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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김춘수에게 인생이란 곧 시를 향해가는 도정이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초기보다 중기의 시가 중기보다 말년의 시가 더 깊은 정취를 보이는 시를 썼던 김춘수는 천재성을 타고 난 시인이기보다는 평생을 노력하며 하나의 시학에 고정되기를 거부했던 시인이라 할 것이다.
(관념의 부정과 무의식 표출의 시 : 김 지선)
<처용단장>으로 대표되는 무의미 시편과 시론은 우리 시사에 유래없는 독보적 성취를 거둔다.
1. 김춘수의 삶 - 부단한 시적 실험과 경주와 이중의 평가
2. 초기 - 자연을 드러내는 두 가지 방식 : 낭만적 서정과 관념적 상징
다소 추상적이며 낭만적인 허무의 정서를 형상화하던 데에 주력하던 김춘수의 시가 초기의 대표적 특징인 존재론적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낸 것은 <꽃의 소묘>(1959)와 <부다페스트의 소녀의 죽음>(1959)에 이르러서이다.
3. 중기 - 사회 원심적 구조와 관념 부정의 인식
1) 원심적 언술구조와 관념의 부정
<타령조·기타>(1969)부터 김춘수의 시는 방법론적 전환을 보인다. 김춘수는 자신의 시적 방법론을 <무의미시>라 명명하며 의미를 배제한 시를 원리로 내세운다.
김춘수 시론에서 의미를 배제한다는 말은 언어기호와 의미의 일대 일 지시 관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언어기호의 자율성과 언어의 물질성을 강조하려는 행위로 시적 언어가 가진 원심적 속성을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복과 되풀이...연속과 생략을 의미하는 줄임표....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사건이 패턴화될 것임을 구조적으로 암시해 주고 있다...
연결어미의 연쇄적 사용, 결정 지연의 서술구조, 수미상관의 서술구조, 의문형 어미의 반복과 같이 어미의 사용을 반복적으로 패턴화한다.
<못>은 예수의 희생과 고통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어두운 역사를 지시한다.
김춘수의 시에 나타나는 시의 주체의 모습은 수동적이며 억압된 인간 주체의 모습에 맥이 닿아 있다. 선택과 결정 앞에서 머뭇거리고 지연되는 인간의 수동성은 순환의 구조에 놓임으로써 벗어나지 못하는 체계의 악순환 속에 놓이게 된다.
의미의 차원에서 이해하려고 하면 해독 불가능한 난해성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의도적으로 의미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간에 구심적 의미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문맥화시키고 있다.....
시에 전경화된 것은 리듬감이고 독자가 시에서 환기할 수 있는 것은 부재하는 대상을 염원하는 소망일 따름이다. 이승훈은 이러한 되풀이가 낳는 리듬의 세계를 "적나라한 실존의 현기"라 부리기도 했다. 시의 함축적 화자와 독자가 서 있는 공간은 이러한 리듬을 통해 약탈과 부재의 현기증 나는 곳으로 환치되며, 남는 것은 소망의 실현을 꿈꾸는 주술적 메아리뿐이다.
근대사회의 제도화된 언어는 고정된 사유를 재생산한다. 따라서 기존의 언어로 행해지는 비판이나 거부는 오히려 사회적 체계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할 위험에 우리를 끌어들일 수 있다. 김춘수 시 언어의 일탈적 사용은 창작의 주체 안에 각인된 언어가 불러일으키는 고정관념과 인식을 지우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는 고정화된 사유가 불러일으킬 단일성에 대한 부정이며, 역사와 관념, 이데올로기에 대한 거부라는 김춘수 시의 두드러진 특징을 양산해낸다.
2) 자기 복제의 서술과 주체의 무의식 표출
새의 상징성은 (1) 야생의 상황에 놓인 새 (2) 구속의 상황, 자유를 향한 욕망과 (3) 죽음으로만 가능한 초월에 대한 의지를 환기시킨다. 새와 (1), (2), (3)의 시를 연계시킬 때 시적 화자는 억압된 심리가 나타날 때마다 항상 자유와 억압의 이중적 존재인 새를 환기하게 되지만 현실의 삶에서 새와 같은 자유는 죽음으로만 가능하다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시적 존재를 억압하는 대상을 표출하고, 세계 내의 삶으로부터 도피하여 죽음을 지향하는 것이 김춘수 시의 중요한 제재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반복의 행위 그 자체게 있다.
.....과거 자신의 내면을 지배했던 대상을 현재의 시에 현존케 함으로써 현재에도 미래에도 여전히 시의 화자를 지배하게 될 내면을 시의 표층으로 표출시키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김춘수의 시는 주체에 대한 비판적 성찰보다는 거대 담론이나 이데올리기에 의해 억압당한 무의식의 영역을 드러내고자 하였다.이런 무의식의 형상화는 이성적 주체가 억압된 정신의 은폐된 심연을 복귀시키려는 시도이다. 이는 주체성의 절대성에 대한 회의이다. 주체의 절대화에 대한 회의적 시건이 그의 시에 내재되어 있는 것은 우리의 비틀린 근대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후기 - 시의 순환구조와 주체의 무화
1) 탈중심화된 서술구조와 주체의 지연
위의 시는 소설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코리니코프가 소냐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서술되고 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식, 존재의 무게는 상호주관적으로 포착되며, 일시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일 뿐이다. 이처럼 주관적이고 주체중심적인 인식이 불가능하다는 역설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텍스트가 구조화되고 있다. 문맥을 통해 총체적 의미로 작용하지 않고 단지 연쇄적으로 나열되며 병치되는 서술방식은 탈구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의 서술은 종결되지 못하며 끊임없이 연속되도록 구조화됨으로써 의미는 일시적으로만 생성될 뿐 곧 지워지며 연기되는 것이다.
결국 주체는 언어의 사슬 속에 있고 이 사슬이 주체이다. 주체는 그가 일부로 참여하는 이 사슬을 따라 이동하며, 그는 기표로 부터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기의로 작용하고, 따라서 주체는 존재의 결핍이고 하나의 공허로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사유에 의해 주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지만 라캉에 의하면 사유의 주체가 내가 아니다. 기의는 고정되지 않고, 기표와 기표 사이에 주체가 있고 이 주체는 결국 존재를 결여하는 것이다. 이는 곧 과정 속에 있고 또 동시에 과정 속에서 나를 상실한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주체는 판단과 인식의 주체는 아니다. 그의 시는 주체에 대한 인식론적 회의를 동반한다.
2) 순환적 구조와 주체의 지연
세계를 이루는 현상과 모습 속에는 필연성은 찾기 힘들다. 세계는 우연과 내적 동일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를 지속할 따름이다.
김춘수의 시에서 강조하는 것은 순환적이고 무한한 삶이 아니라 주체가 이 무한 속에 놓임으로써 주체성이 연기되고 사라지는 현상이다.
3) 현상적 이미지와 시의 주체의 무화
후기 김춘수 시는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의 차이를 인식하지만 이를 초월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억압된 존재로써 주체 자체의 무의식을 표출시키고 이를 지양하려 했던 이전의 시와는 다른 지점에 가 닿은 김춘수 시의 특성을 보여준다.
[ 자평 ] 김춘수 시인으로 가기 위한 종합적인 첫 걸음
김수영, 기형도, 서정주 시인에 비해서 잘 알지 못한다. <꽃>외에 아는 시가 없다.
이 정도가 내가 김춘수시인에 대해 아는 바 전부다.
다른 책에서 김춘수시인의 무의미에 대한 시를 읽고 이 분에 대해서 공부를 간간히 해 보기로 했다.
이 책은 김춘수 시인과 그의 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여러 논문을 역은 책이다.
시인과 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이해할 수 있어서 (논문이라 딱딱하지만) 재미 있었다.
좀 더 대중적인 서적으로 김춘수 시인을 알아 보기로 했다.
우선 이기철시인의 <김춘수의 풍경>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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