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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시간은 흐른다는 대답과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대답. 전자를 3차원주의, 후자를 4차원주의라고 한다.
결정론은 보통 인과적 결정론을 말한다. 이는 초기 조건이 주어지면 자연법칙에 의해서든, 일어날 일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는 입장이다.
결정론은 어떤 사실이 참이면 그것은 우연히 참이라는 입장이다.
숙명론은 어떤 것이 참이라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참이라는 입장이다.
4차원주의는 결정론이나 숙명론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이론이다. 결정론이나 숙명론은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입장이지만, 4차원주의는 미래가 이미 벌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결정론자나 숙명론자는 트럼프의 죽음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주장하지만 4차원주의자는 트럼프가 죽는 미래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3차원주의자들은 시간여행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과거와 미래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4차원주의자들은 시간여행이 (적어도) 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미래가 거기에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1)은 '실제로' 가능하다는 말이다.
(2)는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이다....확률이야 어쨌든 '물리적'으로는 이길 수 있다.
(3)은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이다....스핑크스는 실제로도 존재하지 않고 물리적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존재할 수 있다. 스핑크스의 존재에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기 때문이다.
미래의 비존재 문제를 미래의 미결정 문제로 바꾸어보자. 이것을 출발지-미결정 논증이라고 하자.
(1) 시간여행은 미래에서 출발하는 여행이다.
(2)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3) 결정되지 않은 것이 어떤 것의 원인이 될 수 없다.
(4) 따라서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 (결론)
고대 그리스의 파르메니데스(Parmenides, BC 515? ~ BC 445?)는 흔히 존재 자체를 탐구한 최초의 철학자라고 한다. 그는 존재/비존재의 정의를 이용하여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2) 어떤 것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없던 것이 생겨야 한다.
(3) 그런데 없는 것은 없다.
(4) 따라서 변화는 불가능하다. (결론)
페르메니데스의 제자인 멜리소스(Melissos, BC 480? ~ BC 400?)는 좀 더 그럴듯한 논증을 제시했다.
(1) 변화란 동일한 어떤 것의 속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2) 어떤 것의 속성이 달라지면 그것은 더 이상 동일한 것이 아니다.
(3) 따라서 변화는 불가능하다. (결론)
현재주의는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현재만이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다른 말로 지금주의(Nowism)라고 한다.
영원주의는 과거와 미래도 현재와 같이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예컨대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로마의 황제 케사르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공이 존재한다.
가능주의는 과거와 현재는 존재하지만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스포트라이트 이론은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다만 과거/미래가 현재와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철학자, 과학자, 물리학자, 수리논리학자의 언급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착각(illusion)이라는 단어다. 이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민코프스키 해석을 통해서 우리는 세 가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첫째, 시간과 공간은 독립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결합된 4차원 시공간 다양체이다. 시간과 공간은 상호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 차원이 아니며 따라서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둘째, 시공간은 관찰자의 상대속도에 따라서 그 척도가 달라진다.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처럼 관찰자에 관계없이 항상 똑같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셋째, 우주에 꽉 차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던 에테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 아니라면 그 절대성의 기준이라고 생각했던 에테르의 존재를 상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한 민코프스키의 해석은 사실상 4차원주의 해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로렌츠는 민코프스키가 기하학으로 설명한 특수상대성이론을 길이수축과 시간지연으로 깔끔하게 설명하였다.
칸트에게 시간이란 대상이 제공하는 감각자료를 받아들이는 형식일 뿐이다. 따라서 칸트의 시간이론은 절대주의처럼 대상들이 속해 있는 곳도 아니고, 관계주의처럼 대상들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인식주체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칸트의 형식주의는 관념론적인 측면도 있다.
절대시간/절대공간은 물체들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실체라는 입장이지만, 보편시간/보편공간은 물체들 간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관계적 3차원주의에서는 시간이 공간의 영향을 받지만 여전히 시간이 흐른다는 입장을 가진다.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 중력과 힘 등에 대하여, 양자역학은 존재자의 존재방식, 확률 등에 대하여 철학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맥스웰은 3차원주의에 대한 세 가지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첫 번째 근거로 자연의 인과법칙을 제시하였다. 그는 4차원주의를 받아들이면 자연의 인과율이 설 땅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3차원주의 세계에서는 자연이 필연적으로 인과법칙을 지배를 받지만, 4차원주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근거는 인간의 자유의지다. 4차원주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든 과거/현재/미래가 이미 다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근거는 양자역학이다.
[ 자평 ]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런 주제로 이렇게 책을 쓸 수 도 있구나 감탄했다.
특히 3차원주의라는 언어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배웠다.
이 책을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런 분이 있구나라고 많이 놀랬다.
이 책을 통해 김필영님이 '5분 뚝딱 철학'이라는 유튜브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이 책 후에 또 다른 책을 냈다. 아마 유튜뷰 콘텐츠를 다듬어서 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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