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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1권)
괴짜란 '언제나' 부분적이고 특수한 현상인 것은 '아닐' 뿐더러 오히려 바로 그가 이따금씩은 자신의 내부에 전체의 핵심을 담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 고로 그의 시대의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어떤 거센 돌풍으로 인해 웬지 잠깐 동안 그에게서 떨어져 나가 버린 데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란 심지어 악인들조차 우리가 대략적으로 단정 짓는 것보다 휠씬 더 순진하고 순박한 법이다.
이건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유로지브이와 같은 부류의 청년
(유로지브이: 백치이면서 동시에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지는 '성스러운 바보')
저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알면 저곳에 가는 것도 어떻든 좀 더 수월하지 않겠니.
리얼리스트에게는 기적으로 부터 믿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믿음에서부터 기적이 나오는 것이다.
인류 전체를 더 많이 사랑하면 할수록, 개별적인 사람들, 즉 사람들 개개인은 점점 덜 사랑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몽상적인 사랑과 비교할 때 실천적인 사랑이란 잔혹하고 무서운 것이니까요.
몽상적인 사랑은 어서 빨리 만족할 만한 위업을 달성하여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우러러봐 주길 갈망합니다.
당신의 내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 바로 이것의 당신의 크나큰 비애의 원인인데,
왜냐하면 그것은 집요하게 해결을 요구할 테니까요....
이반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 이반은 억만금에도 욕하지 않을 거야.
이반이 추구하는 것은 돈이나 안녕 따위가 아니야. 이반은 아마 고뇌를 추구하는지도 몰라.
그의 이론 자체가 죄야. 야비한 짓거리라고!
인류는 영혼의 불멸을 믿지 않더라도 선행을 위해 살 수 있는 힘을 스스로 내부에서 찾아낼 거야!
자유,평등,박애를 향한 사랑 속에서 찾아낼 거라고....
자기 말이 '진실이라기보다는 고상하길' 원하지만, 저는 반대로,
제 말이 '고상하기보다는 진실이길' 원하는데, '고상함' 따위엔 침이나 뱉어라!
아름다움이란 비단 섬뜩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신비스러운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이야.
그러니까 악마와 신이 싸우는데 그 전쟁터가 바로 사람들의 마음속인 거지.
정말로 어떤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을 보면서 누구누구는 살 가치가 있고 누구누구는 그럴 가치가 더 없다고 결정할 권리가 있는 걸까?
수도승이란 뭔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저 속세의 모든 사람들이 응당 되어야 할 그런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아빠, 아빠, 정말 부자들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보다 힘이 센 거야?" 라고 묻더군요
"그래, 일류샤, 세상에 부자보다 더 힘이 센 건 없단다."라고 말했지요
내 생각에는 서로 가까워지는 데는 이별을 앞에 둔 시점이 제일 좋은 것 같아.
"삶을 그것의 의미보다도 더 많이 사랑해야 된다?"
"반드시 그래, 형 말대로 논리에 앞서, 반드시 논리에 앞서 삶을 사랑해야 하고, 그때야 비로소 나는 삶의 의미도 이해하게 될 것야."
"18세기에 어느 늙은 죄인이 있었는데, 신이 없다며 그것을 발명해 내야 한다는 말,
그러니까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발명해 내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지,
그래서 인간이 정말 신을 발명해 냈지."
---> 볼테르의 말이라 함
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이 점을 잘 알아 둬,
그가 창조한 세계를, 신의 세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받아들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거야.
멍청하면 멍청할수록 본론에는 더 가까워지는 법이야
멍청하면 멍청할수록 더욱 더 분명해지는 것고, 멍청함은 간결해서 교활하게 굴 줄 모르지만, 똑똑함은 잔머리를 굴려서 감쪽같이 숨어 버릴 궁리만 하거든.
똑똑함은 비열하기 십상이지만, 멍청함은 솔직담백하고 정직하거든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모습이 감추어져야 돼,
조금이라도 얼굴을 보이면 - 사랑은 사라져 버리거든
내 생각으론, 악마가 존재하지 않아서 인간이 악마를 창조해 냈다면,
인간은 그것을 자신의 형상과 모습에 따라 창조했을 거야.
이 세상에는 허튼소리들이 너무 많이 필요해.
세상은 바로 이 허튼소리들을 발판으로 해서 서 있고, 그것이 없다면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알 뿐이니까!
나는 지금 아무것도 이해하고 싶지 않아. 나는 사실에만 머물고 싶어.
나는 오래전에 이해하지 않기로 결심했어.
만약 내가 뭔가를 이해하고 싶어 하면, 그 즉시 사실을 배반하게 될 테니까,
나는 사실에만 머물기로 결심한거야...
이 세계를 통틀어 용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존재가 있기는 한 건가?
실은 그들이 직접 우리에게 자신들의 자유를 갖다 바쳤고 공손하게 우리의 발밑에 놓았다는 것을,
어쨌거나 우리는 이 일을 해냈고, 네가 원한 것도 이런 것, 바로 이런 자유가 아니었느냐?
인간, 그리고 인간 사회에게 있어, 자유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일단은 먹여 살려라, 그런 다음에 그들로부터 선행을 요구하라!
바로 이런 말이 쓰인 깃발을 들고 너에게 대항하여 너의 사원을 허물어뜨릴 것이다.
우리를 행해 울부짖겠지,
'우리를 먹여 살려 주십시오, 우리에게 천상의 불을 약속했던 그들은 그것을 주지 않았습니다'라고.
인간의 자유를 지배하는 자는 오직, 그들의 양심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자뿐이다.
인간에게 양심의 자유보다 더 매혹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하지만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도 아무것도 없지
너는 선택의 자유와 같은 무서운 짐이 인간을 짓누른다면
결국에 가서 그가 너의 형상과 너의 진리를 거부하고 논박을 하리라는 걸 정녕 생각하지 못했더냐?
인간들의 양심을 지배하고 그들의 빵을 손아귀에 거머쥔 자들이 아니라면,
누가 그들을 지배할 것인가 말이다.
모든 것을 견뎌 낼 그런 힘이 있어!
어떤 힘인데?
카라마조프의 힘....카라마조프적인 저열함의 힘이지.
(2권)
나는 어제 그가 겪게 될 미래의 위대한 고통 앞에 절을 한 것이란다.
진실로 모든 것이 좋고 훌륭하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진실이기 때문이지
여러분, 정녕 우리 시대는 이제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고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사죄하는 사람을 이렇게 놀란 눈으로 맞이할 정도가 된 것입니까?
고립된 부를 축적하면서 이제 나는 얼마나 강하가, 생활이 얼마나 안정되었는가 생각하지만,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더더욱 자살과 같은 무기력에 빠져 든다는 것을 이 정신 나간 자는 모르는 겁니다.
사람이란 의인의 몰락과 그의 치욕을 좋아하니까요.
이는 권리를 주었으되 욕구를 만족시킬 수단은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쩌겠니, 실컷 울어라. 이 눈물도 그리스도께서 너한테 보낸 것이니까.
일관되게 논리적인 청년은 희망이 별로 없으며 그건 값싼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무엇을 위해서 마신다지? 천국의 문을 위해서?
잔을 들어, 그류사, 너도 천국의 문을 위해서 마시는 거야.
----> led zepplin의 stairway to heaven(1971년)이 생각난다. 혹시 이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나?
인간의 영혼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안 되는 법이야. 좀 더 자비로워야 된다고...
땅의 고요함이 하늘의 고요함과 뒤섞이는 듯햇으며, 땅의 비밀이 별들의 비밀과 접촉하는 듯했다.....
땅을 너의 기쁨의 눈물로 적시고 너의 그 눈물을 사랑하라.....
라는 말이 그의 영혼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삶을 사랑하노라, 삶을 너무도 사랑했노라, 너무 사랑해서 추잡할 정도였노라,
됐어! 삶을 위해서, 이봐, 삶을 위해서 마시자고, 삶을 위하여 건배!
제가 너무 유신했던 탓이지요, 사람이 사람을 두들겨 패는데 무슨 별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어디
---> 영화 <공공의 적/2002년>에 섬뜻한 대사가 생각난다...."사람이 사람 죽이는데 이유가 있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훌륭해, 하나에서 열까지 다.
이 세상은 참 좋은 곳이야, 비록 우리는 고약하지만, 세상은 좋은 곳이라고.
추악한 우리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야, 추악하면서도 좋은 사람들이지....
여러분, 제가 침묵을 고수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 제에게는 치욕이기 때문입니다.
잘 가요, 아무 죄도 없이 스스로를 파멸시킨 양반.
정녕 사람들이란 이것밖에 안 된단 말인가, 이러고서도 과연 진정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살 가치가, 그럴 가치가 어디 있단 말인가!
(3권)
인간 만사는 습관이야, 국가적 일이나 정치적 일에서든 모든 것이 습관이지.
어디나 습관이 주된 동력이란 거야.
당신이 나이가 좀 더 들면, 신념에 있어 나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직접 알게 될 것입니다.
내 생각에도, 당신이 자기 것이 아닌 말을 하는 것같이 여겨졌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인격을 자신의 현실과 대치시켜야 한다.
나는 꿈에서 '애기'를 본 걸까? '애기는 왜 가난한 거지?'
그 순간 나한테는 이런 예언이 떨어졌던 거야!
'애기'를 위해서 가겠어. 왜나면 모두 다 모든 '애기'들 앞에서는 죄인이니까.
나는 사탄이니까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나 내게도 낯설지 않지.
뭐 그래 봤자 누가 득을 봤나, 득을 본 건 오로지 양심 없는 자들뿐이지.
원래 양심이란 게 없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낄 턱이 없잖나 말이세.
그 대신 아직 양심과 명예를 간하고 있는 점잖은 사람들만 고생을 했지....
이반의 병이 어떤 것인지 차츰 이해되었다.
'오만한 결단에서 우러나온 고뇌이며 또 심오한 양심이다!'
과연 누가 카라마조프 집안 사람들을 두고 제대로 잘잘못을 가려낼 수 있겠는가,
아무도 자기가 누군지 이해할 수도,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 이 어처구니 없는 카라마조프 가의 특성인데,
도대체 누가 누구한테 빚이 있다는 건가? 라는 거였다.
이토록 음울한 사건들이 우리에게 거의 더 이상 공포스러운 것이 되지 못한다는 데
바로 우리의 공포가 있는 겁니다!
아니요, 배심원 여러분,
저들에겐 햄릿들이 있지만 우리에겐 아직은, 일단은 카라마조프들이 있을 뿐입니다!
배심원 여러분, 제가 지금 일부러 심리 분석에 의지한 것은 그런 식으로 하면 아무 결론이나 되는대로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서 입니다.
---> 대체로 동의하고, 2023년 너무 많은 비전문적인 분야에 심리학자들이 들이 대는(??) 것이 불편하다.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과잉 확인>, <과잉 기대>를 가지고 듣게 되기 때문이다...몰입이 아니라 과몰입이, 신뢰가 아니라 숭배가 문제가 된다...
무에서 사랑을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무에서 창조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신밖에 없습니다.
'천성이란 문밖으로 쫓아내면 창문으로 날아 들어온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작품 해설 : 도스토예프스키와 구원의 문제)
그를 이해하는 키워드 네 가지
첫째, 가난 혹은 돈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가장 관심을 가진 문제는 사람들, 즉 '인간'의 속성으로서의 '가난'이다.
열등감과 자만심을 오가는 극단적인 성격, 인간을 향한 병적일 만큼 강렬한 연민...
둘째, 팔 년에 걸친 유형 생활이다.
감옥에 있던 사년 동안 그가 읽을 수 있었던 유일한 책이 성경이었음응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모든 장편들이 보여 주듯,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심리적, 철학적 차원을 넘어서 윤리적, 종교적 차원으로 이월되는 것이다.
셋째, 간질병을 간과할 수 없다.
순간의 미학 혹은 '문턱의 시간'이다.
절대적인 황홀경의 체험은 동시에 죽음의 체험이기도 하다. 한 인간으로서도 무척이나 귀중했을 삼십대를 감옥에서 썩게 만든 공상적 사회주의, 더 근원적인 유토피아를 향한 꿈이야말로 간질 발작의 절정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도박에 대한 열정을 지적해야겠다.
도박은 돈 자체보다도 자신의 운명에 대한 시험 및 도전의 동의어이다.
승부가 나기 직전, 도박자는 사형대에 묶여 있는 순간이나 간질 발작 직전의 순간처럼 은유적인 죽음을 - 예의 그 활홀경 및 파국의 순간을 - 체험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글들은 엄청난 양의 에세이를 제외하고 소설만 쳐도 우리의 원고지 매수로 환산해서 4만 매에 육박한다.
<죄와 벌>, <백치>, <악령>
'고양이 같은 생명력'과 도저한 장인정신을 발휘하며 소설을 써 나갔다.
그 정점에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최고작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버티고 서 있다.
아비는 곧 황제이며 신이다. 이 지점에서 카라마조프 집안의 부자 갈등이 낳은 참극은 정치적 차원에서 혁명, 형이상학적 차원에서의 반역으로 확장된다.
대심문관의 기나긴 고백이 끝났을 때 그리스도는 그의 핏기 없는 입술에 조용히 입을 맞춘다.
그리스도에게 말(로고스, 논리, 이념) 대신 침묵을 부여하고 오직 입맞춤만을 '행'하도록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죄와 벌에 대한 관념이 환기되는바,
그의 윤리 의식속에서 죄는 행동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사유와 욕망의 차원으로까지 확대된다.
일류샤의 무덤 곁에 모인 아이들은 그 자체로 미래적 전망이며, 일류샤-밀알을 유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그래야만 하는 존재들이다. 이들을 통해서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주제어이기도 한 구원, 부활, 불멸 등이 단순히 공소한 종교적 개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생명을 얻는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예순을 바라보던 도스토예프스키의 고백록이면서 동시에
그의 두 아이, 나아가 모든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세계 앞에 바쳐진 유언서인 것이다.
[ 자평 ]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생기는 묵직함...
러시아 문학 관련하여 나는 두 명의 여성 번역가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는다.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원고 매수 48,000매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25권으로 변역하신 석영중교수
<19세기 러시아 문학 산책>으로 좋은 인상을 받고, 유튜브에서 열심히 러시아 문학을 지도편달해 주시는 김연경교수
이 책은 김연경교수님의 번역본이라 일찍 사두었지만,
감히 그 분량에 압도되어 시도하지 못하고 소장하는 기쁨만 누리고 있었다
2023년 어두운 새벽을 맞으면서 과감하게 도전하기로 했다.
전 3권, 약 1653 페이지를 매일 거의 20~30분씩 아침마다 읽으면서
2023년 1월 15일 읽기 시작하여 2023년 5월 1일 다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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