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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과거 없이 갑작스럽게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과거다.
그 과거의 집약이 정서다.
그러므로 정서의 총화가 그 사람이다." -오카 키요시-
계산 대신 창조적인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과잉된 계산 과정을 축약할고 생각한 수학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특히 리만(Riemann)과 데데킨트(Dedekind)를 필두로 하는 19세기 중반 독일 수학자들이 수식과 계산의 시대에서 개념과 논리의 시대로 방향을 틀려고 했다.......리만은 함수의 '엄마 같은 대지로서 '리만 면'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구체적인 식 표시에 구속되지 않는 함수론을 전개했고, 데데킨트는 특정한 수를 사용하지 않고 정의할 수 있는 'ideal'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대수적 정수론의 현대적 기초를 구축했다.
새로운 개념을 도입할 때는 그것을 기존의 수학적 대상의 '집합'으로 정의하는 접근 방식이 태어난다. 미지의 개념도 이미 알려진 대상의 '모임'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그러한 '모임'을 다루기 위한 일반 이론 (다시 말해 '집합'이론)을 사용해서 누구라도 그것을 똑같은 규칙에 따라 조작할 수 있게 된다. 당초에는 개인의 마음속에 떠올랐을 뿐인 개념이 구체적인 집합으로 정의됨으로써 만인의 공유재산이 되는 것....
20세기에 들어오면 데데킨트와 칸토어(Cantor)에 의해 창성된 '집합론'에 치명적인 결합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특히 1903년에 공론화된 '러셀의 패러독스'는 당시의 집합론이 수학의 기초로서는 아주 위태롭다는 것을 밝혔다. 수학은 그 기초를 둘러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힐베르트(Hibert)...수학자가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몇 가지 정리이며, 이 정리에 대한 증명이다. 정리와 증명은 문자로 쓸 수 있으니까 수학자의 최종적인 산물은 기호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무언가 인공 언어를 하나 정해서 그 가운데 허용되는 추론 규칙을 정해두면 계속해서 '정리'가 기계적으로 '증명'될 것이다. 이렇게 적당히 정해진 인공 언어와 추론 규칙에 나오는 '형식계'를 수학 이론의 '닮은 꼴'이라 여기고, 수학 이론 대신 형식계를 연구하기로 하면 어떨까.
힐베르트가 생각한 것은 수학에 대한 논의를 수학의 논의로 환원해버리는 교묘한 방법이었다.
형식계는 엄밀하게 정식화할 수 있는 그 자체로 수학적인 대상이기에 형식계에 대한 논의는 수에 대한 논의나 도형에 대한 논의처럼 어디까지나 수학의 논의다. 힐베르트는 생생한 수학 이론을 연구하는 대신 그와 닮은 꼴인 형식계를 연구함으로써 수학에 대한 철학적인 논쟁을, 수학적으로 정식화된 구체적인 문제로 환원해버리려고 한 것이다.
인간이 수학에 필적할 만큼 표현력이 풍부한 형식계를 만들어서 그 무모순성을 (어디까지나 유한한 방법으로) 증명해보자.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해당 인간이 만들어내는 수학도 신뢰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믿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1931년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수학 이론의 닮은꼴이라고 간주할 만한 표현력을 가진 무모순적인 형식계는 자기의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다.....힐베르트가 구상한 형태로 수학을 다루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해서, 힐베르트의 위대한 계획은 조용히 종국을 맞이하게 된다.
수학의 형식화, 공리화는 수학으로부터 신체를 떼어내고, 물리적 직관과 수학자의 감각이라는 애매하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에서 수학을 자립시켜 나가려는 커다란 움직임의 귀결이었다. 이러한 시대의 넘실거림이 정점에 달해 20세기 중반에, 신체를 완전히 잃어버린 '계산하는 기계'로서 컴퓨터가 탄생한다.
1936년..튜링은 <계산 가능한 수에 대해서, 그 결정적인 문제에 대한 응용과 함께>라는 논문에서......'계산'이라는 행위의 본질을 수학적으로 추출해서 '계산 가능성'(computability)이라는 개념에 명쾌한 정식화를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힐베르트의 결정 문제'라 불리는 수리논리학의 미해결 문제를 산뜻한 방법으로 해결해 보인다.
튜링은 논문을 통해 어떠한 튜링 기계에 의해서도 결코 풀 수 없는 구체적인 문제를 만들어서 보여준다. 튜링 기계가 '모든 계산'을 체현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는 이를 통해 어떠한 계산에 의해서도 풀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그것은 계산이라는 행위에 내재된 본질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강렬한 결과였다.
튜링은 하나하나의 튜링 기계가 본질적으로 하나의 수로 치환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이로써 '수' 튜링 기계의 의해서 '계산될' 뿐만 아니라 튜링 기계로 '계산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양의성을 획득했다......이 양의성을 잘 사용해서 모든 튜링 기계의 동작을 모방할 수 있는 '만능 튜링 기계'를 이론적으로 구성해서 제시했다. '만능'이라는 이름 그대로 모든 튜링 기계의 동작을 도맡는 튜링 기계다. 하나하나의 계산을 위해서 각각 다른 튜링 기계를 만들 필요가 없고, 만능 튜링 기계가 있으면 모든 계산을 이 한대로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C와 스마트폰은 만능 튜링 기계가 물리적으로 실현된 것이다. 그래서 이것 하나만 있으면 사칙연산뿐만 아니라 메일 송신과 뉴스 열람, 넷 브라우징과 가계부 기록 등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러한 '만능성'을 가진 계산을, 처음 수학적으로 구성해서 제시한 것이 튜링의 1936년 논문이었다.
튜링은 그 수를 인간의 신체로부터 해방시킨 것이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수는 계산될 뿐만 아니라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계산하는 것(프로그램)'가 '계산되는 것(데이터)'의 구별은 해소되고, 현대적인 컴퓨터의 이론적 초석이 마련되었다.
수학이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것도 어디까지나 그것이 풀 수 있는지, 풀 수 없는지 사전에 판정할 수 없는 '퍼즐'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세기가 되면 '증명'과 '계산'이라는 행위 자체를 대상화하고 이에 대해서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이 개발된다. 수학을 신체로부터 분리해서 철저하게 기호화함으로써 수학이라는 행위의 본성을 수학적으로 연구한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 장대한 기획의 부산물로 컴퓨터가 세상에 나왔다. 행위로서의 '계산'이 신체에서 분리되고 그 자체의 자율성을 획득했을 때, 그것은 신체를 갖지 않는 기계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형식계'와 '컴퓨터'는 모두 인간적 직관에 의존하지 않는 고도의 자율성을 목표로 해서 설계되고 있다.
--> WoW. 놀라운 해석.....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모든 것이 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뇌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뇌는 사람이 경험하는 세계의 하나의 원인임과 아울러 사람이 다양하게 세계를 경험해온 것들의 귀결이기도 하다. 뇌만을 환경세계와 신체적 행위의 문맥에서 분리해서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이 현명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당신의 의식과 다른 누군가의 의식을 가로막고 있는 유일한 것은 당신의 피부일지도 모른다.' 라마찬드란은 이런 인상적인 말로 실험 보고서를 마무리 하고 있다.
튜링은 '틀린 가능성'이 기존의 기계와 인간의 마음을 나누는 중대한 능력이라는 것을 지각하고, 드디어 기계에 '학습'을 시키는 일이야말로 기계를 마음에 가깝게 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적인 매커니즘과 이러한 과정을 배경으로 뒷받침하는 뉴런의 성장 프로세스로 관심이 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 자평 ] 깊이가 있는 책.....
굉장히 유명한 책이다.
잘 썼다. 수학의 역사를 인물과 이론 중심으로 기술한 책들은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수학의 발전의 깊이를 수직적으로 서술해 주는 이 같은 책은 드물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저자의 글 속에 있다... 수학의 추상화, 메타화, 일반화의 역사....
"단적으로 방정식을 지향한 알자부르나 코스 대수의 시대로부터, 애당초 어떤 방정식이 풀리고 어떤 방정식이 풀리지 않는지를 묻는 발상으로의 이행. 개별의 구체적인 작도가 문제가 된 고대의 수학으로부터, 모든 문제를 푸는 보편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수학으로의 이행. 이렇게 수학의 근대화 과정은 보편성에 대한 강한 열정에 구동되어 수학이 다루는 대상의 메타화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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