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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 내 소름이 살아온 시대는 험난했지만
세상의 피부를 늘 따듯하게,
부드럽고 착하고 곱다고 착각해라."
"여러 개의 꽃을 가진 부자보다
한 개의 꽃을 겨우 가진
네가 행복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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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후회들이 모여 눈이 되었겠지."
"나이 든 후부터 자라난 힘든 물음들이
다 되살아나 내게 돌려오고 있었다.
그 안에 나를 부르는 정든 목소리 하나."
(해설 : 이별 너머
이희중 (시인, 문화평론가)
7. 시인, 연륜
여든 안팎의 연륜을 얻은 빼어난 서정적 지성이 가꾼, 연민과 응시와 희억의 큰 숲을 본다.
세월이 흐르면서 근간의 안정과 성숙을 성취했고 그 도구를 다루는 몸과 마음은 뚜렷한 연륜을 더하여,
그의 시 세계는 광활하고 웅창해졌다.
[ 자평 ] wow....80즈음에 쓰신 시들이 이렇게 살아 있다니...
마종기 (馬鍾基, 1939년 ~) 선생은 내게는 아버지 뻘 되는 연배이시다.
이름 때문인지 처음 읽은 그의 시가 머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지 이 분의 이미지는 내게 강렬하다.
아마 처음 읽은 시는 <바람의 말>이었지 않을까 싶다.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마종기 시집,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문학과지성사,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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