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유리, Yuri , 1996년

비즈붓다 2021. 3. 7. 08:57
728x90


이런 지랄같은 영화를 누가 만들었을까?
구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어둠에 경로를 돌아 돌아 구했다.

원제목은 'Yuri'이며 1996년에 개봉했다.
1996년....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여 먹고 살 걱정을 하던 시대...

이걸 만든 감독도, 출연한 배우들도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감독은 왜 이런 미친 작품을 그 때 만들었을까? 그 때가 아니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랬을까?
심지어 각본과 감독을 겸하였으니....분명히 이를 만들어 보여 줄 필요가 있는 자신만의 목적이 있었으리라...

이 영화....개봉이나 했나? 개봉했다면 당시 몇 명이나 봤을까?

궁금하여 찾아 보니
양윤호감독(1966년 ~)은 2004년 영화 <바람의 파이터>, 2009년 대박 드라마인 <아이리스>를 만든 감독...


주연을 맡은 '박신양'씨가 양윤호감독의 대학 동기라는 인연으로 출연을 한 듯 하며 박신양씨의 첫 번째 주연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는 박상륭선생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를 영화한 것이다.
소설을 꽤나 읽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박상륭'....<죽음의 한 연구>

<마른 늪에서 물고기를 낚으라>는 화두를 가지고 40일을 고행하는 매일 매일을 그린 소설....
뭐 별스럽지 않고 만만해 보이네.....카뮈나 카프카 보다야 어렵겠어..... 니체도 읽은 나인데......

만만하게 봤다가 첫 장, 아니 첫 문장을 읽고 고개를 절래절래 좌우로 흔들게 된다는 바로 그 악명의 소설.....

알 것 같은 기분도 전혀 들지 못하는 문장........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방의 원 펀치......
자기의 문해력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알게하여 많은 문학도를 우울증에 빠지게 한 잔인한 소설......

공문(空門)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도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살이의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어서,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중(俗衆)도 아니어서, 그냥 걸사(乞士)라거나 돌팔이중이라고 해야 할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은, 그 영봉을 구름에 머리 감기는 동녘 운산으로나, 사철 눈에 덮여 천년 동정스런 북녘 눈뫼로나, 미친 년 오줌 누듯 여덟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 없는 서녘 비골로도 찾아가지만,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 법 없는데다,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羑里)로도 모인다.

박상륭선생이 1940년 생이고, <죽음의 한 연구>가 1975년에 발표되었으니 이것을 35세 이전에 썼다는 말이다.

내가 35세에는 밥벌이에 바빠 이런 책이, 이런 작가가 있는지도 몰랐다.

이제 박상륭선생께서 이 책을 지은 나이보다 꽤는 더 살았으니....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도전해 볼란다.

또한 새로운 판본이 나왔길래 감히 마음을 먹기 전에 간이라도 보기 위해 영화로 접해 보려고 어둠의 도둑질 까지 하여 보게 되었다..

역시....영화도 고개가 절로....
몇 번을 끊어서 봐야 했다.......


기억에 남긴 문장은....(한국 영화라...)
-----------------------------------------------------------------------------------


'누이'가 주는 음식을 받는 '유리'....
그렇다.....살기 위해서는 서로 주고 받으며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


해골을 들고 경배하는 '누이'...
죽음이 경배되고 해골이 감탄되어 질 수 있는 것인가?... 그리하여 이 책은 <죽음은 한 연구>인가??
----------------------------------------------------------------------------------------


사망(죽음으로써), 사망(思望)하기 시작한다...
음...한자어에 사망(思望)이란 단어는 원래 없다.......
생각을 '바라다', '기대한다', 그리워 한다', '바라본다', '엿본다', '원망한다', '책망한다'.... 무슨 뜻을까?!!

드디어 나는, 죽음 위에 정박한 작은 배로구나. 죽음이여, 그러면 내게 오라. 내가 그대 위에 드리운 그늘을 온통 밤으로 덮어, 그 그늘의 작은 한 조각을 지워버리도록, 육중한 어둠이여, 이제는 오라, 까마귀들로 더불어, 그러면 오라.


그냥...보자면....이 영화는 먹고, 죽이고, 사랑하고, 헤메는 영화이다....

더러운 물과 진흙과 흥거운 피만 범벅인 영화다...
-------------------------------------------------------------------------------------


끝나는 장면.....음.....
바다...벌거벗은 아이....

처음으로 다시 돌아 가는 장면....
하지만 처음에는 발가벗은 모습으로...
끝은 옷을 입은 모습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