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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서문: 감춰진 동굴)
"문장을 통해서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진실이 있다는 믿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작품이란 "그 책이 없다면 스스로 보지 못했을 것을 볼 수 있도록 작가가 독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기구"라고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세상의 끝)
우리는 왜 뒤를 돌아보지 않는가. 보르헤르트는 뒷사람이 자기를 미워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알려준다.
"모든 뒷사람들은 앞사람을 미워한다."
눈먼 예언자는 눈이 멀기 전에 오이디푸스에게 말한다.
"그대가 그대의 재앙이라오."
(작가라는 환영)
문학에 유사종교적 기능이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 아니다.
인간의 존재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 문학은 종교의 거울이다.
이 꿈꾸는 자가 원한 것은 한 '사람'을 꿈꿔 꿈 빡의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다.
그의 꿈꾸기는 공상의 작업이 아니라 생명을 출산하는 과정이다.
(향수와 추구, 혹은 무지와 미지)
선택할 수 없는 것은 거부할 수도 없다. 그것이 삶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교훈이다.
앎은 이해의 조건이고 장악의 수단이다. 우리의 반응은 이해의 정도와 범위를 넘을 수 없다.
지식은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판단하는 자는 우선 아는 자이다.
알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불가능한 일을 자행하는 이들이 없지는 않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것에 근거해서 판단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예를 들면 맹목전 신념.)
----> 이 글을 읽으면서 요즈음 세태와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은 사람을 교만하게 한다'고 바울은 말한다. (고린도전서 8:1)
정착한다. 멈춘다. 더 알(아야 할)것이 없기 때문에 멈춘다.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는 걸 모른채, 모르니까 멈춘다.
멈춘 사람은 더 가지 않기로 한 사람이다. 지식을 손에 쥔 사람이다. 교만은 멈춤의 다른 말이다. 더 가야 하는 사람, 더 가야 해서 멈추지 못한 사람은 교만할 수 없다.
알지 못하는 영역을 남겨두어야 한다. 셀렘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르는 사람으로 있어야 한다.
무지는 '여태' 모름이고, 미지는 '아직' 모름이다...무지는 아는 것이 마땅한 어떤 것을 알지 못함이고 미지는 알 리 없는 어떤 것을 알지 못함이다.무지에는 알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미지에는 알게 될 것에 대한 기대가 내포되어 있다.
향수가 보았던 바다를 다시 보려는 마음이라면, 추구는 본 적 없는 바다 너머를 새로 보려는 마음이다. 향수가 가졌다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는 그리움이라면, 추구는 가져본 적 없는 것을 얻으려는 그리움이다.
(영원에 속하지 않는 것)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사람을 묘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묘사를 하려면 대상이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고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원한 사람은 없다. 영원한 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잃어버릴 두려움 없이' 사랑할 수 없다. 잃어버릴 두려움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말과 번역)
'말하기'가 금지되거나 제한되고, 혹은 무의미하게 되고, 오로지 '알아듣기'만 강조될 때, 말을 알아듣는 것이 생존의 조건으로 강요될 때 그곳에 인간은 없다. 그곳이 곧 아우슈비츠다.
(환한 어둠)
고도는 내일 온다. 내일은 오지 않는 시간이다. 내일에 이르렀다고 깨닫는 순간, 그 시간은 오늘이 된다.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산다. 사람은 자기에게 허락된 기다림을 산다.
내일을 현재로 만든 사람들, 내일을 현대로 만들어 내일을 없앤 사람들.
내일을 기다리지 않고 현재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메시아기 필요하지 않다.
기다림을 제거한 이들, 그들은 기다리지 않고/못하고 만끽한다.
문지기는,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대답한다.
'당신만을 위한 삶'은 없다. 오직 '당신만을 위한 죽음'이 있을 뿐이다.
(꿈과 해석)
생각은 그 대상과의 일치를 지향한다. 사람은 생각한 것 이상이 될 수 없다.
꿈을 맡기는 순간, 꿈이 아니라 삶이 지배당한다.
내 꿈을 대신 꾼 자가 내 꿈만 아니라 내 인생도 통제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꿈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 꿈이 아니라 삶을 살아야 한다.
(말할 수 없고 말해서도 안 되는)
자기가 원해서 스스로 예언자가 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예언자가 되기로 결정할 수 없다.
신의 말을 받은 사람(만)이 예언자가 된다....
들은/맡은 말이 없는데도 사신 노릇을 하는 이들에 대해 카프카는 신랄하다.
세상에는 파발꾼들이 넘쳐나는데, 그들에게는 귓속말을 해줄 왕이 없다.
그들에게 말을 맡긴 왕이 없다면, 없는데도 말을 전한다면 그들은 무엇을 전하는 것일까?
---> 그러나 우리는 이미 자기가 신의 말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는 예언자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
(전체의 일부로 흡수될 때)
연인들은 사랑이 아니라 의심과 불안 때문에 같이 있으려고 한다.
아니, 의심과 사랑이 사랑의 내용 가운데 일부이다. 사랑하지 않을 때는 없던 의심과 불안이 사랑을 하면 생긴다.
집단은 "개별성을 삼키는 육체의 집합체"이다. (알랭 핑켈크로트, <사랑의 지혜>).
맹신은 믿음의 최상급이 아니라 믿음의 반대말이다.
확신/신념은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한 번도, 어느 곳에서도 그런 적이 없었다.
"당신이 진리를 회피하려 하는 것은 그것이 너무 심오해서가 아니라 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터전>)
확신하는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어디서 어떻게 끝낼까)
광신은 종교적 행동이 아니라 이념, 즉 신념의 행동이다.
종교이 탈을 쓴 광신자들의 집단을 종교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없다. 그런 집단의 우두머리를 선동꾼이라면 모를까, 종교인이라고 할 수 없다.
(비범함에 대한 유혹)
독서는 눈을 얻는 체험이다. 읽은 책들에 의해 각자 다른 눈이 생긴다. 굴속의 시간은 형성의 시간이다. 세상의 모든 에밀 싱글에어는 그때 거기서 빚어진다.
한 개인의 세계 속에 놓인다. 세계는 개인의 삶에 침투하고 간섭하고 반사하고 굴절하고 회절한다.
간섭과 반사와 굴절과 회절의 경향과 정도에 의해 개인의 고유한 삶이 만들어진다.
'나'가 세상보다 상대하기 쉬운 적이라는 생각은 순진하고 어리석다.
그것은 '나'를 맞상대하지 않았을 때만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시인 최승자는,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 다르게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올 여름의 인생 공부>)
(대기만성)
오르한 파묵은.....시인은 '신이 말을 걸어주는 자'이다.
그의 정의에 의하면, 시인은 신이 말을 걸어주는 자이고, 소설가는 신이 자기를 통해 할말이 무엇인지 찾으려는 자이다.
세상은 요란하고 빠르고, 오묘해서 납착하고 느리고 순진한 문자로 붙잡기가 쉽지 않다.
불만족의 원인을 밖에서 찾을 때 원한이 생기고, 족함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을 때 자기만족에 빠진다.
원한이 다시, 더 시도하려는 마음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자기만족 역시 다시, 더 시도하려는 마음을 빼앗는다.
대기만성은 '큰 그릇은 이루어짐이 없다'라고 해석해야 '도는 이름 붙일 수 없다'라는 결구와 부합한다.
[ 자평 ] 늘 그렇지만, 작가는 산문을 써도 이렇게 깊고 넓고 예쁘고 갈끔하게 쓰는 구나라는 감탄....
'편집자K' 유튜버채널에서 그 채널의 구독자가 선정한 2024년 '올해의 책' 중 1위라서 읽었다.
https://youtu.be/WxlXH_4LaiA?si=JzBhIGPcRq5Zj9H6
이승우작가의 책은 아주 오래 전에 <생의 이면>을 읽고 간만에 읽는 것 같다.
역시 작가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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