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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쌀 이론 : 쌀, 재난, 국가의 상호 작용이 불평등의 기원. 반복되는 재난에 맞서 먹거리를 유지하는 활동이, 불평등 구조가 진화하는 과정의 맨 앞에 놓인다.
'쌀 이론'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위계와 불평등 구조 - 불평등에 대한 인식, 협업과 경쟁의 구조, 교육열 그리고 노동시장의(비정규직과 여성에 대한) 차별 구조 - 파헤치는 것
이 책의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 가능
(1) 동아시아 국가의 형성 과정
ㅇ 시민사회의 하부 구조는 벼농사 생산양식과 조응하여 진화한 마을 단위 공동체 조직과 위계 구조
ㅇ 벼동사 생산양식의 일부로서 형성된 가족 세대 간, 또래 세대 내부의 협업 시스템이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기원
ㅇ 협업을 통한 농업기술의 표준화 및 평준화 시스템이 동아시아의 마을 기업에서 축적되어온 인적 자본(혹은 협업-관계 자본)의 핵
(2) 동아시의 국가의 존재 이유
ㅇ 재난 대비 및 구휼
ㅇ 재난 대비 국가 또한 쌀 경작 문화 및 생태적 환경과 상호작용해온 동아시아인들의 '필요'로부터 출현했음
ㅇ 국가의 작동 양식 배경에, 벼농사 생산체계의 산물인 '공동노동 조직'에서 파생된 협업과 상호 감시 그리고 일사불란한 재난 대처의 문화적 DNA가 작동하고 있다고 봄
(3) 쌀, 재난, 국가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 벼농사 체계의 유산들
ㅇ 생산 및 구휼을 위한 조직 국가와 공통 노동 조직의 제도적 뼈대들(기술 튜닝과 연공제)을 현대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제도에 걸맞게 재구성해야 함
ㅇ 개혁은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절박한 필요의 문제이기도 함
(벼농사 체계의 일곱 가지 유산)
(1) 재난 대비 구휼 국가
ㅇ 재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국가 체계를 갖게 됨
(2) 공동노동조직 -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
ㅇ 공동생산을 위해 긴밀하고 일사분란하게 작동하는 '협업 조직'
(3) 표준화의 힘 - '수직-수평 기술 튜닝' 시스템
ㅇ 가구간 서로 다른 농법과 기술수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적 자본의 차이를, 가족 세대 간 기술 이전과 또래 세대 간 기술 공유를 통해 고도의 표준화된 농업기술 공동체를 창출/유지함
(4) 서열 문화와 연공급 위주의 노동시장
ㅇ 연공문화는 벼농사 체계가 마을 단위 협업 시스템을 유지, 재생산하기 위해 구축한 위계 구조
ㅇ 아랫세대가 윗세대의 명령과 선발의 원칙에 복종하는 문화는, 흔히 '유교문화'라 불리며 동아시아 마을 생산체계의 핵심 축을 이룸
벼농사 지역의 주민들은 소득이 낮을수록, 낮은 직업 지위를 가질수록 행복도가 급속히 저하되어 밀농사 지역의 동일 집단에 비해 휠씬 더 불행하다고 느꼈다....이 차이는 이웃과의 비교와 질시에서부터 온다. 벼농사 지역은 공동노동 조직을 통해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지만 소유는 따로 하는 공동생산-개별 소유 시스템이다.
쌀 지배 지역 주민들은 밀 재배 지역 주민들에 비해 물질적 소비(경제직 지위)와 육체적인 외양(생김새)에서 자신들의 처지를 타인과 심하게 비교하고 있었다. 그들과 비교하는 대상은 일반적 타자가 아닌, 바로 주변 친구들과 일터의 동료들, 심지어는 가족들이었다.
"관계로부터 탈출하라. 행복은 당신의 내면에 있다."라고. 밀농사 지역(서구)의 심리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불행히도, 동아시아 벼농사 정주민의 내면은 서구의 것과는 다른 무엇이다. 그 내면은 관계에 의해서 규정되기 때문이다.
---> 놀라운 시각과 분석이다. WoW...
---> 나도 평소에 우는 애 달라는 식의 심리치유, 믿고 맡기자는 식의 무대책 치유법에 고개가 절절하여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교수님 덕분에 하나의 (합리적일 것 같은) 이유가 생겼다.
경쟁과 비교, 질시의 문화는 행복의 정도뿐만 아니라 이웃 및 동료와의 신뢰 구조 또한 결정짓는 것이다.
동아시아 기업의 연공제는, 두 가지 가정을 농촌 공동체로 부터 이식했다.
(1) 나이가 들수록 숙력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 입사 과정의 screen을 통과한 모든 직원이 동일한 성장곡선을 가지리라는 가정 ---> 농촌에서부터 나이 많은 동네 어른을 우대하며 그들에게서 농사 기술을 전수받았던 농민공들은 연차가 올라갈수록 더 높은 급여를 받는 연공제의 원리를 쉽게 받아들였다.
(2) 개인 간의(최초의 혹은 입사 이후의) 숙련 차이는 세대 내부의 협업과 조율에 의해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가정. 즉, 평준화의 가정이다. ---> 표준 작업의 숙지와 숙련화 과정은 수십, 수백 번의 반복 작업 속에서 이해하고 터득하여 결국에는 몸에 밸 때, 비로서 완성되는 것이다.
---> 교수님의 말씀대로 이 과정은 미래는 커녕 현재에도 완전히 틀리고 있다.
내가 전개한 '쌀 이론'은 동아시아의 문화적 특성이 벼농사 체계에서 형성된 것이고, 그 요체는 '협력과 경쟁의 무한 반복' 및 '표준화'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시아 국가는 (전쟁을 논외로 한다면) 재난 대비와 구휼을 위해 만들어 졌다.
동아시아는 애초에 (개인의 연대체인) '조합 혹은 결사체 association'로서의' 사회적 자본이 출현한 사회도, 그러한 사회적 자본을 통해 국가와의 관계가 형성된 사회도 아니다. 존재하지 않던 민주적 시민성과 개인성이 코로나 팬더믹을 맞아갑자기 작동할 리도 없다.
동아시아는 '협업의 기술'과 '사회적 조율'을 극도로 발달시킨 사회다. 국가가 이 과정에 개입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사회가 스스로 발전시킨 '동아시아적 협업- 관계 자본' 이다.
결국 동아시아인들이 발전시킨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축은 서로 간섭하고 싫은 소리를 해야 서로가 사는, 협업과 조율 시스템이다.
'평판도'에 대한 동아시아인들의 집착은 산업사회의 각종 관료제 조직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동아시아에서 부지런히 '네트워크'를 잘 챙기는 사람 - 마당발이라 불리는 - 이 성공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집단주의적 협력 문화에 바탕을 둔 '협업 시스템'의 원리와 윤리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생산조직에는 '인성'이 중요한 것이다. 이 '인성'이라는 단어 하나에 오랜 시간 관계 자본에 투자한 나의 '정성'이 계량화되어 있다.
동아시아에서 불평등에 대한 '인식'은 다른 문제다. 동아시아인들은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바로 이 '상대적 불평등'에 분노한다.
동아시아에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생산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이에 편승하는 '운과 능력'을 보유한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로 갈리는 바로 이 지점이, 불평등의 탄생 순간인 것이다.
과거는, 신분 하락을 막으려는 기존 양반들과 과거 급제자를 배출하여 신분 상승을 이루려는 양인들 간의 '계급 이동 투쟁'의 전장이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입시(및 상층 정규직 진입 경쟁)는 '신분 상승 투쟁' 혹은 '계급 이동 투쟁'인 것이다.
[ 자평 ] (탁월함+치밀함+신선함) = '꼭 읽어야 함'
'불평등'이라는 주제로 쓰시는 3부작 중 두 번째 책....
첫 번째 책은 '불평등의 현황', 두 번째 책은 '불평등의 원인' 이라 하신다.
당연히 세 번째 책은 '불평등의 대책'이라고 하시는데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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