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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이 책은 '분류의 한계'에 관한 담론이다.
동일성과 차이의 관계는 20세기의 지성계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이다.
우리는 당신에게 두 가지를 납득시키고 싶다.
첫째, 지식에 대한 생각은 삶의 방향과 방식에 깊은 영향을 준다.
둘째, 삶을 바꾸고 싶다면 지식에 대한 생각을 더 잘 의식해야 한다.
확실성을 향한 욕망은 한 지식 영역에서 잘 작동하는 동일성이라는 가르침, 방법, 과학을 확장해 다른 영역에도 작동하도록 인도할 수 있는데, 이런 동일성의 확장은 종종 부적절하며 가끔은 재앙을 낳기도 한다.
'이성의 독재'....
그 위기의 "가장 분명한 표현은 정확한 과학, 변증법, 논증, 인과관계를 향한 숭배다."
증명은 논리적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데 모든 수학자가 동의한다.
그러나 논리의 한계와 본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물리학과 수학의 결합은 물질세계에서 원인과 결과를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고, 인간사에서는 확실성, 심지어 결정론을 향한 열망의 모델이 됐다.
인과율은 기계론, 결정론과 동의어다.
이것을 자연에 대한 인과론적 설명의 근본적인 실패로 간주해야 할까? 아니면 단지 이론적 공식의 일시적 불완전성으로 봐야 할까? 이 질문에 관해 많이 토론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우주의 양자역학적 기초는 아패틱하고 안정된 '동일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시인 오든이 말했듯이 "모든 우연, 모든 사랑, 모든 논리, 당신과 나는 불합리라는 은총 덕분에 존재한다."
공통된 생각 하나가 플라톤부터 펜로즈까지, 이 장에서 우리가 언급했던 모든 사상가에게 뻐어 있다.
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세상과 정신의 모든 위협적인 흐름과 차이의 쉼 없는 생성 속에서도 기초가 되는 영원한 동일성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 동일성을 수에서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다. 이 공통점을 지적하면서 수학, 물리, 신학 등이 제공하는 진리를 하나로 병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우리는 단지 적어도 서양 세계에서는 인간의 노고가 담긴 이 위대한 영역들에 어떤 공통적인 사고 전략과 습관이 있다는 걸 당신에게 이해시키려 할 뿐이다.
관념이야 말로 공리적으로 아패틱한 것을 만들 수 있다.
공리화의 힘은 거대하고, 공리를 부정하면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정말로 엄청나게 큰 것을 잃게 된다.
2+2=4를 절대적인 진리로 여기는 것도 오류지만, 이 진리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같은 크기의 오류다.
인류의 번성에 필수적인 두 가지 진리..
ㅇ 수(여기서 수는 공리에 기초한 전체 수학을 의미한다)는 아패틱을 요구한다.
ㅇ 절대적으로 패틱하거나 아패틱한 것은 없다. 우연에 따라 패틱하거나 아패틱해질 뿐이다.
법, 방정식, 상수, 규칙성, 반복, 정체성과 같은 '동일성'의 발견은 물리학, 화학, 그리고 그 밖의 많은 과학에서 중요한 진보를 이뤄 냈다.
우주에 있는 대부분의 기본 물체들은 패틱한 파동일까? 아패틱한 입자일까? 아니면 우리와의 상호작용에 따라 혼란스럽게 표현되는 동일한 사물의 두 가지 측면일까?
동일성원리(사물 x는 그 자신과 동일하다), 비모순율(사물 x는 x이면서 동시에 x가 아닐 수 없다), 배중률, 충족이유율, 식별불가능자 동일성 원리 등 이 모든 규칙들은 아패틱한 세계에서 조약돌과 비슷한 물체에게는 잘 적용되지만, 양자 수준에서는 가끔 실패할 수도 있다.
듀이는 단호하게 결론 내린다.
"우리는 시와 과학 사이에 다리를 놓아야 한다. 우리는 이 부자연스러운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약 1940년 경, 폴 발레리가 전쟁으로 파괴된 세상에 다시 비슷한 조언을 한다.
나는 너를 위한 가르침을 요약할 것이다. 그 가르침은 두 가지 규칙으로 구성된다.
"모든 다른 것은 같다.
모든 같은 것은 다르다."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은 이런 가정들이 만드는 마법 같은 굴레 안에서 인간과 인간 욕망을 이행적이고, 아패틱하며, 계량화가 가능한 수학적 대상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우리 의식에서 지금은 독특하고 유일하며 특별하지만, 시간을 연속체로 다루게 되면 지금은 다른 순간들과 식별 불가능하게 된다.
베르그손은 말한다.
"우리가 의식을 점점 더 깊이 파고들수록, 정신적 현상들을 나란히 함께 줄 세울 수 있는 사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옳지 않다는 것을 점점 더 잘 깨닫게 된다. 이것이 사실이다."
필연적인 동일성이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지식의 완전히 안정된 기초는 없다.
일자와 다자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결정해 주는 공리도, 사유법칙도, 수학적 유추도 존재하지 않는다.
<두이노의 비가> 제9비가에서 보여 주는 릴케의 단언...
"모든 것은 한 번, 단 한 번이다. 오직 한 번 더 이상은 없다.우리 또한 한 번, 반복은 없다. 그러나 이렇게한 번 있었다는 것, 비록 단 한번이지만이 지구에 있었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어 보인다."
[ 자평 ] '동일성' vs/& '차이'라는 주제로 인류 지식사를 정리한 책.... 재미도 없고 다 이해도 못하지만, 이런 책들은 놀라움을 준다.
혹시 읽게 된다면 책으로 읽기를 바란다.
끊임없이 <주석>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책을 반복적으로 앞뒤로 보면서 읽기에 전자책은 불편하다.
책의 홍보문구 처럼 딱 그런 책이다.
'셀 수 없는' 세계와 '셀 수 있는' 세계의 두 문화와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수를 둘러싼 심오하고 매혹적인 삶의 지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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