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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조지 오웰은 흔히 만나보기 힘든 지식이이었다. 이론이나 보편적인 생각에 이끌리지 않고 견해를 세우기 전에 주어진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자 하는 그의 신체적 욕구가 그를 남다란 사상가로 만들었다. 그의 정치적 앙가주망은 책상머리나 독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거의 모두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그래서 그의 글에서는 힘이 터질 듯 나온다고 생각한다. 문장을 잘 쓰는 작가는 많다. 하지만 문장에 힘이 있는 작가는 많지 않다.
몸소 겪은 이런 경험에 거의 폭력적이기까지 한 철저한 경직성이 수반되는데, 그래서 그의 글은 가장 오래된 것들까지도 그 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녔던 이 관찰자가 냉소주의나 차갑고 무심한 분석가가 아니라, 시종일관 현실에 최대한 열중하고자 했던 증인이라는 사실은 더욱 더 주목할 만하다.
어쩌면 그에게는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당나귀 벤야민 같은 데가 있다. 나폴레옹과 스퀼러가 내리는 결정들을 곳간 바닥에서 촌평하는, 양식을 지닌 회의적인 당나귀 말이다.
오웰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과장과 자기 연민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경고한다.
<동물 농장>을 제외하고 그의 소설들은 모두 자신을 능가하는 힘을 마주한, 고립무원의 무력한 개인을 묘사한다.
이튼 칼리지는.....2018년 고내에 오웰 흉상을 세우고, 거기에 그가 쓴 다음 문구를 새겨넣었다. "글을 잘 쓰지 못하면 잘 생각하지 못하게 되고, 잘 생각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대신 생각하게 된다."
"나는 모든 것을 하나의 단순 이론, 즉 피압제자는 언제나 옳고 압제자는 언제나 잘못되었다는 이론으로 축약했다. 틀린 이론이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이 압제자일 때 절로 갖게 되는 느낌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 자신이 제국주의에서 벗어나야 함은 물론, 인간에 대한 인간의 모든 형태의 지배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느꼈다. 스스로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 있고 싶어졌다. 그들 중 하나가 되어 그들 편에서 억압자들에 맞서고 싶어졌다.
"칼을 뽑는 자는 칼에 죽지만, 칼을 뽑지 않는 자들은 역겨운 질병으로 죽는다."
"내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그의 바지 때문이었다. 나는 파시스트들을 사살하러 왔으나 자기 바지를 붙잡고 있는 남자는 파시스트가 아니다. 그는 인간이다. 우리와 같은 개인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방아쇠를 당길 마음이 들지 않았다."
자신이 연대하여 싸운 공화파 진영에 쫓기고 옛 동료들로부터 배반자라는 비난을 들은 오웰은 좌파 전체주의 역시 우파 전체주의 못지않게 무서운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산주의 스타일과 방법도 결국 파시즘과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나는 모든 싸움은 일단 기본적으로 권력싸움이라고 본다. 선약이나 정의의 싸움이 아니라....
오웰은 선전자들이 하는 전쟁예찬이나 안전하게 대피소에만 머무는 사설 기자들도 싫어하지만, 투덜거리는 평화주의자들도 경멸한다."우리는 너무 문명화되어 한 가지 자명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진실은 아주 단순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싸워야 하고, 싸우기 위해서는 자신을 더렵혀야 한다. 전쟁은 악이지만, 대개는 최소한의 악이다. 칼을 뽑는 자는 칼에 죽지만, 칼을 뽑지 않는 자들은 역겨운 질병에 죽는다. 이런 평범한 사실이 글로 쓰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오랜 세월에 걸친 금리 자본주의가 우리를 어떻게 만들었닌지를 말해준다."
지식인과 미디어에 대한 그의 경계심 역시 경험을 통해 견고해진다. ".....오로지 정치 성향에 따라 잔혹 행위들을 믿고 안 믿고 한다는 사실이다. 모두 적이 범한 잔혹 행위는 믿지만 자기 진영이 범한 잔혹 행위는 믿지 않으며, 그 증거들을 살펴볼 생각조차 품지 않는다."
어떤 텍스트나 사상가를 수식할 때 '오웰적'이라는 형용사는 상투적인 선전 구호와 지적 순응주의에 반대되는 자유롭고 용기 있는 사상을 뜻한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주의자로서의 그의 고발은 좌파를 기쁘게 한다. 완고한 반공주의자로서 대중의 상식을 옹호하고 그의 태도와 애국심, 좌파 지식인들에 대한 경계심 등은 우파를 매료시킨다. 최근에는 기계화라든가 전면적인 기술적 감시, 세계의 인간성 말살 등에 대한 과거의 비판들 덕택에, 탈성장과 완전한 생태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영웅이 되었다.
오웰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 중 하나는 '상식적인 예의 common decency'의 중요성이다. 자유는 결코 추상적인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오직 어떤 주어진 사회적 맥락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청산과 끝없는 진보의 신봉자들에 맞서 서민 문화를 옹호하는 태도가 오웰을 보수적 생태주의와 탈성장 운동의 중심 인물로 만들었다.
오웰의 지속적인 영향력은 그가 취한 입장들보다는 언어이 명쾌함과 높은 정직성 덕분입니다. 그는 열린 태도로 사실들에 임했고 주저 없이 견해를 수정하곤 했는데, 이는 오늘날에는 보기 드문 자질이죠. 그는 자신이 취한 이념적 입장이 자신에게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눈으로 본 것을 썼습니다.
[ 자평 ] 조지 오웰에 대한 해설도 모두 좋다. 하지만 조지 오웰 그 자체는 더욱 더 좋다.
'조지 오웰'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그가 생활했던 환경들을 따라가면서 쓴 글이다.
책에 의하면 르포르타주를 바탕으로 집필되었다고 한다.
잘 썼다.
2020년 겨울....<1984>를 다시 읽은 후 나는 완전히 '조지 오웰'빠가 되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이 '아, 이런 글'을 가리키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20대~30대 루쉰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을 50대에 '조지 오웰'을 읽으면서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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