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밑줄 ]
마지막 내전이 끝난 이후 오십육 년 동안 대령은 기다리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게 그런 상태예요." 아내는 중얼거렸다. "우리는 산 채로 썩어 가고 있어요." 그러고서 눈을 감고 더욱 골똘이 죽은 사람을 생각했다.
"이 장례식은 중요한 행사지." 대령이 대답했다. "오랜만에 보는 자연사 아니오."
"우리는 우리 아들의 고아예요." 아내가 말했다.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았다오." 대령은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완전히 어린애와도 같은 시선을 다시 의사에게 돌렸다. "아무도 내게 편지를 쓰지 않는다오."
"순진한 소리는 그만하십시오." 의사가 말했다. "메시아를 기다리기에 우리는 이미 너무 자랐지요."
"게다가 병에 걸리더라도 난 누구의 손에도 맡기지 않을거요. 나 스스로 쓰레기통에 몸을 던질 거요."
"옥수수를 사요." 아내가 말했다. "우리가 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하느님이 아실 거예요."
"인류는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공짜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오."
"인간의 배은망덕에는 끝이 없습니다."
"상관없습니다." 대령이 말했다.
"수백년이 걸릴리도 모르는 문제입니다."
"상관없습니다. 커다란 것을 기다리는 사람은 작은 것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겨울이야." 대령은 절망하지 않고 되뇌었다. 실제로 그걸 믿었고, 편지가 도착하는 순간에 자기가 살아 있으리라 확신했다.
사실상 대령은 편지에 대한 희망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당장 수탉을 팔아 지워요."
대령은 그 순간을 이미 예견했다. 아들이 살해되고 수탉을 데리고 있기로 결심한 날 오후부터 그 말을 기다렸다.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다.
"이제 그럴 필요 없소." 대령은 말했다. "석 달만 있으면 투계 시합이 열릴 테고. 그러면 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거요."
"우리 입에서 빵을 치우고 그것을 수탉에게 주는 건 죄예요."
대령은 수탉에게 공모의 미소를 지었다.
"삶이란 힘든 거야, 동지."
목소리에 설득력 있는 고통을 새겼다.
"나한테는 너무 무거운 책임일세. 며칠 전부터 그 동물이 죽어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네."
"너무 늦기 전에 수탉을 팔아요."
"어떤 것도 결코 늦은 법은 없지요." 대령은 말했다.
우체국장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분명하고 확실하게 도착하는 유일한 것은 죽음뿐입니다. 대령님."
"아이들이 옥수수를 너무 많이 가져오는 바람에 수탉이 우리와 함께 나누어 먹기로 했어요. 이런 게 인생이에요."
"그렇지." 대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인생이란 지금껏 발명된 것들 중에서 최고라오."
"딱한 처지에서 가장 나쁜 것은 별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는 거요."
사무실에서 나와 일요일의 낮잠을 자느라 마비된 마을을 걸었다.
"당뇨는 부자들을 죽이기에 너무 더뎌요."
"환상을 먹을 수는 없어요."
대령은 "먹지는 못하지만 먹을 것은 준다오."라고 대답했다.
아내가 대답했다. "당신은 내가 죽어 가고 있고, 이건 질병이 아니라 죽음이 고통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난 어둠 속에서 죽고 싶지 않아요." 아낸가 말했다.
잠시 후 아내가 말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먹고살도록 배고픔을 참고 견디고 있어요. 사십년 전부터 항상 같은 이야기예요."
"말해 봐요. 우리는 뭘먹죠."
대령은 이 순간에 이르는 데 칠십오 년의 세월이, 그가 살아 온 칠십오 년의 일각일각이 필요했다. 대답하는 순간 자기 자신이 더렵혀지지 않았고 솔직하며 무적이라고 느꼈다.
"똥."
---------------- 송병선교수의 작품 해설 --------------------------
초반본을 100만 부 이상 발생하는 작가였다.
그들이 수년간 '똥'이나 집배없는 것을 먹어 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즉 그들의 삶은 수치와 굴욕으로 점철되었으며, 이것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 비로서 실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싸움닭의 미래에 관심을 보이는데, 그들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 전체에서 희망과 저항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군부에 반대해 투계장으로 몰려드는 일반인들을 상징한다.
대령의 아내는 싸움닭을 "값비싼 환상"으로 여기지만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마을에서 정치적 저항의 상징이 됨과 동시에 한국 전쟁에 참여한 참전 용사들의 훈장과 마찬가지로 대령의 마지막 남은 불굴의 의지와 이상을 나타낸다.
똥은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다.....대령은 기존의 타락한 사회를 '똥'이라고 규정하며 고독 속에서 명예를 지키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 준다.
[ 자평 ]
깔끔한 소설이다. 역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대가로 일컬을 만하다.
'대령-아내-수닭'이라는 세 가닥의 국수 가락에 집중하여 일필휘지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음식을 먹은 기분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기다린 다는 측면에서 사무엘 베케트이 <고도를 기다라며 >
가난한 부부라는 측면에서 현진건의 <빈처>
인간의 존엄이라는 측면에서는 게랄트 휘터 (Gerald Huther)가 쓴 '존엄하게 산다는 것'이 생각났다.
게랄트 휘터는 "자신의 존엄을 인식하게 된 인간은 결코 현혹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책은 '기승전'만 보여 준다. 이 책은 긴장만을 보여 준다.
사건 사건에 종결이 없다. 마무리가 없다. 긴장만을 고조시킨다. 뭐라 할만한 답이 없다.
우리 인생에서 마무리가 뭐 얼마나 있겠는가?!!
대령은 왜 "똥"..이라 했을까?
운문선사가 말한 '마른 똥막대기"의 그 똥인가? 권정생선생의 그 강아지 '똥'인가?
나는 대령의 일갈이, 운문선사의 '마른 똥막대기'와 같다고 봤다.
학인: 부처란 무엇입니까?
운문: 마른 똥막대기다.
똥은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 다시 하늘로 갔다 우리에게 온다.
'읽은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로 선 자본주의' 서평 구조화 (0) | 2020.09.27 |
---|---|
물리학으로 풀어보는 세계의 구조 by 마쓰바라 다카히코 (0) | 2020.09.26 |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하여 안상헌 vs 김용규 (1) | 2020.09.26 |
Mr. Do 전략적 행동가 by 닉 태슬러 (0) | 2020.09.19 |
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 vs 카프카의 서재 (0) | 2020.09.14 |
- Total
- Today
- Yesterday
- 상대성이론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개발자에서 아키텍트로
- 돈
- 혁신
- 불교
-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 Ai
- 플랫폼의 시대
- 부정성 편향
- 파괴적 혁신
- 안나 카레니나
- 전략에 전략을 더하라
- 고도를 기다리며
- 최진석
- 이노베이션
- 사회물리학
- 당신은 AI를 개발하게 된다
-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
- 양자역학
- 직감하는 양자역학
- 경영혁신
- 경계의 종말
- 데브옵스 도입 전략
- 복잡계의 새로운 접근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엔진
- 인공지능
- 스케일의 법칙
- 함께 있으면 피곤한 사람
-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