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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02. 자기계발하는 시민)
신지식인, 지식기반경제의 국민 주체
지식경제기반...
그것의 결정적인 효과는 경제적 주체들이 자신의 삶의 방식과 정체성을 변화시키도록 하는 데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정부 차원에서 진행될 일 들...
특히 '신지식인'을 둘러싼 정부 주도 캠페인의 등장과 실패, 그리고 '국가인적자원개발'이라는 새로운 통치 프로그램이 대두되는 과정...
신지식인운동이 기반 하고 있던 지식기반경제의 핵심적인 담론적 구성 부분은 자기주도성, 자율과 책임의 주체, 선택과 책무성 등의 새로운 시민적 주체성의 에토스라고 할 수 있다.
국민 동원 캠페인은 새로운 형태의 '국가재건운동', '새마을운동' 혹은 '의식정화운동'과 다르지 않은 관변적인 동원의 한 형태...
신지식인운동은 1998년 10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현장지식인' 발굴 계획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기존의 사고와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발상으로 자신의 업무를 혁신, 개선해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사람'으로...
신지식인이란 개념은 1998년 매일경제신문사가 펴낸 <지식혁명보고서>를 통해 제시된 개념이었다.
지식기반경제가 요구하는 새로운 노동주체의 정체성으로 강조되어왔던 "지식근로자"(knowlege worker)란 개념을 한국식으로 번역한 "신지식인"
이 개념은 매일경제신문사가 1998년 12월 '비전코리아 두뇌강국 보고대회'에서 발표한 두 건의 보고서, <두뇌강국보고서>와 <신지식인보고서>라는 것에서 처음 등장한다....
<신지식인>이라는 책에서..

신지식인이란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새로운 발상을 적용해 일하는 방법을 혁신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며, 그 전 과정을 정보화해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사람"이란 것이다. (행정자치부 신지식인 데이터베이스)
모두 지식기반경제의 '지식근로자'란 개념을 반복하거나 변주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도 역량 담론은 바로 일하는 주체가 자신의 삶을 다루는 윤리적인 장 속에서 작동한다.
자신을 객관화하고 평가하며 개발하기 위한 수많은 행위와 테크놀로지를 통해, 일하는 주체는 스스로를 유능하고 역량 있는 주체로 빚어낸다.
(04. 자기계발의 의지)
자기계발이라는 문화산업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을 위한 7가지 습관>은 1990년 내내 빠짐없이 베스트셀러의 지위를 차지했다.
직장인 예절과 같은 문제들을 다루는 간단한 예법서(직장에서의 에티켓이나 매너 등)이거나 직장인으로서 성공하는 법에 관한 실용적인 자조지침서들에 불과했던 자기계발서들은 이제 삶의 모든 영역을 망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세부적인 문제를 다룬다.
공병호, 구본형 등 이른바 국내파 자기계발 분야의 구루들이 등장했고....
과장하자면 국내에 출간/소개된 서적들 중, 비소설 분야의 대중적인 것들은 거의 모두가 자기계발이란 담론의 울타리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 지경이다.
200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였던 <미운오리새끼의 출근>..
기존의 문학 혹은비문학적 텍스트를 자기계발의 담론적 행태로 각색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삼국지>를 비롯한 문학적인 정전을 자기계발 문학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조건과 함께.....
남미의 사회주의 혁명가였던 체 게바라는 자기관리나 팀워크를 이끄는 리더십을 배우는 데 매우 유용한 인물로 알려져 자기계발 담론에 관련된 텍스트에 단골로 등장하게 됐고....<체 게바라식 경영>...
마하트마 간디, 마더 테레사, 예수로부터 배우는 비즈니스 리더십 등 등
" 경기 불황기를 맞아 직장마다 자기계발 붐이 일고 있다....
자기계발 붐은 학연과 인맥이 좌우하던 시대가 흘러가고 새로운 '자조(自助)의 시대'가 왔다는 징후로 여겨진다.
성공과 재테크...
지그 지글러, 앤서니 라빈스, 스티븐 코비, 브라이언 트레이시....강연료만도 최소 1억 원에서 3억 원을 호가..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하고, 내면에 숨겨진 가치와 열정/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복돋우는 자기계발 산업은 불경기와 고실업 속에서 오히려 급성장하고 있다.
자기계발 붐은 IMF 외환위기와 개인신용위기를 겪은 직장인들이 독립해야 할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평생직장이 평생직업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의 반증...."
- <비즈니스맨을 위한 자기계발 7대 포인트, 비즈넷타임스, 2004년 1월호 -
자기계발 담론은 출판물에 머물지 않은 광범위한 문화적 실천을 아우르는 문화구성체(cultural assemblage)라 할 수 있다.
나는 기업이다.
자기경영: 자기의 문제화
1990년 이후 자기계발 담론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기계발을 대신해 널리 쓰이게 된 것이 바로 '자기경영'이다.
넓게 잡아 성공학이든 처세이든 자기경영이든, 모두 '자조'라고 부를 수 있는 문화적 관행의 일부...



위의 글에서 모든 이들은 자기를 '경영'의 대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자기계발 담론이 전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를 되찾으라'는 것이다.
자기경영을 낡은 시대를 향한 거부, 새로운 사회적 존재의 등장을 향한 행위로 극적으로 재현하는 것이....톰 피터스
그는 자기경영이 자신을 계발하는 기술적인 지식이나 테크닉에 머물지 않고 '자기'를 새롭게 문제화하는 것임을..
자기경영, 1인기업가, 기업가적 자아 등은 언제나 특정한 이상과 목적 특히 변화와 혁신, 자유, 책임 등과의 관계 속에서 개인들의 삶을 그려내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자기 삶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할 것인가, 자아를 어떻게 주체화해야 하는가'와 같은 행위양식을 통해, 언제나 개인의 삶 속에서 사회를 내적으로 통합시켜왔다고 볼 수 있다. 자기계발 담론이 가진 핵심적인 특성 역시 개인이 자기 삶을 어떻게 주체화하는가에 관련된 행동양식을 수립하고 그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 모델과 상관이 있다.
불확실성, 리스크, 자유
자기계발이란 주체는 리스크, 위험을 관리하는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자기계발담론이 내놓는 답변은 바로 기업가적 자아, 즉 자기계발하는 주체가 되라는 것이다.

나는 자기 삶의 경영자이며 동시에 자유의 주체다.
세 가지 측면을 겹쳐놓는다.
먼저 개인의 일상적인 삶을 둘러싼 혼란과 불안을 리스크라는 문제로 대상화한다....사회적 삶을 지배한다는 리스크 관리란 형태로 구성했던 자유주의적 정치적 테크놀로지가 점차 개인화되고 동시에 이것이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되어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 리스크 관리의 문제는 이제 기업가정신, 혁신과 창의성, 개인의 자율과 책임의 문제와 결합하면서 자유라는 문제로 전환된다.....기존 권위주의적/관료적/억압적/획일적 리스크 관리 비난 -->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개인적인 경제적/정치적/사회적 주체가 적극 자유를 실현하는 행위로 바꿔낸다. 이를 가리키는 이름은 신자유주의다.
세번째, 개인이 자기 삶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배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결합한다....자기의 개인적인 삶을 더 이상 공적인 사회적 규제를 통해 보장/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기 자유를 실현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업가적 자아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를 위협과 무질서를 통제하는 일이 아니라 적극적인 위험에의 도전, 자기의 책임부여로 자리바꿈한다.
결국 기업가적 자아란 이제 기업가적 정부, 기업 대학, 기업가형 인재, 기업가정신의 기업, 기업가적 시민 등으로 일련의 연속체 가운데 하나이자 또 각각의 분신인 셈
신자유주의와 자기의 지배

21세기 자본주의....희망이 있는 자본주의...
교육개혁을 통해서는 학생의 주체성을, 구조조정이라는 일련의 '경영혁신'을 통해서는 노동자/관리자의 정체성을, 일상적인 현실에서는 개인 정체성을 변화시켜온 과정에 공히 흘러다니고 있던 주체화의 권력을 가리킨다고 말할 수 있다.
'자기주도적 평생 학습의 주체'에서 고용 가능성을 즐기는 '유연하고 역량 있는' 일하는 주체, 나아가 1인 기업가로서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경영하는 자유와 해방을 꿈꾸는 개인이라는 각각의 '자기계발하는 주체'란 모습으로 변화무쌍하게 나타난다.

'자기계발의 의지'라는 새로운 정치적 합리성이 등장한 현상은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이념이 지배를 행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신자유주의란 것이 분명 시장원리에 따른 사회의 규제, 공적인 가치와 규범의 몰락, 빈곤의 확산과 안전, 건강,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현실에서의 극단적인 양극화를 가리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를 그런 객관적인 현상으로 한정시킬수도 없음을 역시 지적했다.

자기계발에의 의지가 자발적 욕망을 실현하려는 나, 자기혁명을 꿈꾸는 나, 자신을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경영하는 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것...
자기계발하는 주체는 자유를 통해 자기 삶을 조명하고 해석하며 돌보는 주체이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벌어진 한국사회의 변화 역시 이런 자유에의 의지 혹은 자기계발에의 의지와이 만남을 통해 가능했다.
----> 이 책은 2009년에 출판되었다.
신자유주의체계는 국가의 기획이자 자본의 전략이었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주체성을 만들어냈던, 즉 1980년 이후 한국사회를 잠식했던 그리고 이제는 지배적인 자기의 윤리가 되어버린 자유의 꿈, 자기계발의 의지가 만들어낸 산물이기도 했다.
자본주의는 주체에 '대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를 '통해' 지배한다.
자본주의는 자신의 지배대상, 자신의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조건으로 자신이 지배하게 될 주체를 생산해내야 한다. 따라서 자본은 노동을 착취하면서 동시에 생산한다.
우리가 찾아낸 주체성의 모습은 '자기계발하는 주체'가 화려하게 자기 모습을 바꾸는 연속적인 '변신(metamorphoses)'이었다. 자기계발하는 주체가 지닌 불안하고 끈덕진 자유에의 욕망이야말로, 지식기반경제란 것에 숨겨진 윤리학, 즉 지식기반경제가 일하는 주체를 종속시키고 주체화하는 가장 탁월한 테크놀로지였다.
(에필로그)
자유라는 위험
1990년부터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자기계발이라는 문화적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마땅할까.
한국자본주의를 재편하는 과정은 또한 자본주의적 주체성을 개편하는 과정이었음을 보여주려 했다.
'자기계발하는 주체'의 계보학적 분석...
유연하고 역량 있으며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주체가 되기 자기 일과 삶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이들이 되려 애쓰고...
자율적이고 스스로 자기를 책임지는 성숙하고 능동적인 시민이란 새로운 정치적 삶의 형상...
몸값을 올리고 명품 인재가 되기 위해 자기를 브랜드화라는 다양한 인성-상품을 소비하는 개인이기도 하고,
평생학습의 주체가 되어 급변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자기 인적자본의 가치를 꾸준히 제고하는 자율적이고 성숙한 시민이기도 하며,
자신의 '암묵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자신의 '핵심자아'와 기업가치를 일치시키는 지식근로자이기도 하다.
서로 공명하고 교차하는 세 가지 주체성의 형태가.....생성되는 과정....세 가지 계기
ㅇ 국가가 추진한 새로운 '시민 형성' 프로그램
ㅇ 자본에 의해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새로운 '일하는 주체 만들기' 기획
ㅇ 자유로운 삶을 열망하는 개인들이 추구했던 자기주체화의 행위들
각각의 계기 혹은 경로는 자율적인 것이었다.
외환위기를 정점으로 '정리해고'를 비롯해 구조조정이란 이름하에서 일련의 전환이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지식기반경제'라는 헤게모니적 담론.....경영 담론들...
일하는 주체의 정체성을 그려내고 또 그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규정하고 제어하기에 이른다.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경영'하고자 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개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원리로 자리 잡게 됐다. 따라서 자유로운 삶을 향한 의지와 자기계발에의 의지를 평행적으로 추구하는 개인들이 등장하게 됐다.
이미 주어진 삶의 궤적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유와 희망을 꿈꾸는 주체의 욕망은 자기계발, 자기경영이라는 주체를 통해 그/그녀의 삶을 자기책임과 자기실현의 문제로 축소하려는 권력의 욕망과 손을 잡는다.
[ 자평 ] 탁월하다. 2009년의 책이라니....
<신자유주의 한국사회에서 자기계발이라는 주체의 탄생>
뭔가 스토리를 잡고 쓸 것이 있어 의도적으로 찾아서 읽었다.
읽고 고민할 것이 많은 콘텐츠를 내주는 <돌베개>출판사의 책이다.
저자는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학과 교수이시면서 문화평론가이신 분이다.
이 책이 다루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자기경영>에 빠져 있던 내가 충격을 준
비슷한 주장을 한 내용의 책이 국내 2011년에 번역되었다.
이 분은 2009년에 이 책을 쓰셨으니 날카롭게 시대를 보는 눈과 감각은 남달랐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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