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밑줄/연결 ]
(서론: 지성의 진화)
진화론이 나온 지 한참 된 1996년 시점에 미국 철학자 다니엘 데닛(Daniel Dennett)은 다윈의 진화 개념을 '사상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 예전에 번역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이게 2025년 3월 나왔다.

성공하고 진보하려면 세계는 열려 있어야 한고, 끊임없이 수정 가능해야 하며, 편견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과학은 지적인 힘과 함께 도덕적 권위도 갖게 된다.
제 1부: 프로이트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 새로운 세기의 감성
(1. 동요의 서막)
플랑크는 이 작은 다발을 우주의 토대를 이루는 그 이상 나눌 수 없는 기본요소라고 보았다. 말하자면 복사의 '원자'인 셈인데 플랑크는 이를 '양자(Quantum)'라고 불렀다. 이는 자연이 연속적인 과정이 아니며 일련의 극도로 미세한 경련들을 통해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었다. 양자물리학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전설적인 여배우 사라 베른하르트(Sarah Bernhardt)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변태성욕작 햄릿>의 주인공 역을 맡아 상주하다시피 한 극장은 후일 그녀의 이름을 따서 사라 베른하르트 극장이 되었다.
---->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1844 ~ 1923년) 프랑스의 연극 배우

(2. 과도기적 전환기)
호프만슈탈도 과학이 전통적인 빈의 미학적 문화를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잘 포착했다. 1905년에 이미 "우리 시대의 특징은 다양성과 불확실성이다. 우리 시대는 미끄러져 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라고 썼다. "앞선 세대들이 확고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유동적이 되었다."라고도 했다.
---->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 (Zygmunt Bauman, 1925 ~ 2017년) “액체근대(liquid modernity)”를 말하기 전에 벌써 이런 분들이 있었구나라는 놀라움..

프란츠 브렌타노(Franz Blentano, 1838 ~ 1917년)의 접근 방식은 20세기 초 철학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두 분파를 촉발시켰다.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파와 크리스티안 폰 에렌펜승의 '게슈탈트(형태) 이론'이 그것이다.
아돌프 로스(1870 ~ 1933년)....
"장인은 지금 여기서 쓸 물건을 생산하고, 예술가는 모든 곳의 모든 사람을 위해 창조한다."
클림트는 비합리적, 본능적인 것이 삶을 지배하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면 합리주의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성은 정말 성공으로 가는 길인가? 본능을 낡았지만 휠씬 강력한 힘이다. 그렇다. 휠씬 시원적이고 휠씬 원시적이며 때로는 어두운 힘이기도 하다.

(3. 다윈의 암흑의 핵심)
니체의....요체는 모든 역사는 두 집단, 즉 '권력에의 의지'를 표현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의 형이상학적 투쟁이라는 것이다. 권력에의 의지란 문명의 토대를 이루는 가치관 창조에 필요한 핵심적인 생명력을 말한다. 그런 의지가 없는 집단이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가 만들어 낸 대중을 뜻한다....
모든 문명은 여전히 불굴의 의지력과 권력욕을 가진 포식자들 덕분에 존재한다.....
강력한 '귀족계급'은 옳고 그름, 명예와 의무,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의 정의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정복자들은 그러한 가치관을 피정복민에게 강요한다.......
도덕은 '하층계급이 만들어낸 관념'이다.
주도하고 가치관을 창조하고 자신의 의지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능력은 원래 진화론에서 말하는 '적자'(the firrest)와는 무관하다.
적자란 생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함으로써 자기 종을 잘 번식시키는 존재를 말한다.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은 가끔 이런 오류를 범한다. 니체는 본질적으로 사회진화론자였다.
베버는.....성찰을 한 끝에 청교도주의의 '세속적 금욕주의'가 그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종교개혁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이면에는 개인의 도덕적 책무를 이행하는 최고의 형식, 즉 신에 대한 의무를 충족시키는 최상의 방법은 같이 살아가는 인간들을 지금 이 세상에서 돕는 것이라는 사고가 깔려 있다.....프로테스탄트(개신교도).....즉 신에 대한 의무의 이행은 타인을 돕는 데서 이루어진다.
----> 이상하게 왜 <홍익인간>의 '널리 사람(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말씀이 생각나는지....
조셉 콘래드는...H.G. 웰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웰스 선생, 우리의 차이는 근본적인 것이요. 당신은 인간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들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난 인간을 사랑하지만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소!"
(4. 모더니즘의 아가씨들)
19~20세기 전환기에 여섯 명의 위대한 철학자가 활동하고 있었다. 비록 니체는 1900년이 다 가기 전에 죽었지만, 나머지 다섯 명은 앙리 베르그송, 베네데토 크로체, 에드문트 후설, 윌리엄 제임스, 그리고 버트런드 러셀이었다.
베르그송은 "위대한 사상가는 할 말이 딱 하나다. 그리고 대개 그것을 표현하려는 시도를 한 번 이상 하기는 어렵다"고 쓴 적이 있다. 베르그송의 통찰의 핵심은 시간은 실제적이라는 것이었다.
(5.미국의 실용주의 정신)
독일과 영국의 좋은 방식을 혼합한 것은 사려 깊은 조치였다.
실용주의(Pragmatism)은 미국식 사고의 최대 강점이었다. 미국은 유럽식 도그마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나름의 '개척자 정신'이 있었다. 그래서 구대륙에서 최고의 것들만을 골라 내고 나머지는 취하지 않은 것이다.
프래그머티즘의 출발은 이상주의적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자연과학에서 발전되고 있는 엄격한 경험적 준거에 따르는 철학을 발전시키자는 것이었다.
말끔하지도 않고 평등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만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세계에서 출발하는 철학자들이 있었다. 윌리엄 제임스는 분명 후자에 속했다.
추상화와 어설픔을 멀리하고, 말로만 떠드는 해결책과 선험적인 논거, 요지부도으이 원칙과 꽉 막힌 체계, 절대자라느니 근원이라느니 하며 거창하게 떠드는 것들을 멀리한다. 프래그머티스트는 구체적이고 타당한 것을 지향한다.
하버드의 경영 교육을....법학부에서 하는 사례 연구와 의학부에서 하는 '임상적' 접근에 현장조사를 버무린 스타일이었다.
"형식은 언제나 기능을 따른다."는 그(영국 소설가 러드야드 키플링, Rudyard Kipling)의 유명한 금언은 모더니즘의 슬로건이 되었다.

(6. E=mc2)
과학이 철학자들이 뭐라고 하건 비판과 칭찬에도 일희일비 하지 않고 꿋꿋이 전진한 것은 20세기의 사고를 구분 짓는 하나의 징표다.
과학이 다른 것들보다 휠씬 확고한 토대를 갖춘 특별한 종류의 지식인가 하는 문제가 철학의 중요한 논제가 된다.
(9. 반격)
1975년 <1차 세계 대전과 현대의 기억, The Great War and Modern Memory에서 폴 퍼슬은 은 현대 들어 생긴 '양극단의 습관(versue habit)'은 1차 세계 대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적은 사악한 존재인 만큼 흠결투성이거나 변태이고 따라서 '완전히 복속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의 골자는 언어는 세계에 상응한다는 것이다. 마치 그림이나 모델이 묘사 대상인 세계에 상응하듯이...
비트겐슈타인이 기여한 혁신이라고 한다면 언어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언어가 할 수 없는 어떤 사안들이 있고, 그에 따라 논리적인, 따라서 철학적인 결과가 수반된다는 것이다.
세계는 그것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사실들을 조심스럽게 묘사함으로써만 이야기할 수 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과학이 하는 일이다. 비트겐슈타인이 생각하는 논리란 본질적으로 동어반복이다. 동일한 사물을 말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세계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는 전혀' 주지 못한다.
제 2부: 슈펭글러에서 동물농장까지 : 문명과 그에 대한 불만
(10.저물어 가는 세계)
슈펭글러에게 문명은 합리주의자들의 생각과 달리 사회적 진화의 최종 산물이 아니었다. 역사에 대한 과학이나 직선적인 발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개별 문화들의 성장과 몰락이 되풀이될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새 문화의 부상은 두 가지 요소에, 즉 종족과 정신(우리가 내면적으로 살아온 경험)에 의존했다. 슈펭글러에게 합리적인 사회와 합리적인 과학은 서유럽의 불굴의 의지의 승리의 증거였다. 그러나 그런 서구도 더욱 강력한 독일의 의지 앞에서 몰락하게 된다. 독일의 의지가 더 강력한 '우리'라는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이었다.
(11. 탐욕의 황무지)
영웅들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 조이스의 논점이다. 조이스는 수많은 병사들을 희생시키는 명분으로 떠드는 '영웅적 추상화'를 혐오했다. '우리를 너무 불행하게 하는 거창한 말들'이라는 것이었다.
조이스는 "율리시즈가 읽기 부적합하다면 인생은 살기 부적합하다"고 대꾸했다.
블룸은 지금 이대로의 모습에서 달라지고픈 생각이 없다. "파우스트가 되고 싶지도, 예수가 되고 싶지도 않다.".....
이런 것들을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는 게 조이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평화란 - 내적인 것이든 외적인 것이든 - 바로 그런 것이다.

---> 음 이런 소설이구나. 이거 한 번은 넘어가 봐야 할 산...

앙드레 지드의 <사기꾼들>은 아마도 우리 시대에 대한 가장 사실적인 진단일 것이다. 소설은 처방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제로 가능한 처방은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의 난감한 처지가 궁극적으로 비극적인 것이라면 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지 않는가? 이 또한 미스터리다.
----> 국내 번역본 제목은 <위폐범들>이다.

이 세계에 대한, 그리고 그런 황무지를 만들어 낸 자본주의와 과학이라는 연합군에 대한 환멸이다.....
자본주의와 과학은 금세기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 가장 지속적인 형식임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자본주의와 과학에 대해 환멸을 느낀 것은 결코 아니었다.
(12. 배빗의 미들타운)
1920년 워런 하딩(Warren Harding, 1921년 29대 미국 대통령이 된다)은 "이 나라는 본질적으로 비즈니스의 나라다" 라고 말했다.....30대 대통령이 되는 캘빈 쿨리지(Cavin Coolidge)는 1922년 "미국이 할 일은 비즈니스다"라고 언급했다.
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is, 1885 ~ 1951년)의 최고의 소설은 1922년 기적의 해에 나온 <배빗(Babbit>이었다.미국 물질주의 문화의 본질을 구현한 배빗이 탄생.....루이스가 배빗에게 부여한 핵심요소는 성공이다. 성공에는 세 가지가 따라온다.우선 물질적으로 안락해지고, 생각이 같은 동료 시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성공 못한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을 갖게 된다....이런 것들이 가짜 신이다.

RCA사장 데이비드 사르노프(David Sarnoff)는 방송 시스템으로 연결된 미국의 미래를 꿈꿨다. 그럼으로써 이윤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에게 재미와 교육을 동시에 선사하는 공공 서비스 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불행히도 미국이 할 일은 비즈니스였다. 1920년대 초 미국에서 '라디오 붐'이 일었다.
----> 이미 미국은 1920년대에 네트워크 서비스를 생각했구나...

1890년에는 이웃의 평판이 가장 중요했다. 그런대 1920년대에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동차와 휠씬 미접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 소유 차종에 따라 평판이 달라졌다.
역사가 J.H.플럼(Plumb)은 20세기가 이룬 위대한 성취 가운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의 하나가 다중에 대한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돈을 대는 학교와 대학이 그런 흐름을 주도했지만 다양한 형태의 뉴미디어도 나름의 역할을 했다. 그중 다수가 1920년대에 창립했다. 미들브로라는 용어는 일부 계층이 대중을 폄훼하려고 쓴 말이지만 <타임>을 읽거나 BBC를 듣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무지가 아니라 각성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13. 영웅들의 황혼)
혁명에는 엔진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방향이었다. 표현주의는 그런 방향을 결코 제시하지 못했다.
우리는 '열려 있는, 불확실한, 그러면서도 아직 창조되지 않은 미래 속으로 들어가면서' 지상에서 우리 자신을 창조하는 데 시간을 쏟지 않을 수 없다.....하이데거는 과학과 기술을 자연을 통제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그런 결의의 반영으로 보았다.
논리실증주의자들에게는 경험적으로 시험해 볼 수 - 검증할 수- 없는 진술이나 논리 또는 수학적 명제는 무의미했다.
카프카의 <변신>,<심판>, <성>...세 편의 이야기 모두가 스스로를, 혹은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의 경우 주인공은 뭔가에 떠밀려서 자신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힘에 붙잡히고 만다.
사실 만족이나 충족은 현대 세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성>은 카프카의 걸작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현대의 <신곡>이었다.
(14. 진화의 진화)
지나간 시대의 사람들 의식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상의 엄청난 다툼들은 '선한' 나라와 '약한' 나라 사이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 세계관이 서로 다른 적대 집단들(꼭 두 집단일 필요는 없다)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를 제단하는 것은 현대의 사고방식을 과거 사건들에다 덮어씌우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과거의 사건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15. 물리학의 황금기)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Incompleteness Theorems....논점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어떤 무모순적 형식체계 안에 참임을 증명할 수 없고 거짓임을 증명할 수도 없는 문장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산이라고 하는 형식체계의 무모순성을 그 체계 안에서는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16.문명과 그에 대한 불만)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Jose Ortega y Gasset, 1883 ~ 1955)의 <대중의 반역>....
실제로는 민주주의의 과다(hyper-democracy)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평균적인 인간, 그저 그렇고 그런 인간이 권력을 원하고 자신과 비슷하지 않은 사람은 모두 혐오함으로써 '균질화된....공백들'로 구성된 사회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제 '배운 무식자'가 됐고, 극도로 사소한 것은 많이 알고 큰 그림은 놓친 채 자기만의 좁은 관심 영역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
원하는 세상을 얻으려면 그것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헉슬리는 단언한다. 우리가 속한 세계가 무너져가고 있다면 그만큼 충분히 싸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그런 싸움이 다가오고 있음을 1932년 이미 시사했다는 점에서 헉슬리는 누구보다도 선경지명이 있었다.
(18. 좌절과 위안)
스페인 내전은 적어도 두 편의 위대한 소설과 한 점의 명화를 탄생시켰다.
앙드레 말로의 <희망>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그것이다.
----> 나는 말로의 책보다 조지 오웰의 책이 먼저 떠 올랐는데, 여튼 말로의 책을 읽어 봐야 겠다.



말로의 <희망>......레닌과 스탈린.....
조직은 무기일 수 있으며, 무기라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나쁜 자들의 손에 들어가면 대재앙이 된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일깨우려 한 것이다.
유진 오닐...
"...미국이 참혹한 실패라고 한 이유는 모든 것을 다 가졌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줄기차게 물질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영혼을 소유하려는 허망한 게임을 하고 있다."
오닐의 <세일즈맨의 죽음>...
오닐은 현실은 차가울 수 밖에 없다는 뻔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확실한 가치도 없고, 궁극적인 의미도 없으며, 따라서 우리 모두는 나름의 꿈과 환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 위크 브룩스(미국의 문학평론가 겸 전기작가)는 미국에서는 가장 발랄한 재주꾼들이 비즈니스와 정치 쪽으로 가고 예술이나 인문학 쪽에는 오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그래서 존 도스 파소스 같은 일부 미국 작가들이 느끼기에 '미국 비즈니스의 승리는 정신에게는 패배' 였다.....당시 교육은 비즈니스를 위한 훈련에 불과하고, 정치에서는 물질적으로 유복한 삶만이 강조됐다.
(19. 히틀러의 선물)
1925년 봄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진행된 파울 틸리히의 강연..'신학에서 지방색을 극복하려면'...
"미국은 앞으로 지금까지 우리(망명자들)에게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까요? 온갖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각자의 정신적 지방색을 극복할 수 있는 나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정치적으로는 초강대국이면서 정신적으로는 지방색에 물든 고루한 국민이라는 것이 가능할까요?
(20. 콜로수스)
튜링.....
수학에서는 수학 자체를 사용해서는 참이나 거짓에 대한 증명 여부를 설명할 수 없는 사례가 있다.
과학은 만인의 행복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믿음이 확산된 것이다. 이는 시간이 가면서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라는 이념으로 발전했다.
(21. 과거 회귀는 없다)
전시에 옛 오스트리라-헝가리 제국 출신 망명객들이 잇따라 네 권의 책을 내놓은 것이다....인간이 지향해야 할 사회의 유형을 탐구..
맨 먼저 나온 책이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로 요제프 슘페터의 1942년 작이다.....결론은
첫째, 자본가 자체는 자본주의의 동력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동력은 좀 더 싸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발명하는 기업가들이다...기업가 정신은 가르치거나 물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부르주아적' 활동이다.
부르주아적 인물들은 이론이나 철학을 토대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행동한다.
두번째 요소는 기업가가 창출하는 이윤이 일시적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혁신이라도 곧 동종 업계나 상거래에서 추격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결국은 다시금 정체 상태로 된다.....자본주의는 불가피하게 벼락 경기와 정체의 순환이라는 특징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칼 만하임(Karl Mannheim)의 <우리 시대의 진단>
----> 칼 만하임 책은 <세대문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다 모두 절판 중이다.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노예의 길>.....계획 하에서 '최악이 지배하게 되는' 이유 세 가지를 제시
첫째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주장의 이면을 꿰뚫어봄으로써 무지에 가담하거나 위계적인 가치관에 동의하지 않는다.
둘째 중앙에서 통제하련느 사람은 어리숙하거나 고분고분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쉽다고 생각한다.
셋째로, 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긍정적인 프로그램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에 호응하기가 쉽다.

칼 포퍼..<열린 사회와 그 적들>...
정치적 해결책도 과학의 해법도.....'결코 일시적인 것 이상이 될 수 없고 끝없이 개량해 나아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역사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역사 해석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생각했다.
"사회학이 쓸모 있으려면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계획은 결국 사회를 더욱 폐쇄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믿었다. 계획이라는 개념에는 역사주의적 접근, 전체주의적 접근, 유토피아주의적 접근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흑인 뮤지션이자 소설가인 랠프 엘리슨(Ralph Ellison)은...군나르 뮈드달(Gunnar Myrdal, 1898 ~ 1987)의 <미국의 딜레마>에 대한 서평에서....
"어떤 측면에서 '품격 높은 가치'에 대한 거부(흑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는 20세기 후반기의 가장 중요한 지적 문제였다."
제 3부: 사르트르에서 고요의 바다까지 : 새로운 인간의 조건 그리고 위대한 사회
(23.파리의 원년)
그는 인간을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고 묘사했다. 사르트르의 가장 유명한 표현 중 하나다.
행동, 선택 같은 것이 인간이 처한 난국의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철학 - 실존주의는 그에게 - 어떤 의미에서 - 일종의 게릴라전이었다.
처음에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1947)에서 '인간은 상황에 불과하다'고 선언했다. 이 구절 역시 유명한 표현이다.
1942년 카뮈는 <시지푸스의 신화>를 냈다. 지하 신문에 처음 발표한 철학 평론이었다. 핵심은 두 가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첫째, 인간이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며, 자기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뿐이다.둘째, 우주는 무심하며 심지어 적대적이다. 삶은 투쟁이며, 우리는 모두 시시포스와 같다.
----> 읽으면서, 노자 <도덕경>의 5장이 떠올랐다. 天地(천지)는 不仁(불인)하야, 以萬物(이만물)을 爲芻狗(위추구)하고, 聖人(성인)도 不仁(불인)하야, 以百姓(이백성)으로 爲芻狗(위추구)한다. 천지는 사랑한다거나 간섭함이 없어서 만물을 무심히 여기고, 추구(芻狗, 짚으로 만든 개, 풀이나 개)처럼 여긴다. 성인도 백성에 대하여 마찬가지이다.
베케트의 가장 유명한 작품 <고도를 기다리며>...<황무지>이후의 <황무지>라고 할 만한 작품이며, 포스트 오닐적 연극이고, 포스트 조이스, 포스트 사르트르, 포스트 프루스트, 포스트 프로이트, 포스트 하이젠베르크, 포스트 러더퍼드다.

(25.새로운 인간이 조건)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esman, 1909 ~ 2002)이 쓴 <고독한 군중>...
미국인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달리 신경을 쓰는 경향이 20세기 말이 되면 대인관계를 잘 할 수 있도록 책임진다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심리치료에 대한 맹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프롬에게 있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과제는 건전한 정신의 회복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품위의 회복이었다. 아서 밀러가 1949년에 쓴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말하는 주제와 마찬가지였다.
W.H.화이트(Whyte, 1917 ~ 1999)이 낸 <조직 인간>에서...
1939 ~ 46년과 1954 ~ 55년에는 기초과목(인문학, 자연과학) 수강이 준 반면 실용과목(엔지니어링, 교육학, 농학 등 등) 신청이 증가했다. 그는 이것이 삶을 좁게 보는 성향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여겼다.
조직 인간은 관용적이고 탐욕이 없으며 다른 생활방식이 있다는 것을 완전히 모르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아무리 도금을 해서 멋져 보여도 새장은 어디까지나 새장이다.

'권력과 돈과 글쓰기의 결탁'을 샅살이 해부한 것이다. 밴스 패커드(Vance Fackard 1914 ~ 1996)의 3부작의 제목은 <숨은 유혹자들>(1957), <지위를 추구하는 사람들, the status of seekers>(1959), <쓰레기를 만드는 자들>(1960)
---> 국내 번역본은 없는 듯 하다.



(26. 정전이 깨지다)
핸리 스틸 코매저(Henry Steele Commager, 1902 ~ 1998)의 <미국의 정신: 1880년 이후 미국의 사상과 특성에 대한 해석>...
다윈주의는 실용적 개인주의의 형태로 미국인의 정신에 착근했다고 봤다....
"미국인들은 사회가 걸출한 개인의 업적을 통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터는 에너지를 줄 뿐이지 방향까지 잡아주지는 않는다.
(27. 과학의 이면)
과학은 차분하고,성찰적이며,합리적이고,감정에 지배되지 않는 과학자들이 오로지 진리를 향한 일념으로 수행하는 작업이라는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 즉 과학이 삶의 다른 영역과 썩 다르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28. 정신의 탈형이상학)
철학 교수 길버트 라일(Gibert Ryle, 1900 ~ 1976), 1949년에 나온 <정신의 개념>....
'정신(mind)'이 우리의 행동, 생각, 형태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의 내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라일을 말했다...
생각한다는 것은 정신의 활동이다.간단히 말하면 기계 속의 유령은 따로 없다. 단지 기계만 있을 뿐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두 번째 대표작 <철학적 탐구>가 출간된 것은 1953년이었다...
"철학의 물음은 답변을 찾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의미를 찾는 질문인 경우가 많다. '철학은 언어라는 도구가 우리의 이성에 마법을 거는 것에 대항하는 투쟁이다.;
'프로이트에 대한 공격'은 1950년 대 말에 어떤 식으로든 증가.....마틴 그로스(Martin Gross)가 상세하게 정리한 바 있다...
치료를 받은 환자 여섯 명 가운데 겨우 한 명만이 치유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분석의 효과를 의심하기 충분했다.
(29. 뉴욕 뉴욕 뉴욕)
공황과 전쟁의 결과 미술가들이 '마르크스에서 프로이트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미술의 토대를 이루는 정서는 이제 '세상을 변화시켜라'가 아니라 '세상에 잘 적응하라'가 되었다.
크리포 스틸(Clyfford Still, 1904 ~ 1980)은 좀 더 실랄하게 표현했다.
"나는 우리 시대를 보여주는 데는 관심 없다.....우리 시대는 과학의, 메커니즘의, 권력과 죽음의 시대다. 그 거대한 오만덩어리에다가 이미지로 알랑방귀 뀌는 찬사를 덧붙여드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0. 위대한 사회, 그리고 평등 자유 정의)
1969년 우드스톡 음악 페스티벌도 60년대 학생들의 사고의 또 다른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개인의 해방은 이제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심리학, 섹스, 새로운 음악, 마약 등 등....'대항문화'로 알려진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가능하다는 사고였다.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 1923 ~ 2007)...<아메리칸 드림>(1965)
그(책의 주인공 스티브 로잭)는 철저히 자기밖에 모르는 인물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정체라고 메일러는 말한다.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
문학사가 W.L.웨브(Webb)는 <가디언>지에 쓴 서평에서...."이 시대를 살면서 이 작품을 모른다는 것은 역사에는 깡통이라는 이야기다. 시대 의식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것이다.."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 1909 ~ 1997)...1969년에 나온 <자유에 관한 네 편의 에세이>에서...
'최종 해결책'은 없다는 점을 강조....'모든 수수께끼가 해결되고, 모든 모순이 다시 화해하는' 최종적인 조화는 없다는 이야기다.
인간이 추구하는 목표는 많지만 그 모두가 서로 공양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목표들은 영원히 양립할 수 없다. 이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마샐 맥루한(Marshall McLuhan, 1911 ~ 1980)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구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미디어가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우리 모두는 미디어에 관한 전제들을 공유하고 있다. 즉, '스토리'나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이 사건의 실제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 드보르(Guy Debord, 1931 ~ 1994)의 <스펙터클의 사회>...
자본주의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자유롭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31. 장기지속)
고고학자 콜린 렌프루(Colin Renfrew, 1937 ~)...<문명이전: 방사성탄소 혁명과 선사 시대 유럽>...

제 4부: 대항문화에서 코소보까지 : 20세기를 넘어 21세기로
(33. 새로운 감성)
J.K 갤브레이스(Galbraith)....1967년 <새로운 산업국가>를 냈다..
현대 산업사회의 또 다른 특징은 중요한 결정들이 점점 더 몇몇 사람이 소유한 정보에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기술과 관련이 있다. 그 결과 새로운 종류의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면 특별한 기술이 없지만 새로운 기술을 가진 사람들, 즉 정보를 평가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매니저 내지는 전문 기술 관리 계층
참담한 양상들이 현실화된 데이는 최소한 그 시스템 자체의 요구 내지 묵인이 있었다는 점이다.
(34. 유전자 사냥)
1970년... 자크 모노(Jacque Monod, 1910 ~ 1976)...<우연과 필연>...
모노에게 20세기의 지적 성공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시장경제와 트랜지스터였다.이 둘은 생명 자체와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확장이라는 것이다.
적응이란 시간의 또 다른 표현이며, 특히 열역학 제2법칙의 또 다른 작용이다.
(35. 프렌치 컬렉션)
라캉의 유산은- 그런 게 있다면 - 해체(deconstruction)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다.
해체란 언어에 내재적이고 고유한 의미란 없으며, 화자의 말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을 의미하거나 그 이하를 의미한다.
따라서 청자와 화자가 각각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관념이다.
데리다....
그가 보기에 인간의 문제에서 진보란 있을 수 없다. 지식의 축적, 즉 "우리가 오늘 알고 있는 것이 어제 알았던 것보다 '더 낫고' 더 완전하다"는 의미에서의 축적이란 없다.
루이 알틔세...
어떤 경우에든 개인들은 사회구조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도는 사회적 관습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로 간주해야 한다.
위르겐 하버만스...
예를 들어 노동계급은 오래 전에 '자본주의 사회에 통합됐으며 더 이상 혁명세력이 아니다.'
모든 지식을 통합하는 단일한 틀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대신 세 가지 서로 다른 형태의 지식이 있다...
그는 유명한 삼분법 논리를 제시했다. 아래 표는 기든스가 정리한 것을 따온 것이다.

영화 안내서를 보면 <히로시마 내 사랑>은 <시민 케인>만큼이나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간주된다...
스토리와 형식이 완벽하게 조화된 작품이다.
(36. 경제학 논쟁)
중산층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나머지 선행할 여유가 없어졌다.
(38. 국지적 지식)
리처드 로티...
철학을 과학이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인간의 경험 영역들에 다가서려는 활동으로 본다.
우리 시대에는 듀이, 비트겐슈타인, 그리고 하이데거가 가장 위대한, 고양시키는 주변부 사상가다.
철학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과다한 기대를 최대한 줄여서 사고의 체계라기보다는 일종의 '대화'로 얌전하게 주저 앉히는 것이었다.
(39. 사상 최고의 아이디어)
다니엘 데닛...<다윈의 위험한 아이디어: 진화와 생명의 의미>(1995)
'다윈의 위험한 아이디어란 환원주의의 화신이다.' 그의 저서는 생명/지능/언어/예술, 그리고 궁극적으로 의식이 어떻게 본질적으로 '공학적 문제'에 불과한지를 설명하려는 시도다.
의식은 1990년대의 유행이 되었다. 이 주제에 뛰어든 사람들은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영국 철학자 콜린 맥긴처럼 1) 의식은 원리적으로, 그리고 영원히, 설명을 거부한다고 주장하는 부류...
토마스 네이글이나 힐러리 퍼트넘...
두 가지 부류의 환원주의파가 있다.,,,현재 분위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류는 역시 두 환원주의 계열이다.
먼저 2) 의식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머지않아 의식이 있는 인공지능기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다니얼 데닛 같은 '골수'환원주의자
존 설로 대표되는 3) 온건한 환원주의자들은 의식이 뇌의 물리적 속성에 의존한다고 보면서도 그런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수수께끼를 풀기에는 우리가 턱없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기계가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발상도 본질적으로 거부한다.
로저 펜로즈 같은 부류. 4) 새로운 종류의 이원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두뇌에는 새로운 종류의 물리법칙이 적용되며, 이런 법칙을 가지고 의식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
펜로즈는 우리가 세 가지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리적 세계, 정신적 세계, 수학적 세계
(40.새로운 문학, 새로운 비평)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가장 완벽한 성취'로 일컬어지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 ~)의 비길 데 없는 걸작 <백년 동안의 고독>이 출간된 것이다.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지적처럼 <백 년 동안의 고독>의 근거에 깔린 의문은 '마콘도는 자신이 창조된 내력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20세기 과학이 머리 아플 만큼 집요하게 추구했던 바로 그 질문이다.
이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 20세기 후반기 최고의 성취라고 할 만하다.
1970년대 등장한 극자가 데이비드 마멧(David Mamet, 1947 ~)은 포스트모던 세계의 대두와 낡은 확실성의 붕괴에 대한 반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그는 미국은 '거대한 실패'라고 하는, 오닐이 가다듬은 전통을 옹호하고 업그레이드시켰다...
"매스미디어는 문화(예술,종교,축제,드리마의 혼합이다)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타락시키고 문화를 한낱 엔터테인먼트로 비하시키며,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쓸 데 없이 고상한 척한다'거나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무시한다.....정보고속도로가 다양성을 보장해줄 것 같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즉각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모두 말살되고 무시당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정보뿐이다라고 믿게끔 세뇌를 당하는 것이다. 세계와 인생은 조립품처럼 말끔하게 준비가 돼 있는데 우리 소비자들만 조립법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솔 벨로(Saul Bellow, 1915 ~ 2005)의 <죽음보다 더한 실연>에 나오는
'방사능으로 죽는 사람보다 실연의 아픔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경구는 독특하면서도 비극적인 형태로 과학의 한계를 보여준다.

(41. 문화 전쟁)
앨런 브룸(Allan Bloom, 1930 ~ 1992)의 1987년 출간돼 학계의 파란을 일으킨 <미국 정신의 종언>....
사회과학자들이 발견하거나 재발견하는 많은 이념들이 사실은 주로 독일 사상가들(헤겔,칸트,니체,베버,후설,하이데거 등 등)에게 지적 소유권이 있음을 보여줬다.
---> 독일 철학자들을 보면, 사실 뭐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또 다른 저자의 책이 있다.
---> 저자가 언급하는 독일인들은 보면 아...느낌이 온다...왜 그런 말을 했는지..
--->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가 철학을,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가 음악을, 릴케, 하이네, 괴테, 헤세, 브레히트, 실러가 문학을, 멘델, 아인슈타인, 가우스,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가 과학의 금자탑을 쌓았던 곳, 그리고 마르크스, 베버, 프로이트, 융, 아도르노, 루카치, 벤야민, 야스퍼스, 지멜, 하버마스, 아렌트....

'새로운' 사회과학 분야들 ('전체는 온 데 간 데 없고 부분들만 잡다하게 늘어놓은 것'이라고 봤다)에 대해서도 혹독한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MBA(경영학 석사)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공부가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닌 '재앙'이라고 혹평했다.
----> MBA를 나 온 나도 동의하는 면이 있다. 지식인을 탄생시키지 못하고, 지적 장사꾼을 탄생시키는 면이 있다.

헤럴드 블룸(Harold Bloom, 1930 ~)...<서구의 정전>...
서구의 정전이 선사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자신의 고독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 정도이다. 그런 고독의 최종 형태는 자신의 도덕성과 허심탄회하게 대면하는 것이다. 블룸에게 정전의 중심은 '큰 작가 중에서도 전무후무한' 셰익스피어다...
상상력을 토대로 한 문학이 과학 문헌과 같은 것이 되지는 않는다. 누적적인 것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문화 전쟁에 대해 가장 독특한 반응을 보인 책은 데이비드 덴비(David Denby, 1943 ~)의 걸작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1996)이다.....덴비가 보기에 진짜 위험은 미디어다.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영상과 음향의 홍수에 그저 맥을 놓고 있다. 그런 속에서는 현재를 제외한 모든 순간은 이상하고 핏기없고 죽은 것처럼 보인다."

1999년 헤럴드 블룸은 첫사랑 셰익스피어에게로 돌아갔다. <셰익스피어: 인간성의 발명>...
자기 엿듣기는 개인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개인화는 셰익스피어 당대의 주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거기에 맨 먼저 도달한 사람이 셰익스피어였고, 이후로도 그에 필적할 만한 인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셰익스피어는 존숭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가다.
역사학자 거트루드 힘멜파브(Gertrude Himmelfarb, 1922 ~)의 <심연을 들여다보며>(1994)..
그녀가 보기에 자유주의는 이제 자유주의의 새로운 적이 됐다. 자유주의는 너무 자유로워진 나머지 포스트모던 역사가들에게 진리에 대한 의무조차 면제시켜 줬다.
특히 홀로코스트의 중요성과 무시무시함을 가볍게 보는 경향에 대해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했다....데이비드 에이브러햄(David Abraham)의 저서 <바이마르 공화국의 붕괴>.....그가 내린 결론은 에이브러햄이 홀로코스트는 악의 산물이 아니라 '역사적인 힘과 배우들의' 합작품임을 보여줄 목적으로 썼다는 것이었다. 힘멜파브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악을 상대화하는 짓거리였다.

(42.심층질서)
1990년대에는 선진국의 주요 서점가에 그 어느 때보다 대중과학 과학서가 넘쳐났다. 진화론과 생물한 책만큼이나 물리학, 우주론, 수학 책도 많았다.

-----> 필립 앤드슨에 대한 책을 읽어 보고 싶었으나, 국내에는 없는 듯 했다.

생물학 분야에서 수학의 성취는 이언 스튜어트(Ian Steward)가 1998년 낸 <생명의 또 다른 비밀>에 잘 정리돼 있다...
필요한 것은 수학에 관한 지식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물리적 실체들을 지배하는 것은 수학 - 심층질서-이고, 결국 모든 생명체는 글너 질서가 바탕이 되어야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아마 국내 가장 많이 번역된 수학자가 아닐까 싶다. 언급된 <생명의 또 다른 비밀, Life's other secret>은 번역이 된 것 같지는 않고, 비슷한 목적과 컨셉의 최신책은 있으니..


(결론 : 포스트 포스트모던 시대를 위하여)
1930년은 지적인 차원에서 20세기를 관통하는 거대한 힘 세 가지가 처음으로 모두 모습을 드러낸 시점이었다.
세 가지 힘이란 과학과 자유시장 경제와 매스미디어다.
나는 과학, 자유시장 경제, 매스미디어가 동일한 충동에서 연원했으며, 그런 충동이 20세기를 지배해왔다고 주장하고 싶다.
과학은....통합되기 시작했다...물리학과 화학의 통합, 경제학과 사회학의 통합...
자유시장 경제...현대 자연과학이 민주주의의 진보를 가져왔다...
매스미디어.... 인정욕구란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20세기에는 정치적 해방이 개인의 해방으로 대첻됐다..
과학의 남은 과제 가운데 가장 큰 문제(미스터리)는 역시 의식이라고 본다.
융주의와 프로이트의 결함을 종합해서 본다면 20세기 심리학은 관찰 결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이론들 - 신화에 가깝다 - 에 토대한 것이며, 변덕스럽고 특이한, 왕왕 사기 같은 관념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이다. 심리학은 프로이트와 융에 의해 너무 오래 엉뚱한 길을 헤맸다....
최근 신경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진전을 놓고 볼 때 지금으로서는 다윈이 유일한 희망이다.
무엇보다도 대학들이 팽창하면서 지식인을 빨아들였고, 대학에 정착한 지식인들은 정년 보장과 출세에만 눈이 벌게진 것이 문제였다.
20세기 비서구 문화권 출신자들....자신이 속한 (비서구) 문화권이 떠맡은 가장 중요한 지적 과제는 모더니티를 따라 잡는 것, 즉 서구의 방식과 사상 유형(주로 민주주의와 과학)을 따라잡고 응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어빙 루이스 호로위치는 <사회학의 해체>(1994)에서 평생을 몸 바친 사회학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을 논하면서 개탄을 금치 못한다.
"사회학에...인간의 행동을 단일변수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이 침투함으로써 사회학이 후퇴가 야기됐다고 분석했다...
혁명적인 과거와 장밋빛 미래만이 연구에 적합한 것으로 간주되고, 이제 사회학의 목표는 인간 본성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체계적으로 재정비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호로위츠의 표현대로 하면 "유쾌한 거품''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으며, 바람직한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의 과제는 무엇보다도 그런 거품을 넘어서서 그 이면을 보고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파들이 제시한 방책이라는 것은 대개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사태가 그저 '저절로' 흘러가게 내버려두라고 뇌까리는 수준이었다..
경제는 '저절로' 가게 내버려두고 일절 간섭하면 안 된다고....
과학이 가르쳐주는 두 가지 중대한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과학은 우리에게 자연의 펀더멘털을 일부 드러내 보여줬지만 동시에 삶에 대한 실용적이고 점진적인 접근이 단연 성공적인 적응 방식이라는 것도 가르쳐주었다. 따라서 우리는 거대이론들을 경계해야 한다.
20세기가 끝나가면서 군터 스텐트와 존 호건이 처음 인식했던 결함과 실패가 차츰 주목을 받게 됐다.
특히 과학이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것과, 원칙적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에는 어떤 한계가 있다는 발상이 그러하다.
---> 이 책을 읽은 후 군터 스텐트(Gunther Stent)와 존 호건을 책을 읽어 보고 싶었으나, 군터 스텐트의 책은 국내 번역본이 없었고 존 호건은 오래 전에 나와서 절판이다.

로저 스크루턴(Roger Scruton)은 <지성인을 위한 현대문화 가이드>에서..
과학에 대해 회의적이다. "인간의 세계는 의미의 세계이며, 인간의 의미는 과학으로 제대로 포착할 수 없다."
스크루턴에게 픽션, 상상력, 매혹의 세계는 최고의 소명이다.
-----> "인간은 하나의 분명한 ‘인격체’라는 것.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또 다른 타인을 마주하며 책임을 다하는 인격체로서의 인간, 바로 그곳에 인간의 진정한 본성이 자리한다."

지적인 자서전인 <한 철학자의 고백>(1997)에서 브라이언 매기(Brian Magee, 1930 ~)는...
"제3의 대안, 즉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극히 적지만 그렇다고 종교적 신앙을 가져야 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내가 볼 때는 바로 거기쯤에 진실이 있지 않나 싶다.
----> 브라이언 매기의 책은 몇 권이 번역되어 있지만, '한 철학자의고백'은 번역이 되어 있지 않다.

20세기의 발전은 우리에게 개인으로서의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우리, 얽히고설킨 집단에 소속돼 권리와 책임을 공유하는 우리에 대해서는 별로 많은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과학 앞에 놓인 과제는 시급하고도 명백하다. 과학의 관심을 그룹으로, 사람들이 소속된 집단들로 돌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집단들이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개인들이 어떻게 소속 집단(가족, 성별, 세대, 인종, 국가 등등)과 소통하는지를 모색하는 집단의 심리학, 집단의 사회학을 정립해야 한다.
진화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은 어떤 면에서 문학, 예술, 종교보다 휠씬 국제적이다.
(옮긴이의 말: 20세기 전체를 아우른 멋진 지적 스케치)
3000개가 넘는 주석도...
대개 이런 유의 책은 관념사(History of ideas)내지는 지성사(Intellectual History)로 분류된다...
[ 자평 ] 매 페이지에 줄을 그으면서 'WoW'를 느끼는 책...
2024년 12월 27일 부터 매일 30 ~ 60분 정도를 읽어서 2025년 3월 30일 완독했다.
원저는 'Terrible Beauty: A Cultural History of the Twentieth Century : The People and Ideas that Shaped the Modern Mind: A History'로 2001년에 출판되었으며, 854페이지라고 한다.
생각의 역사I의 원제목은 ' Ideas : A History from Fire to Freud'로 2005년 822페이지다.
아마 영문판 기준으로 독일어 원본의 출판 순서는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1권, 2권을 다 읽으면서 불편한 단어, 문장이 없게 만들어 준 남경태, 이광일 번역자가 고맙게 느껴졌다.


'읽은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학핵심 가이드 by 마크 린슨메이어(Mark Linsenmayer) (0) | 2025.04.05 |
---|---|
자연의 재앙, 인간 by 프란츠 M. 부케티츠 (Franz M. Wuketits) (0) | 2025.04.02 |
개념의 정의 in 문헌정보학용어사 (0) | 2025.03.29 |
인문학 개념어 사전 1(논리/사상/철학편) by 김승환 (0) | 2025.03.27 |
언제나 성공하는 사고체인 by 숙명여자대학교 역량개발센터 (0) | 2025.03.26 |
- Total
- Today
- Yesterday
- 안나 카레니나
- 게티어
- 상대성이론
- 인공지능
- 경영혁신
- 샤룩 칸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엔진
- 사회물리학
- 인식론
- 당신은 AI를 개발하게 된다
- 복잡계의 새로운 접근
- 최진석
- 이노베이션
- 개념
- 고도를 기다리며
- 돈
- 스케일의 법칙
- 데브옵스 도입 전략
- 파괴적 혁신
- 부정성 편향
- Ai
-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 게티어 문제
- 양자역학
- 혁신
- 머신러닝 디자인 패턴
- 지식론
- 불교
- 직감하는 양자역학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