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밑줄/연결 ]
백석은 남북이 하나 되어 살던 지난 시대에 북방 언어와 북방 정서로 시를 썼다.
근대 문명의 시각에서 보자면 누추하고 비속하게 보이는 장면들을 펼쳐 내면서 근대의 물결 속에 사라져 가는 토속 세계의 정경을 사실적으로 그려 냈으며, 물질 숭배 의식이 확대되는 시기에 고립을 축복으로 전환하는 '소외의 미학'을 실현하고자 했다.
<여우난골족>이라는 제목의 뜻은여우가 나오는 골짜기에 사는 가족이라는 뜻이다.
그 시대의 농촌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하고 소박한 인물들..
백석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10년대나 1920년대에는 이 놀이가 남아 있었을지 모르나 이 시를 쓰던 1930년대 중반의 시점에서는 일제의 고유문화 말살 정책에 의해 그 토속적 유희의 상당 부분이 유실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시는 개개의 가족 구성원이 모여 이루는 공동체적 합일을 공간 속에 생활의 힘과 기쁨과 보람이 스며 있다는 믿음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먹는 것과 노는 것, 이 두 가지 요소를 기본 축으로 하여 자신의 기억 속에 긴밀하게 자리 잡고 있는 '여우난골족'의 삶의 실체를, 그 안에 있는 근원적 세계를 탐구해 갔다. 그러므로 '여우난골족'은 단독으로 떨어져 있는 개별적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적 삶을 누리고 있는 민족 전체의 제유다. 이 시가 백석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열거와 반복에 의해 조성되는 백석 시의 운율감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작품
모닥불은 무용한 사물이 새로운 유용성을 얻어 사람들의 추위를 녹여 주는 물질로 변화하는 재생의 공간이요 부활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모닥불은 학덕 높은 집안 어른인 재당이나 과거 시험에 처음 붙은 초시나 차별 없이 불을 쪼이는 평등의 공간이다.
무가치하게 버려진 모든 사물들이 아무 차별 없이 불을 지피는 재료와 동력이 되고 그 불 주위에 이질적인 사람들이 평등하게 둘러앉아 함께 몸을 녹인다는 사실은 그 전의 어떤 시에도 보지 못했던 대동 화합, 평등 공존의 사상을 드러낸다.
이 제목은 '음식친구에 대한 글' 이라는 뜻과 '친구에게 바치는 글'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야우소회"란 비 내리는 밤에 떠오른 마음 속의 작은 생각이라는 뜻으로 "물의 내음새 나는 밤"이라고 했으니 계절이 여름인 것을 알 수 있다.
'적막강산에 나는 있노라'라는 마지막 시행은 더 이상의 수식이나 부연을 허락하지 않는 냉정한 선언처럼 들린다.
이 시구가 인상적이어서 그런지 이 구절은 이병주의 소설에 세 차례 인용되기도 했다.
이 시는 1948년 10월 <학풍> 창간호에 게재되었는데 해방 공간에 발표된 백석의 마지막 작품이다.
"남신의주"와 "유동"은 지명이고 "박시봉"은 사람의 이름아다. '방'은 편지를 보낼 때 세대주 이름 아래 붙여, 그 집에 거처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시의 제목은 '남신의주 유동에 있는 박시봉 집에서'라는 뜻이다.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의미를 주는 구체적 상징물이 필요할 때가 있다. 백석의 경우 그것은 "굳고 정한 갈매나무"로 표상되었다....시인은 그 갈매나무를 떠올리며 자신의 신산한 삶을 견뎌 내려 하는 것이다.
이 시는 추상의 차원에서 벗어나 구체적 정황을 열거하면서 절망의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갈매나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화려 했다.
[ 자평 ] 백석과 이숭원교수가 만났으니, 아니 좋을 수가 없지 않을까.
내 기억으로 내가 중고등학교를 보낸 80년 대에는 국어 교과서에서 백석의 시를 본 기억이 없다.
월북시인으로서 금서 조치 되었다가, 1988년 해금조치 되었다고 한다.
이후 내 세대 접한 백석의 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일 것이다.
하지만 내 이후 세대들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인 것 같다. 아마 수능이라는 입시 덕(?/탓?)이리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여성』 3권 3호, 1938. 3.
***
• 출출이: 뱁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입춘」(『조선일보』, 1939. 2. 14)에도 나온다.
• 마가리: 오막살이.
• 고조곤히: 고요하게, 조용하게.
'읽은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노의 포도 by 존 스타인벡 (1) | 2023.11.19 |
---|---|
이제서야 이해되는 불교 by 원영 (0) | 2023.11.11 |
철학이 이토론 도움이 될 줄이이야 by 나오에 기요타카 (0) | 2023.11.05 |
왜 칸트인가 by 김상환 (1) | 2023.10.29 |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by 프레데리크 시프테 (Frederic Schiffter) (0) | 2023.10.28 |
- Total
- Today
- Yesterday
- 양자역학
- 전략에 전략을 더하라
- 안나 카레니나
- 사회물리학
- 돈
- 이노베이션
- 플랫폼의 시대
- 경계의 종말
- 혁신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엔진
- 당신은 AI를 개발하게 된다
- 데브옵스 도입 전략
- 개발자에서 아키텍트로
- Ai
- 상대성이론
- 복잡계의 새로운 접근
- 부정성 편향
- 고도를 기다리며
-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
-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 불교
- 경영혁신
- 인공지능
- 함께 있으면 피곤한 사람
- 최진석
- 스케일의 법칙
- 직감하는 양자역학
- 파괴적 혁신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