간만인데 이런 인터뷰를 하셨다.
(마음의 정원 (daum.net))
번역하는데 5년이 걸리셨다고 한다.

세르반테스는 1605년 58세의 나이에 돈키호테 1편을, 1615년 68세의 나이에 돈키호테 2편을 썼다.
심지어 돈키호테2편은 죽기 1년 전에 출판되었다.

1600년 대 스페인은 아직 마녀사냥으로 화형과 교수형이 있었고, 종교 재판이 있던 시절이다.
이런 시절에 60대의 노인이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세르반테스는 난중일기를 쓴 이순신 장군의  두 살 동생일 뿐이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9.29. ~ 1616.4.23)
(이 순신 1545 ~ 1598)

그런 시절에 이런 소설을 썼다고 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
특히 400년도 더 된 소설에서 재미와 감동, 그리고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과 나아가 할 시사점을 읽을 수 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시대적 배경을 낡았지만 이야기의 본질과 관점의 방향은 살아 있고 신선하다.

본질과 관점도 낡았다면 역사물이요 신선하다면 고전이리라..

책 중간 중간에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e, 1832~ 1883년)가 그린 삽화가 더욱 더 돈키호테와 산초를 잘 보여준다 .

특히 돈키호테와 산초의 고독한 면모가 나 온 사진이 이상하게 마음에 더 끌린다...

돈키호테와 산초..

최근 김충식교수의 번역과 살바도르 달리의 삽화가 들어 간 새로운 돈키호테 번역본이 나왔다 한다.
책방에서 번역의 질을 보고자 했으나 비닐 포장으로 보지를 못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달리의 돈키호테는 이런 느낌인 듯..

------------------------------------------------------

(다른 시선으로 더 배우기)

 

(독서의 즐거움 by 수잔 와이즈 바우어)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669명의 인물...

 

소설 마지막에 가난한 시골 신사 알론소 키하노는 죽어서 묻힌 반면, 독서로 인해 창조된 기사 돈키호테는 글쓰기를 통해서 계속 살아남아 영원한 삶을 산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