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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이유 ]
부제는 생각이 맑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한시....
내가 한시의 매력에 빠진 첫 시절은 고등학교(?) 때 배운 황진이와 정지상 때문이다.
특히 황진이.....
대학교때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손종섭님의 '옛 시정을 다듬어'가 최초로 산 한시 책인 것 같다.
이후 선불교에 한참 빠졌을 때 읽었던 석지현스님의 '선시' (현암사판)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선사들의 오도송/임종계를 모아 놓은 시들이었다.
(아마 이원섭선생님 책이 아닐까 싶은데...)
물론 카비르나 마하무드라의 노래, 밀레레빠 십만송 등도 좋지만
문화적인 격차가 있어서 그런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 때도 있다.
이후 직장 다닐 때 읽은 김주수씨의 '한시의 그날에 서서'가 좋았다.
한자세대가 아닌 나는 이렇게 한시를 선별하여 번역해 주신 분들이나 실록 같은 역사서를 우리 말로 옮겨 주신 분들이 참으로 고맙다.
내 경험으로 볼 떄 한시는 누가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른 것 같다.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 외웠던 것은 정지상의 송인은 좀 다른 듯 한데...
인터넷을 보내 아래처럼 번역한 분도 있다.
간간이 비 내리는 긴 강둑에는 草色이 뚜렷합니다.
님을 보내는 南浦에는 슬픈 노래가 가슴을 울립니다.
大同江 강물은 언제쯤에 마를까요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까닭입니다.
이렇게 번역한 분도 있다.
비 갠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이 책의 저자가 유명한 시인이시라 번역 자체가 뭔가 다를 것 (시처럼 번역하지 않았을까?)하는 기대감에 집어 들었다.
[ 배운 점 ]
한시산책1이니까 2도 있을텐데 서점에서 scan만 하여 보고 구매하지 않았다.
이 책에는 없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시는
가도의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라는 시다.
어느 책에서 처음 봤는지 기억은 않나지만
(아마 오주석선생님이 쓴 책 중 하나이거나
고연희님의 '그림, 문학에 취하다' 중 하나일 것 같다.)
그 번역이 너무 너무 맛갈났었는데
인터넷에 떠 있는 번역본은 약간 그 맛이 안나게 다른 것 같다.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은 약초 캐러 가셨다고.
이 산에 계심은 분명한데,
구름이 깊어 계신 곳을 모른다네
이 보다 약간 더 비슷한 맛은 이런 느낌
- 은자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소나무 밑에서 동자를 만났다.
스승은 약 캐러 갔다고
이 산 속에 있으련만
구름이 하도 깊으니 어디 가서 찾는담.
아님 매우 가까운 이런 느낌
소나무 아래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은 약초 캐러 가셨다 하네
다만 이 산 속에 계시지만
구름 깊어 계신 곳 모른다 하네
아님 이런 느낌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었다.
사부님은 약초 캐러 가셨습니다.
다만 이 산속에 계시나,
구름이 깊어 그 곳을 알지 못하겠사옵니다.
[ 주요 내용 ]
ㅇ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사랑하는 님 오시는 밤
굽이굽이 펴리라.
- 황 진 이 -
ㅇ 어느날 이 시를 읽고 황진이 이후의 사랑시는 없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ㅇ 병사의 아내 - 정 몽 주
떠난 지 몇 년이나 되었을까 소식이 없네
전쟁터에서의 생사를 누가 알리오
오늘 아침 처음 겨울옷 부치러 가는 이
당신 보낼 때 뱃속에 있던 아이라오
ㅇ 그리운 님에게 - 이 옥 봉
안부를 묻사옵니다 요즘 어떠신지요
창문에 달빛 어리면 그리음 더욱 짙어집니다.
꿈속에서도 님을 만나려 내 영혼이 서성인 발자국을 본다면
문 앞 돌길이 모두 모레가 되었을 것입니다.
ㅇ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 이 규 보
모란꽃 이슬 머금어 진주 같은데
신부가 꺾어 들고 창가를 지나다
빙그레 웃으며 낭군에게 묻기를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장난기 가득한 낭군이 답하기를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그 말을 듣고 토라져버린 신부
꽃을 밟아 뭉개며 말하기를
꽃이 저보다 더 예쁘다면
오늘 밤은 꽃을 안고 주무세요
ㅇ 님 보내고 - 정 지 상
비 갠 뒤 언덕에 풀빛이 짙어지고
님 보내는 남포에는 슬픈 노래 들리네
대동강 물은 언제 마르리오
해마다 이별의 눈물 푸른 물결에 더하네
ㅇ 봄 밤의 눈물 - 이 규 보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네
붉은 꽃 떨어져 온 땅을 덮었는데
향기로운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
고운 빰에 두 줄기 눈물 흐르네
님의 약속은 부질없는 뜬구름 같고
이내 마음은 일렁이는 강물 같아라
긴긴 밤 뉘와 함께 지내며
시름겨운 눈썹을 펴볼거나
ㅇ 이 시는 앞에서 읽어도 시가 되고 맨 뒤에서 읽어도 같은 내용의 시가 된다.
푸른 눈썹 시름에 겨우 찌푸렸는데
뉘와 함께 긴긴 밤을 지낼까
강물은 내 마음인 양 일렁이고
구름은 님의 약속처럼 부질없어라
두 뺨에 고운 눈물 흐르고
외로운 베개 새벽 이불만 향기롭구나
온 땅 가득히 붉은 꽃 떨어지고
봄 꾀꼬리 소리에 애간장 타누나
ㅇ 님 기다리며 - 능 운
달이 뜨면 오신다던 님은
달이 떠도 안 오십니다.
님 계신 그곳은 산이 높아
달도 늦게 뜨나 봅니다.
ㅇ 시는 그림이지요. 사람들의 일상을 시는 그림으로 그립니다. 시를, 쓰지 않고 그린다는 것은 글이 삶 속에서 나온다는 말이지요.... 만족한 일, 만족한 삶, 만족한 사랑, 만족한 예술은 다 꽃 속의 꿀과 같겠지요
ㅇ 나 홀로 즐길 뿐 - 최 충
뜰에 찬 달빛은 연기 없는 촛불
다가와 앉은 산빛은 기약 없는 손님이네
솔바람이 악보 없는 가락을 타는데
나 혼자 즐길 뿐 전할 수 없네
ㅇ 죽 한 그릇에 비친 구름 - 김 병 연
네 다리 소나무 밥상에 죽 한 그릇
하늘의 구름이 비쳐 그 속에 떠도네
주인이여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오
물에 비치는 청산이 나는 좋으니
ㅇ 가난한 저녁 - 이 달
시골집 젊은 아낙 저녁 지을 것이 없어
빗속에 보리 베어 숲 속으로 돌아오니
생나무는 습기 먹어 불길도 일지 않고
문에 들어서니 어린 딸은 옷 잡고 우는구나
ㅇ 눈 쌓인 들판을 걸어가는 자여 - 서산대사
눈 들판을 걸어가는 자여
걸어가며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의 길이 되리니
ㅇ 시인 김수영은 낡을수록 좋은 것은 사랑이라 했습니다.
ㅇ 소나무와 대나무가 나눈 이야기 - 이 식
소나무가 대나무에게 말하기를
산골짜기 가득 눈보라가 몰어쳐도
강직하게 머리를 들고 서 있는 나는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히지는 않는다오
대나무가 소나무에게 답하기를
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쉬운 법
나는 청춘의 푸르름 영원히 지켜가면서
머리 숙여 눈보라에 몸을 맡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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