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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사회학자 스티브 플러(Steve Fuller)는, 학자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용어로 빈약한 통찰을 값진 것처럼 보이게 포장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퓰리처 수상자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ocholas Kristof)는 학계가 "통찰을 복잡하고 따분한 산문으로 암호화하고 "대중이 소비하지 못하도록 이중 잠금장치를 걸어놓은 후, 이 까다로운 말 잔치를 난해한 학술지 안에 숨겨버렸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 이런 분들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국내 번역본도 한 권밖에 없는 듯

 

(1장. 과거는 정말 어딘가에 존재하는가)

 

이 논거가 성립하는 이유는 단지 빛이 전파할 때 매질이 필요하지 않고, 빛의 속도가 (진공 중에서) 모든 관찰자에게 같기 때문이다.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과거와 미래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과학적 사실과 양립할 수 있다.

 

시간 가역성이 있는 법칙은 결정론적이지만, 반대로 결정론적인 법칙이 시간 가역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재 알려진 자연의 기본 법칙은 시간 가역적이면서 결정론적이다. 

 

시간 가역성의 두 가지 예외 과정은 얘기해보자. 바로 양자역학의 측정, 그리고 블랙홀의 증발이다.

 

우리가 어디에서 정보를 놓쳐서 결과가 확률로 나오는 게 아니다. 그냥 더 이상의 정보가 없을 뿐이다. 파동함수는 입자의 완전한 서술이다. 이는 바로 이 이론이 기본 이론이라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이런 연산들은 양자역학의 측정에 의식을 가진 관찰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측정 장치도 필요없다. 

 

측정에 따라 파동함수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양자역학은 비결정론적인 동시에 시간 비가역적이 된다. 비결정론이 되는 이유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측정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무언가를 측정할 확률만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시간 비가역적이 되는 이유는, 일단 입자를 측정하고 나면 측정 전의 파동함수가 무엇이었는지 추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보는 여전히 존재한다. 어딘가에, 어떤 식으로든, 우주 전체에 퍼져 있지만 영원히 보존된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이는 현재 우리가 아는 모든 지식과 양립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자기가 쓰는 수학이 실재에 관해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 

 

'유한한 상상의 원리' : 지금 더 나은 설명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연법칙은 정보를 온전히 보전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당신과 당신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구성하는 모든 세부적인 정보는 영원불멸이다. 

 

 

(2장. 물리학은 우주의 시작과 끝을 밝혀낼 수 있는가)

 

과학의 목적은 세상을 유용하게 서술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유용함'이란 새로운 실험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거나, 이미 존재하는 관측을 정량적으로 설명한다는 뜻이다.

 

좋은 과학이론은 적은 수의 가정으로부터 수많은 관측결과를 계산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한 단 하나의 예를 꼽자면 단연 양자이론을 들 수 있다.....

창조주 가설은 설명력을 정량화할 수 없다. 이 가설로는 아무것도 계산할 수 없다. 그렇다고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비과학적이다.

 

조화모형을 좋은 과학이론으로 보는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많은 데이터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집된 데이터에 최적화된 수치들을 보면, 우주의 5%만이 우리와 같은 일반 물질로 만들어져 있고, 26%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성기게 분포해 있으며, 나머지 69%는 우주상수에 해당하는 암흑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

 

급팽창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급팽창이라 하는 장(field)의 양자 요동으로 탄생했다....급팽창 장이 실제로 있었다거나 오늘날의 입자가 급팽창 장의 붕괴에서 생겼다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증거는 전혀 없다.

 

양자 진공은 무가 아니다. 양자 진공은 대단히 구체적인 수학적 성질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 또한 급팽창이론의 일반적인 버전에서는 우주의 창조되기 전에 이미 시간과 공간이 존재했으니 무로부터의 창조는 확실히 아니다.

 

생명은 변화를 요구하고, 변화는 자유에너지를 요구하고, 이 자유에너지의 공급은 제한되어 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엔트로피는 감소할 수 없다.

 

과학적 방법은 작동하는가? 그렇다.

그게 왜 작동하는가? 근본적으로 우리는 모른다.

그리고 그게 왜 작동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작동할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다.

 

우주의 종말에 관한 물리학자들의 예측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그럴 바엔 차라리 초파리에게 내일 날씨를 물어보는 편이 더 낫다.

 

우리는 관측을 설명하려고 수학을 사용한다. 

그러나 왜 어떤 수학은 실재를 서술하고 어떤 수학은 그렇게 못 하는지 모른다 . 

 

 

(3장. 물리학적으로 젊음을 되돌릴 수 는 없는가)

 

물리학자들은 이 가용 에너지, 즉 변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자유에너지'라고 부른다.

자유에너지는 엔트로피의 평형추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자유에너지는 감소하고, 변화는 불가능해진다.

 

평균이 되어 (완전히 섞인 반죽처럼) 변화하지 않는 상태를 '평형상태'라고 부른다.

평형상태는 엔트로피가 최대에 도달한 상태다. 여기에는 자유에너지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평형상태는 도달할 확률이 큰 상태고, 도달할 확률이 큰 상태는 엔트포리가 최대가 되는 상태다.

이게 바로 엔트로피의 정의다.

 

어떤 계가 확률이 더 높은 상태로 진화하려면 이전 상태의 확률이 반드시 낮아야 한다.

다시 말해 애초에 평형상태가 아닌 상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엔트로피가 낮은 영역은 다른 곳에서 자유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우리 지구는 현재 자유에너지 대부분을 태양으로부터 공급받고 있고, 일부는 방사성물질의 붕괴로부터, 그리고 중력을 이용해서도 약간 얻는다. 우리는 이 자유에너지를 활용하여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킨다. 

 

엔트로피 증가는 진화법칙의 성질이 아니다. 진화 법칙은 시간 가역적이니까.

단지 진화 법칙은 있을 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있을 법한 상태로 전이하는데, 이렇게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일어날 법한 일이라서 그건 것이다. 법칙이 있을 법한 상태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되는 다른 방향도 있지만, 이런 일은 (거의)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엔트로피는 수학적으로 거시 상태에 수를 부여하여 정의한다.

이 수는 거시 상태를 일으킬 수 있는 미시 상태의 개수다. 수많은 미시 상태로부터 하나의 거시 상태로 가는 것은 일어날 확률이 높은 일이고, 따라서 그런 거시 상태의 엔트로피는 높다. 

 

엔트로피는 계의 실제 상태에 대한 척도가 아니라 실상은 우리 무지의 척도다. 

 

우리가 현재를 다른 순간과 다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억이다. 우리는 과거 사건들을 불완전하게 기억하고, 미래 사건은 아예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은 다소 복잡한 시스템을 요구한다. 

 

객관적으로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주관적으로 우리는 각각의 순간을 특별하게 인식한다.

 

애초에 나의 뇌 바깥에 우주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증명되지 않는다. 

 

 

(4장. 우리는 그저 원자가 든 자루일 뿐인가)

 

합성 시스템(뇌, 사회, 전체로서의 우주)이 구성 요소의 행동으로부터 유도되지 않는 행동을 보여준다고 가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이런 가정을 지지하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가정은 마치 신의 가설만큼 쓸모가 없다. 틀리지는 않지만 무과학적이다.

 

유효 이론(effective theory)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기본 이론에는 등장하지 않는 성질과 사물을 창발적이라고 부른다. 

 

잘 정립된 이론을 따르면, 가장 깊은 수준의 이론이 그 위 수준의 이론을 결정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기본 이론들은, 현재 가장 깊은 수준인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과 중력을 서술하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전부다.

 

환원주의가 거짓임을 증명하고 싶다면, 거시적 용어로 계를 서술한 결과가 미시적 서술로부터 얻게 될 예측(그리고 이후 실험을 통해 거시 서술로부터 얻은 예측이 틀렸음을 시연하는 것)과 '다른' 예측이 됨을 보여야 한다. 아직 이걸 해낸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05년 탄소 연대 측정 연구에서 성인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의 평균 나이가 고작 7세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의 평생 동안 함께 살아가는 세포도 있지만, 피부 세포는 평균 2주마다 한 번씩 교체되고, 어떤 세포들(적혈구 같은 세포)은 약 2개월에 한 번 정도 교체된다.

 

 

(5장. 정말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가)

 

소위 양자역학의 기이함은 대부분 양자역학을 일상의 언어로 억지로 설명하려는 데에서 기인한다. 

 

양자역학에서 결과 측정이 불확실한 것은 초기 고전의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양자 역학에 따르면, 그건 그냥 그런 것이다.

 

저 바깥 어디에 무한히 많은 내가 존재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현재까지 알려진 지식과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 

이것은 과학과 양립할 수 있는 신념 체계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의식이 단순히 다량의 정보를 처리하는 특정 계의 성질일 뿐이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 가설은 진지한 과학적 논거가 아니다. 그렇다고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런 가설을 당신이 믿기 때문에 믿어야 하는 것이지 이를 뒷받침할 논거가 있기 때문에 믿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6장. 물리학은 자유의지를 부정하는가)

 

갈라진 경로들. 자유의지의 문제는 갈림길에서 일어날 일을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틀리지 않은 양립 가능론의 아이디어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우리의 의지가 자유로운 이유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강한 창발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말은 더 높은 수준의 계가 갖는 성질들(거대 규모에 있는 성질들)이 입자물리학이 적용되는 더 낮은 수준으로터 전부 다 유되된다는 뜻이다. 

 

당신은 여전히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끼겠지만', 실제로는 당신의 신경 처리 기관이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물리학은 단지 자유의지에 관한 특정 아이디어들을 부정할 뿐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래는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간헐적 양자 사건 외에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내가 수집한 입력 정보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읽고 듣는 것을 선택할 때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졌다.

 

 

(7장. 우주는 우리를 위해 만들어졌는가)

 

생명 출현을 위해 자연 상수가 미세 조정되어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건전한 주장이 아니다.

제멋대로 세운 가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창조자 또는 다중우주를 배제하지 않지만, 그들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나에게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통합적인 원리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최소작용의 원리를 꼽을 것이다. 

 

 

(8장. 우주는 생각하는가)

 

간단히 말해서, 우주는 생각하지 못한다.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얽힘은 먼 거리까지 확장될 수 있는 비국소적 양자 연결이다.

 

실제로 양자 효과가 쉽사리 잘 깨진다는 점만 잘 알고 있어도 양자 유사과학의 99%를 걸러낼 수 있다.

공기로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양자 얽힘으로 병을 고칠 수도 없고, 얽힘으로 공룡의 멸종을 설명할 수도 없다.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우주가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사실과 양립할 수 있다.

 

나는 입자 안에 우주가 있다는 아이디어는 현재 알려진 자연법칙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내가 볼 때 의식에 관한 가장 합리적인 설명은, 어떤 (뇌 같은) 시스템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과 의식이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인지에서 그 무엇도 비물리적이라는 증거는 지금까지 전혀 없다. 

 

우주가 실제로 진짜 '무'에서 태어난 건 아니에요. 그전에 물리와 수학이 있었으니까요.

 

 

(9장. 인간은 예측 가능한 존재인가 )

 

괴델 문장은 그것이 증명될 수 없다는 바로 그 이유로 참이지만, 그 진실성은 계의 밖에서만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볼 때 인간의 행동이 연산 불가능하다거나, 인간의 결정이 알고리즘적으로 결정 불가능하다거나, 인간의 행동이 오직 유한한 시간 동안에만 예측 가능하리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양자역학에서 계의 상태는 원래 계를 파괴하지 않고서는 완벽하게 복제할 수 없다. 

이 '복제 불가능성 정리' 때문에 인간의 뇌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연선택의 목적은 종합적으로 최고의 답을 내놓는 게 아니다.

그저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좋은 답을 내놓으면 충분하다. 

 

요약하자면, 인간의 행동이 원칙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할 이유는 충분히 많다.

 

지금 AI에 관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AI의 윤리가 아니라 '우리의' 윤리다.

 

우리가 지금까지 찾은 보편적 법칙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복잡성의 겉면을 조금 긁은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내 동료들은 마지막 답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우리가 이제 겨우 질문이 뭔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에필로그: 그래서 이 모든 것의 목적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초기 우주 가설들은 대부분 우리가 관측하는 것을 서술하는데 쓸모도 없으면서 그저 복잡하기만 한 이야기일 뿐이다.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진정한 새로움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나는 사람들이 과학의 이런 측면을 더 많이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갈구하는 이 이해란 무엇인가?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실행 가능한 모형을 우리의 머릿속에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자평  ] 제대로된 경험과 지식으로 쓴 과학책은 철학책일 수도, 인문학 서적이나 사회적 서적일 수도 있고, 종교서적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 고수의 고민과 깊이...

 

자비네 호젠펠더 (Sabine Hossenfelder)

전작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출판되자 마자 사서 읽었다.

책을 쓴 목적과 주제 의식, 저자의 경험과 지식,  그것들을 풀어내는 단어/문장/논리와 스토리 등 등....

모든 것이 너무나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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