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將, 德將, 勇將
어느 고지를 점령하는 목표가 있다고 하자.
지장은 지도를 펴놓고 상세한 전략과 방법, 각종 무공 초식과 무기를 나열한다. 정말 그의 해박함에 다들 혀를 내 두른다. 기립박수와 갈채가 나왔다. 범증이나 제갈공명도 이 정도로 해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끝이다. 회의 참석한 모든 장수들은 막사로 돌아가서 잠을 잤다. 그의 요설은 인간이 실행할 수 있는, 적어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뭘 해야 하는지, 뭐부터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 지 못한다. 다만 감동과 탄복의 여운이 남았을 뿐이다.
그렇게 지장이 이끌던 군대는 자다가 몰살했다.
오늘 회의는 새로 온 용장이 이끈다고 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
다른 병사도 필요 없고 자기 휘하에 특공대만 있으면 적장의 목을 벨 수 있다고 했다. 들리는 소문에 그저 돌진만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지에서 화산이 터지는 바람에 적진에는 가보지 못하고 몰살을 했다고 한다. 남아 있는 모든 장수들의 그의 용맹함에는 찬사를 보냈다. 아마 신라 화랑들이나 여포 정도가 그와 비슷했으라. 그러나 그것이 끝이 었다.
그가 한 것은 조직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전투가 아니라 개인의 싸움박질이었다.
이번 회의는 새롭게 고심하여 모신 덕장이 이끈다.
그는 여러 병사들의 집안사정까지 캐묻고 모든 병사의 속사정을 다 들어 주어 인기가 높다. 병사들의 막사에서 같이 잠을 자면서 같은 밥을 먹는다. 병사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자라 병사들은 친구처럼, 아버지처럼 그를 따랐다. 오늘 그의 소대원들은 한 명의 탈영병 없이 전멸을 했다. 죽은 덕장은 병사 몇 대신 화살을 더 맞았다고 한다. 아마 진시황제의 많은 후궁들과 내시들도 이렇게 자별적으로 순장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직에서 지장, 용장, 덕장 중 누가 제일로 중요하고 귀한 장수냐는 리더십 쟁이들이 말이 많다...
더 나아가 신동엽같은 지장이 좋으니, 강호동같은 용장이 좋으니, 유재석같은 덕장이 좋으니 말도 안되는 현실비유를 하면서 요설을 떤다.
지장, 용장, 덕장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인간 성향 자체가 지적인 면, 행동하는 면, 공감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어느 조직이든 저렇게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은 있다..
모두 필요없고 成將만이 필요하다.
그렇다
모든 장 중의 최고의 장은 성장이다..
일단 성장이 있으면 그 이후에 어떤 조직이든지 누구는 지장이었고, 어떤 이는 용장, 그 옆은 덕장... 등 등 없던 장군들이 나타나고 그들의 훈훈한 후일담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법이다..
아닌가 싶었던 장수도 어느날 원래 지장이었다는 둥, 덕장이라는 둥, 용장이라는 둥...스스로 소문을 내거나 군대가 알아서 소문을 내준다..
그러니 지장 ,용장, 덕장이 없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성장만 있다면 저런 것들은 무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그럼 왜 꼭 집어 성장이 필요한가?
성장이 생겼다면 지장이거나 덕장, 용장이든 원인은 언제나 생길 수 있다.
심하게 말하면 결과 있으면 아름다운 원인은 사후에 짜 맞출 수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읽고 듣는 경영학 사례, 성공 자랑이 대부분 다 그런 것들이다.
어느 조직이나 덕스러운 면, 용기나 지식이 많은 스타일의 관리자/리더는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런 스타일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균형잡히게 있다 하여도 성장은 절로 오지 않는다.
결국 조직은 성장이 절대 필요하지 지장, 덕장, 용장은 당장 필요하지 않다.
성장만 있으면 없던 지장/용장/덕장도 자연발화로 생겨난다.
반대로 지장/용장/덕장 스타일의 장수가 (설사) 있다고 하여 성장이 자연발화하는 경우는 못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