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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입양 알선 수수료 - 신체에 장애가 있는 경우엔 할인이 적용된다고 알려졌으니 비장애 아동이었던 내게 부여된 수수료는 정가였을 것이다.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앙리와 리사는 훌륭한 부모가 되어 주었고 내가 운 좋게도 최적의 가정에 입양되었다는 걸 충분히 인정하지만, 이식된 나무 같은 내 정체성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뻔뻔해. 낳아 달라고 애원한 적도 없는데 낳아 놓고는 내 동의나 허락도 없이 먼 나라로 보내 버렸죠.
그랬으면서 개를 키우고 있다니....
조선이 전쟁을 겪을 때마디 겁탈당한 여자들이 이 동네에서 아이를 낳고 모여 살았는데, 사람들이 그들을 이타인이라고 불렀다네요. 그 이타인에서 이태원이 유래됐다는 거죠.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노년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관성이 되어 버린 외로움과 세상을 향한 차가운 분노,
그런 것을 꾸부정하게 굽은 몸과 탁한 빛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습.
끊임없이 내벽에 상처를 덧내며 시간과 함께 공처럼 굴려 왔을 어떤 마음이 인간의 얼굴로 빚어진다면 꼭 그녀처럼 보이지 않을까, 나는 생각했다.
한때의 왕국인 조선에서는 시체가 생기면 무조건 사대문 밖으로 내보냈는데 애고개.
그러니까 아현은 주로 아이들을 묻었던 매립지라는 설명을 나는 찬찬히 읽었다.
복희가 내 삶에 개입한 배우라면 내게도 복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보호.
그건 앙리와 리사, 그리고 정우식 기관사가 내게 취한 행동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하나의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삶으로 끌어 들이는 방식....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배반하는 강렬한 추위를 느꼈다.
"알아? 나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이야. 하루를 못 벌면 그다음 하루는 굶는 인생이라고.
죽는 건 하나도 안 가여워. 사는 게, 살아 있다는 게 지랄맞은 거지."
영월.
'편하게 넘다.' 라는 뜻인데, 높은 산과 물살이 센 강이 많은 영월의 지리적 특성을 아이러니하게 표현한 지명이라고 사전에는 나와 있었다 .
인생은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쏜살같이 지나가고 그 밑바닥에 정제되어 남는 건 외롭고 쓰라린 것.....
미안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인생이야, 나의 아가.
얼굴이 일부가 아니라 생애의 접힌 모서리가 절박하게 닮은 사람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가 다시 만나려면 과거를 반추해도 아프지 않을 만큼 내가 아주 행복해져야 가능할 것입니다.
나는 살아남을 것이고 누구보다 행복할 거예요.
진실을 유예하면서 보호받는 시간 또한 삶의 일부라고, 나는 믿기로 했다.
대해야 하는 걸까요.
(작가의 말)
어쩌면 하나의 온전한 우주가 되기도 전에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이름은 / 김현(시인))
약소한 것. 그것이 한 사람에겐 구원과도 같은 빛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나는 조해진만큼 그 찬란한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소설가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이름은 언젠가 한 존재가 타인을 위해 진심을 담아 건넨 최초의 말이라는 것을.
이름을 부르는 것은 인간이 타인을 껴안는 첫 번째 방법임을.
이 소설은 당신이 소설을 통해, 문학을 통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건넨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서로가 서로의 전령이 되는 / 김미정(문학평론가))
그들이 지금 내민 손은, 예전에 그들이 잡은 누군가의 손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인지에 대해서는 심지어 나조차도 온전히 말할 수 없지만, 나를 증거해 줄 타자들로 인해 진실은 확인된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삶의 증인이 된다. 이것은 소설속 이야기면서 소설 밖 우리의 이야기이다.
[ 자평 ] 꼼꼼하고 폭넓은 조사. 놀라운 문장력. 따스한 시선. 읽지 전에 알았지만 읽고 나서 더욱 놀라운 작가
(스스로 창피하게도) 이 나이에 소설을 읽으며서 눈물이 돌기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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