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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20세기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산문이 걸음걸이라면 시는 춤'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이 시(김소월의 초혼)를 읽을 때 언어의 무용을 감득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 않겠는가.
이 시는 경북 군위에 있는 고찰 인각사의 뜨락에서 본 어느 불상에 대한 감회를 쓴 작품이라고 한다.
천 년의 풍우에 씻겨 부처의 형상이 거의 다 마모된 돌부처에서 '부서지고 닳아 없어지는 것이 바로 완성이다'는 모순을 발견한 시적 직관이 이 시의 요체다.
이 울음이 그날로 끝나지도 않고, 가을이 가고 세월이 가고 심지어는 머리칼이 희어질 때까지 계속된다니!
이는 우리의 삶이란 게 울면서 시장 한복판을 헤매는 것과 다름 없음을 섬뜩하게 드러낸 것이 아닌가.
즉 세상은 여전히 정신없는 시장바닥이며, 삶은 그 속에서 길을 잃고 울면서 헤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낙법...
이 시에서는 그것을 '현명하게 죽는 법'으로 바꾸어 놓았다....
세상살이의 문리를 많이 터득하고 살아온 줄 알았는데, 정작 중요한 '소멸의 착지법'은 익히지 못했다는 회한이 남는 것이다.
번짐(spread)..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 그리고 우리의 삶 자체가 명료하게 선을 긋듯이 타자와 딱 부러지게 한계를 맺고 끊으면서 존립할 수 있겠는가. 결국 만유(萬有)는 번짐, 즉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존재하는 것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갈파한 하이데거....
우리는 모든 존재를 결국 언어로 파악하는데, 그러므로 언어가 없으면 존재도 없다 하겠다.
19세기 영국의 낭만파 시인 콜리지(Coleridge)는, '시인이란 어린이의 단순성을 어른의 모든 능력 속에 지니는 사람이다'라고 했는데....
시인이란 작은 사물에도 감동하는 사람, 사소한 일에도 충격을 받는 사람, 그리하여 응시와 집중으로 대상과 자기와의 사이에 새로운 질서를 찾아내고, 나아가 자아의 발견에까지 이르는 훈련을 넉넉히 쌓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사물을 가지고 응시와 관찰, 상념의 집중적 축적으로 훌륭한 한 편의 시를 완성하고 있다.
시인의 능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외계나 내면에 대한 수동적 감동이 능동적으로 지각되어, 그것이 미적 감흥으로 선택되는 특수 에너지를 예약하는 힘이다.
[ 자평 ]
작가가 미국에 거주하면서 미주 중앙일보에 <한국 현대시 감상>이란 주제로 4년 간 200여 편을 연재 하셨는데 그 중 56편의 추려서 낸 책
2023년 현재는 절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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