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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들

소란 by 박연준

비즈붓다 2018. 8. 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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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친 문장 ]

 

ㅇ 사랑이 질병인 것처럼, 내 이십대는 질병과 같았다.

    슬픔도 가장 격력한 슬픔만,

    아픔도 가장 치명적인 아픔만 껴안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아픔은 폭죽처럼

    터져버렸고, 이미 사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폭죽에 대한 기억도,

    귓가를 울리던 굉음도 희미해질 것이다.

   

    내가 한 시절 사랑한 것들도 그로 인해 품었던 슬픔들이

    남은 내 삶의 토대를 이룰 것임을 알고 있다.

    슬픔을 지나온 힘으로 앞으로 올 새로운 슬픔까지

    긍정할 수 있음을, 세상은 슬픔의 힘으로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이제 나는, 겨우, 믿는다.

 

ㅇ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사람을 일컬어 "한밤중에 펼쳐진 책"이라고 했다는데...

 

ㅇ 김수영시인의 산문 중에서

    -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ㅇ 다자이 오사무는 "교양이란, 우선, 수치스러움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 자평 ]

 

도서관에서 장석주씨의 책을 빌렸는데 그 부인책도 빌리게 되었다.

서평도 괜찮았고

집에 들어 읽었던 뒷표지에 있는 글이 멋있어 빌렸다.

 

결국 관심이 가는 산문만을 건너 건너 띄엄띄엄 읽고 반납했다.

작가에게 미안하게도 다 읽어 내지 못했다.

 

(자본주의 시대 시인들이 얼마나 어렵고 살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나는 의무감이라도 시인들의 책은 다 읽어 드리려고 한다...

미안함으로......)

 

잘 쓴 글이다. 이쁜 글이다.

아기자기하고, 올망졸망한 글이다.

 

아름다운 글도 읽다 보면 지친다...

아름다움이 심하여 내 눈을 때리는 탓에

눈이 금방 지친다.

 

다 읽고, 오래 읽고, 다시 읽는 글은

심장을 때리고 몸 전체를 때린다.

 

사람간에도 궁합이 있듯이

글과 사람간에도 궁합이 있나 보다.

 

작가와 내가 열려 있는 정도나 열려 있는 맞닿음이 다를 수 있다.

아니면 열려 있지만 다른 방향으로 열려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작가가 나를 향해 열 의무도 없고

나도 작가에게 일부러 열 필요도 없다.

그가 나를 위해 쓴 글이 아니지만

그가 쓴 글을 섭취할

돈과 시간을 내가 선택했기에...,

내게 맞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글도 버려야 한다.

 

작자의 잘못이 아니고

내가 열려있는 정도와 방향을 모르고

그에 맞지 않는 것을 선택한 나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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