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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퇴화한다. 

둔해진다.

허술해진다.

산뜻하지 못해진다.

어리석어진다.

외로움을 탄다.

동정받고 싶어 한다.

구두쇠가 된다.

어차피  '곧 죽을 거니까'하게 된다.

그런 주제에 '난 호기심이 많으니까 평생 젊은이지"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옷차림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그런데도 "젊으시네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손주 자랑에 병 자랑에 건강 자랑.

이것이 이 세상 할아버지, 할머니의 현실이다.

 

'저는 나이를 잊고 살아요'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사람, 종종 있잖아요? 박장대소할 말이죠.

나이는 본인이 잊는 게 아니라 남들이 잊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나왔다! 꾸미지 않는 여자가 좋아하는 '자연스러움'

나는 속으로 '너네는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게으른 거야'하고 코웃음을 치며 흘려들었다.

 

"사람은 내면이야"라고 말하는 여자 가운데 멀쩡한 인간은 없다. 

딱히 내실도 없는 여자가 이 말을 면죄부로 삼는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누구나 벌레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야 할 때 산뜻하게 제일 선에서 물러나는 건 노인의 품격이지."

 

정말이지 시끄럽다. 투덜거려봤자 뭐가 달라지나. 

여름은 더운 거야. 물고기는 헤엄치고, 갓난아기는 울고, 뛰면 숨이 차는 거지. 옛날부터 그런 거야. 투덜거리지 마.

 

"싫은 일을 안 해도 용서받는 되었구나, 하고."

 

"가장 최악은 노력하지 않는 못난이야. 알겠어? 

같은 못난이라면 노력하지 않는 못난이가 최악이라고."

 

타인의 움직임과 타인이 내는 소리가 없는 생활. 그것을 독거라고 한다. 

 

내 인생에 더 이상 앞날이 없어서 다행이다. 삼십 대나 사십 대 일 때 이걸 알았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곧 죽을 몸이니까 괴로워하는 시간은 금방 끝난다. 

 

더는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세상은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좋아한다. 

포기하지 않는다고 무슨 일이든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비슷한 주제로 2022년 12월 9일 휴가를 내고 서점에 갔다가 훑어 읽은 책이 있다. 살 필요는 없는 책있지만..

----> "행동경제학과 인지과학은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한 사람은 자주 포기하고 또 많이 그만둔 이들이라는 것이다.....

끈기(GRIT)는 가치가 있는 어려운 일을 계속하게 만들지만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어려운 일까지 계속하게 만든다. 그래서 빠른 성공을 위해서는 가치가 없는 일을 빠르게 그만두고 더 가치가 있는 일에 우리의 한정된 자원(시간, 돈, 노력)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즉, 빨리 그만두고 자주 그만두고 가치 있는 일에만 끈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목표를 이루고 성공하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하얀 상자에 들어간다는 결말은 정해져 있으니, 그 도중에 고민하고, 한탄하고, 괴로워하고, 아둥바둥하고, 허둥지둥해봤자 대단한 차이는 없다. 노인이건 젊은이건, 살아 있는 사람 모두.

 

하얀 상자에 들어가는 결말이 다가오고 있는 나이는 행복하다.  일이든 동요하지 않게 된다. 

 

'어떻게든 된다'라는 생각은 젊은이와 노인의 것이다. 

젊은이는 '앞날을 개척해나갈 거니까 어떻게든 된다'라고 생각하고, 노인은 '곧 죽을 거니까 어떻게든 된다'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인생에 대해 타인은 어떤 책임도 의무도 없죠. 기본적으로 무관심하다고요. 그걸 깨닫는 건 앞으로 삶의 방식에 영향을 끼칠 거예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부모 자식이라도, 가족이라도 타인이다.

사람은 각자의 심장을 가지고 있으니 모두 타인이다. 이건 냉혹한 게 아니다.

이 출발선에서 따뜻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사람이라는 존재겠지.

 

"이즈미, 대부분의 일은 내버려두면 어떻게든 해. 내버려 둬."

 

"그러면 그만둘 필요 없어. 그만두기 위해 힘을 줘서 필사적으로 결단해야 한다면 아직 그만둘 때가 아닌 거야.

그만둘 때가 되면 말이지. 힘 들이지 않아도 가볍게 '관둘래!' 하게 되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눈물도 기쁨도 분노도 질투도, 모든 게 머나먼 꿈이나 환상으로 여겨진다.

만난 사람도 헤어진 사람도, 스쳐 지나간 모든 게 즐거운 에움길 같다. 

---> 에움길: 굽은 길. 또는 에워서(빙 둘러서) 돌아가는 길.

 

(작가의 말)

 

[ 자평 ] 쫀득쫀득하게 재미있다. 담백하고 솔직하지만 멋지다. 이 할머니가 궁금하다. 

제대로 익은 사람의 글에는 '묵은 힘'이 있다. 가르치려 들지 않아도 향기가 난다. '삶의 냄새'는 어떻게든 남는다. 

 

작품을 작가의 삶과 완전히 외따로일 수 없다.이 책을 읽는 중간에 이 저자가 어떤 분인지 찾아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참 매력이 느껴지는 할머니 작가에, 그 분 냄새가 나는 멋진 소설이었다.

이 분의 소설을 읽으면서 떠오른 작가가 김형석교수님이다.

원래 내 세대가 존경하는 철학교수는 아니었지만(보다 한참 윗세대)

서점에 갈 때 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 코너에 책이 있을 정도로 책을 많이 내는 분의 책이지만 무의식적으로 읽을 생각 자체가 없다.

 

(오래 살았으니, 어려운 시절을 살았으니, 힘든 시대를 살았으니, 많이 배웠으니, 기도를 오래 했으니, 책을 많이 읽었으니 등 등 등  ---> 가르칠 것이 많다. 배울 점이 많다. 지혜가 있을 것이다. 등 등 )는 전제가 깔린 듯 하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인정하는 '고전에 답이 있다',  '세월을 겪뎌 낸 것들에는 가치가 있다'는 암묵적인 강압이 나는 느껴 진다. 

 

25세를 살면 인생의 지혜 중 25%를, 50세를 살면 50%를, 100세를 살면 100%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교수이건, CEO이건, 정치인이건, 불랑자이건 주어진 환경에 무의식적 대응 99,99%에 의식적 대응 0.001% 하며서 세월 보내고/겪디면 그냥 산 사람들이다.  

 

붓다는 35세에 깨달음을 얻었고, 예수님은 33세 이전에 돌아 가셨다.  아인슈타인의 대단한 논문은 26세의 나이에 쓴 것이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45살에 썼고, 제인 오스틴은 21살에 오만과 편견을 썼다. 

 

나는 '답은 없다'란 기본 전제가 강한 놈이라 그런지

'내가 더 알고 있다', '내 말 좀 들어봐' 같은 냄새를 풍기는 이런 책들에게는 논리적으로 따지기 전에 감정적인 거부감이 먼저 들어 거리를 둔다. 

 

또한 내 생각에 우리나라에서 교수로 평생 있던 분들은 상대적으로 시대적 아픔을 겪지 않은 평안한 삶을 살아온 분들이다. 가장 안전빵으로 세월을 견뎌낸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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