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고)키키 키린 선생(1943~ 2018년)이 나온 영화다. 다도를 배우는 역은 '쿠로키 하루'(1990년 ~)와 '타베 미카코(1989년~)가 맡았다. 처음 본 배우들이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쿠로키 하루'라고 하겠다.

원작은 다도와 글쓰기를 하는 '모리시타 노리코'라는 작가의 <맛 읽어 주는 여자-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음식에 관하여>란 에세이다. 영화가 나오자 책 표지와 제목을 바꿔서 다시 내놨다.

영화는 '다도'라는 수단으로, 주제인 '일일시호일'이란 메시지를 충실하게 해석하여 보여준다.

근래 '무문관'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선적인 관점을 해석하는 눈 높이에서 이 영화가 몇 차원 높았다..
관점과 영화적 해석, 배우들의 연기력에서 한 참 앞서 있다.

역시 명감독 답게 가장 일본적이면서 '동양'인은 대체로 공감되는 가장 동양적인 영화를 뽑아 냈다.

기억에 남긴 장면과 대사는
--------------------------------------------------------

내가 이 영화의 제목인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란 말을 처음 읽은 것은 '운문선사'(雲門文偃, 864~949)를 언급한 <벽암록>이란 책이다.

운문선사가 대중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그대들에게 지나간 15일 전의 일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15일 이후의 일에 대해서 한마디씩 해 보라.” 그리고는 대중들의 대답은 들어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다.”

벽암록 (제 6칙 운문, 날마다 좋은 날)에 나오는 글이다. (번역은 운문이 말하기를 "날마다가 참 좋은 날이다"라고도 한다)

또한 <아함경>에 이와 유사한 말씀이 전한다 하니 붓다 당시에도 유사의 말씀이 있었으리라 본다.

"흘러간 과거를 뒤쫒지 말라. 오지도 않은 미래를 갈구하지도 말라.
과거는 이미 흘러간 버린 것, 미래는 오지 않은 것,
그러므로 현재의 있는 그대로 흔들리지 말고 하여야 한다.
다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라."
《아함경

-------------------------------------------------------------

마치 실존주의와 구조주의 논쟁 중 구조주의를 주장하시는 말씀처럼 들린다.
구조가 먼저고 구조를 완성한 후 마음을 담는다.
몸으로 익히는 모든 것들에게 이 말이 맞으리라...

-------------------------------------------------

몸으로 하는 모든 공부의 핵심.....반복을 통한 체득
내가 한 때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체득이있다.
전략, 기획, 리더십 등 스스로 할 줄은 모르면서 요리 저리 요설만을 떠드는 자들에게 질려서.....

지금도 인간이 몸으로 표현되고 몸으로 익히고 몸에 베어야 하는 공부는 결국 체득이라고 생각한다.

-----------------------------------------------------------

저자는 25년 동안 다도를 공부했다고 한다.
25년 정도는 되어야 생각이 없이 손이 저절로 터득을 하는가 보다.

-------------------------------------------------------------

이것은 마치 '선사의 가르침'이나 '화두'를 드는 것과 같다.
'다도' 자체가 수련이 되는 다선(茶禪, 차를 마시며 명상에 잠기어 자기의 본성을 깨닫는 일)이나 다도(茶道)의 경지라 한다.

---------------------------------------------------------

달마도를 말 없이 보고 있는 스승과 제자....
선종을 만든 분, 선의 종주라 하는 깨달음의 원천 달마.

요즈음에는 액운이나 쫓고 복이나 불러 오는 그림으로 팔리는 달마.

달마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서글프겠는가...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액운과 수액를 막아 주며 복을 불어 오기 위하여!!!!'

----------------------------------------------------------

솜씨가 없고 센스가 없어 투박하다. 그래서 설 곳이 없다. 슬프다. 주인공은 서럽게 운다.

하지만 고수들의 해석을 다르다.
투박하고 서툰것과 투박하고 서툰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르다.
경지를 넘어서서 서 있는 것과 경지를 넘지 못해 서 있는 것은 다르다.

이것은 우리의 몸이 얻는 '체득'의 경지가 어디까지 여야 하는가를 보여 준다.
고수는 자연스럽다.

박석교수의 말씀처럼 대교약졸이라...
"대교약졸이란 <도덕경> 45장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큰 솜씨는 마치 서툰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대교약졸은 전통적으로 노장老莊사상의 중요한 심미審美이론의 하나로 중국예술, 그 가운데서도 언어예술인 중국문학에서 인위적 기교미技巧美를 최대한 배제하고 무위자연의 졸박미拙樸美를 중시하는 도구로 쓰였다."

--------------------------------------------------------

저자가 선택한 경계를 넘는 자신만의 방법이다.
홀로 '극복', 즉 견디어 내기.
멋지다. 이 밖에 뭐 있을까?
이것은 영화로 만든 벽암록 6칙에 대한 해설서다.
---------------------------------------------------------------

놀랍다..이 장면.

이 장면과 대사를 나는 '오모리 타츠시'라는 감독일을 하는 인간이 '키키 키린'이라는 배우를 한 인간에게 헌정하고 '키키 키린'이라는 한 배우가 우리 관객들에게 다시 선물하는 장면과 대사라고 본다.

감독이 배우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의 존경을 담은 대사와 장면이고, 배우가 자기의 모든 경험을 녹여서 관객에게 남길 수 있는 최고 장면과 대사였다.

-----------------------------------------------------

기쁨을 계획해도 슬픔이 올 때가 있고, 슬픔을 예상했는데 기쁨이 올 때도 많다.
슬픔이나 기쁨에 익숙해 짐을 넘어서 담담해 질 수 밖에 없다.
---------------------------------------------------------------------

어색했다.
의도는 이해가 같으나 우리 세대에 이런 아쉬움과 고마움, 그리움을 나타내는 장면으로는 아래 '오갱끼데스까' 를 뛰어 넘는 것이 없다. 이후에 모든 이런 장면은 다 이 영화의 패러디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로 1995년 영화 <러브 레터>에서 '나카야마 미호'의 설원에서의 외침....

---------------------------------------------------------------

아 ! 한 소식 들어 오시는구나.
체득으로 마음을 열어 경계를 넘는 단계에서 보이는 미소...
----------------------------------------------------------------

이것은 뭐 영화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인생 교본인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장편을 캡쳐하고 음미하고 있을 당시 아내는 TV에서 하는 '임성한'이라는 유명한 작가가 쓴 '결혼작사 이혼작곡'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간간히 들리는 대사를 보고 나는 저런 쓰레기도 대사도 요즘 TV에 나올 수 있는 것인가 싶었다....(물론 누가 쓴 작품인지 관심도 없고 몰랐기 때문에 인터넷을 찾아 보았다.)

아내의 말로는 요즘 다 저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같은 작품을 만들어도 이런 시나리오를 쓰는 분이 있고 저런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도 있구나....
한 분은 적지만 사람들의 마음과 심장에 깊이 남을 것이고, 어떤 이는 많지만 사람들의 말초 신경에 얇게 남을 자일 것이다.

깊고 조용히 흐르는 물이 있고 얇게 요란하게 쏟아지는 물이 있다.

예술이라는 수준에 높낮이가 없다는 것은 거짓이다.
사람의 수준이야 높낮이야 없겠지만 표현되는 예술의 수준에 왜 높낮이가 없겠는가~~

'오모리 타츠시' 같은 시나라오와 감독은 아마 꽤나 드물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