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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문장 ]

 

ㅇ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칙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ㅇ 그 동안 우리 부모를 생각해서 꾹 참아왔지만, 만일 참지 않았더라면 나는 진작 사표를 냈을 거고 사장 앞으로 다가가 그의 면전에 대고 평소에 품고 있던 내 생각을 속 시원히 내뺕어 주었을 텐데.

 

ㅇ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들은 그레고리가 이 회사에 다니는 이상 평생 먹고사는 일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ㅇ 아침에 문이 잠겨 있을 때는 다들 들어오려고 하더니, 문이 모두 열려 있는 지금은 - 아침의 소란  때 그가 하나를 열었고, 그 이후 그가 자는 사이 다른 문들도 누군가 분명 열어두었으나 - 아무도 그의 방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젠 열쇠들도 모두 바깥쪽에 꽂혀 있었다.

 

ㅇ 옆방에서 돈벌이의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레고르는 문에서 떨어져 나와 그 옆에 놓인 서늘한 가죽소파 위로 몸을 던졌다. 너무나 부끄럽고 서글픈 나머지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던 것이다.

 

ㅇ 그레고리의 이런 고통은 아버지에게까지도 그가 엄연히 가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 비록 지금은 비참하고 구역질나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 상기시켜준 듯했다. 그래서 그를 원수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협오감을 꿀꺽 삼켜버리고 그저 참는 것, 별 도리 없이 그저 참는 것만이 가족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일 터였다.

 

ㅇ 이렇게 뼈빠지게 일하고 피곤에 찌든 식구들 중에서 누가 꼭 필요한 일 이상으로 그레고르를 돌봐줄 수가 있었겠는가?

 

ㅇ 그렇게 돌아다니고 나면 죽도록 피곤하고 서글퍼져서 다시 몇 시간동안은 꼼짝도 할 수가 없다.

 

ㅇ 이렇게도 음악에 감동을 받는데고 그가 과연 동물인가 말인가?

 

ㅇ 저는 저런 괴물 앞에서 오빠의 이름을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오직 한 가지, 우리가 저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예요.

 

ㅇ 우리는 이제 벗어나야 해요......우리처럼 이렇게 힘겹게 일해야 하는 처지에 집에서마저 이런 끝없는 고통을 겪으며 산다는 건 정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예요. 저도 이젠 더이상 참을 수 없어요.

 

ㅇ 저것이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왔다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예요. 도대체 저것이 어떻게 오빠일 수 있겠어요?

 

 

[ 자평 ]

 

20대 초반에도 그렇고 그 보다 많은 20년도 더 지난 지금도 난 카프카와 니체를 좋아한다.

 

하나를 더 한다면 김수영까지..

 

웬지 젊었을 때 흑백사진으로 본 그 분들의 눈빛... .그 눈빛들이 서로 닮아 보였다....

 

또한 재수실에서 독서실에서 나를 위로해 주었던 '라마나 마하리쉬'와의 눈빛과도 닮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 그 시절에 이 분들 처음 접했다는 공통점 + 약간은 혼자 있으면 느끼던 외로움 + 대학도 가야하고, 군대도 가야하고 등 등 미래의 불안이 겹쳐서 그랬을 듯... 즉 별스러운 의미는 없는 듯....

니체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라마나 마하리쉬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김수영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지금 보니 켄 웰버도 비슷하군... 그냥 자세와 흑백사진 때문일텐데...

라마나 마하리쉬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여튼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니체와 카프카 전집을 구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카프카의 많은 작품을 읽지는 못했다. (변신, 소성, 심판)

변신을 읽을 때 그의 글을 통해 당시의 내 불안감을 같이 읽을 수 있었다.

약 25~6년 만에 다시 읽어 본 변신은 지금 내 불안금을 또 읽을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잠자보다는 어려서 직장은 다니지는 않았다.

현재 나는 잠자의 아버지 만큼은 아니지만 이미 직장을 몇 년 있음 은퇴할 나이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이 소설 주인공이 겪어 온 삶을 나는 겪기도 전에도 겪은 후에도 주인공의 내면에 공감을 한다는 것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개인이 겪을 수 있는 현실과 내 내면의 움직임을 그대로 잠자에게 투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불안하고 고독하고 슬픈 현실에 대처하는 개인의 내면의 흐름을 세밀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아프다.

 

카프카가 이 책을 쓴 시절과 나의 현재는 아마도 80~90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특히 아들 때문에 속 썩고 방에 앉아 맥주 한 잔, 막거리 한 잔을 먹고 이 책을 볼 때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인 잠자가 된다...

 

정말 기막히게 쓴 책이 아닌가? 누가 읽던지, 누가 보던지, 그 책에서 자신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아마 내 아들도 나중에 잠자만큼, 나 만큼 나이가 들어 이 책을 읽을 때 이 책에 공감하게 되리라.....

 

역자인 이재황교수는 옮긴이의 글에서 이 글의 주제를 아래와 같이 해석을 해준다.

 

'어느 순간 딛고 있는 바닥이 갑자기 꺼져버릴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은....'

 

'너무나도 견고한 현실세계 속에서 너무나도 무력한 개인. 현실생활의 중압감에 짓눌려 해방적인 틈을 갈구하는 개인. 그에게 현실 그 자체는 악몽이다. 그 악몽과도 같은 현실은 곧 우리 자신도 속해 있는 자본주의적 현실이다.'

 

'그레고르는 더이상 인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벌레로,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레고르의 변신은 이와 같이 자본주의 아래 소시민적 가정의 물회된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벌레로 변신시킨 것은 현실 자체인가 아니면 현실로부터 탈출 충동인가? '

 

'변신의 원인을 외적 요인 (= 현실 자체)에 의한 것으로 볼 것인가, 내적 요인(=현실로부터의 탈출 충동)에 의한 것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변신의 의미는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이해된다.........전자의 경우라면, '벌레'는 현실의 폭압적 힘에 의해 인간적 알맹이를 상실하고 비인간적 껍데기만 남게 된 동물적 인간 존재를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후자의 경우라면, '벌레'는 비인간적 현실에 의해 아직 훼손되지 않고 물질과 돈의 힘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인간의 고유한 부분, 즉 그레고르의 본래적 자라라고도 할 수 있다.

 

' 진정한 의사소통을 이루지 못하는 현대인의 소통단절 내지 대화부재 상황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밀란 쿤델라는 카프카의 소설에 대해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고 했다고 한다.

 

허연은 고전탐닉에서 이 소설이 20세기 초까지 인간들이 도저히 벗어나지 못했던 철옹성 같은 기본 틀 몇 개를 철저히 해체했다고 한다.

 

1) 몸. 카프카는 당시 사람들이 신이 내려준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던 바로 그 몸을 해체해버렸다. 자기 자신을 등짝지가 달린 흉칙한 벌레로 만들면서까지 카프카는 기존 세계관에 도전하고 싶었했던 것이다.

 

2) 가족. 벌레가 된 잠자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자 그는 가족으로부터 아들의 자격을 박탈다한다. 늘 곁에 있고, 언제까지 무한한 사랑으로 자신을 지켜줄 것 같았던 가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쳐간다.

 

3) 공간. 집을 해체한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 그의 집은 아늑하고 사랑이 있는 일반적인 집이었다. 그러나 가장이 벌레로 변한 다음 그의 집은 생계를 위해 하숙집으로 변하고, 집이라는 공간은 낯선 이방인들이 차지하게 된다.

 

카프카는 이 소설 한 편을 통해 당시 움트기 시작한 '산업 사회가 잉태한 현대성'이라는 것에 의문 부호를 단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세계 문학에서 권혁준 교수는 카프카 변신을 아래와 같이 언급한다.

 

'카프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불확정적이라는 겁니다. 의미가 확정되지 않고 다의적이죠. 좀처럼 확정적인 진술을 하지 않는데, 그래서 요즘 들어 포스트모더니즘 학자들에 의해 카프카의 텍스트가 재발견되기조 합니다.'

 

'그레고르는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착취의 대상이기도 하다.'

 

 

기타 구매목록에만 있어 아직 손에 들리지 않은 아래와 책들도 조신하게 읽어 봐야 겠다. 구스타프 야누흐의 '카프카와의 대화', 조현행의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질문하는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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