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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보이후드)
여섯 살 소년이 열여덟 살 성인이 될 때까지 12년의 이야기를 매년 15분씩 카메라에 담기로 했던 무모한 프로젝트...
링클레이터 영화에서는 "대화가 곧 플롯"인 셈이다.
현실의 재현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식, 다시 말해 기억이 구성되는 방식에 관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서로에게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다.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른다. 하지만 영화는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담지 않고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담아낸다." 링클레이터는 <보이후드>를 통해 비로소 시간과 현실, 리얼리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드러낸다. 단순히 카메라에 찍힌 시간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기억이라는 필터를 거친 결과물로서의 시간. 결국 우리가 체험하는 것은 스크린과 관객 사이에 놓인 '현재'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이 영화는 역사에 대한 통찰, 화면의 디테일, 이야기의 집중력, 전개의 구성력 등 어떤 통로로 접근해도 거의 완벽하다.
에드워드 양에게 영화란 대만이라는 이름의 공간, 역사, 사람, 기억의 혼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헤어질 결심)
"아무리 천천히 젖어 드는 사람에게도 마침내 파도는 친다." - 김소미 평론가 <헤이질 결심> 감상평
"<헤어질 결심>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피해 사랑을 표현하는 말과 몸짓의 총화" - 김혜리 평론가
(아이리시맨)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순서다. 아니 순서와 반복과 축적,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시선의 자리다.
<아이리시맨>은 시간의 흐름, 늙음, 바꿀 수 없는 어떤 결과에 대한 스코세이지의 비전이다.
(컨베이젼)
영화는 관찰의 대상이 아니다. 스크린 안쪽에 새겨진 텍스트가 아니라 영화를 보는 시간을 포함한, 관계의 과정이야말로 '영화'다.
영화란 관람 행위를 포함한 장소이며, 장소는 공간과 시간의 통일태다.
극장이라는 빈 공간은 영화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사태들로 채워진 뒤에야 비로서 나의 장소가 된다. 그리하여 (관계와 행위로서의) 영화가 탄생한다.
(던케르크)
놀란의 플롯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결과를 먼저 제시하고 원인을 찾아나간다.
놀란이 자신의 경험과 자신감으로 구현한, 21세기의 무성 영화다.
(라라랜드)
체험이나 이해가 아닌 관람이란 점이 중요하다.
합의된 환상의 세계로부터 객석까지의 거리는 뮤지컬 영화의 동력이자 매력이다.
화면이 전환되는 타이밍, 카메라가 움직임을 멈추고 시작하는 위치는 이 공연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라라랜드>에서 카메라는 솔로 연주가 가능한 악기다.
(곡성)
좋은 영화는 의미 있는 공백을 남기고 이 공백을 메우려는 관객 각자의 반응이 또 다른 큰 의미가 피어나기 마련이다.
오프닝을 장식한 누가복음 24장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라는 경고.
보는 것과 믿는 것 사이의 간극.
<곡성>의 모든 트릭과 기만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내가 본 것을 불신하게 만드는 것, 목격한 것을 부정하고 들은 것(소문)에 휘둘리게 하는 것, 말하자면 '자기기만'의 과정이야 말로 <곡성>을 관통하는 작동 원리다.
믿음이란 정보의 공백이 발생했을 때 이를 메우려는 태도다.
소문과 의심에 마음이 홀린 자들을 향한 참혹한 단죄의 나열이다.
(미나리)
'이토록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기생충)
내가 속한 곳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혹은 욕망하는) 곳이 나를 정의하는 감각의 교란이라고 해도 좋겠다.
봉준호 영화를 관통하는 일관된 코드를 하나만 고른다면 바로 재미 혹은 유머다. 그는 언제나 웃기면서도 서글픈 상황을 연출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리고 물고기들)
츠네오가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조제는 내일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 살아남기 위해 강한 척 위장을 해야 했던 사람, 상처받지 않기 위해 벽을 쌓고 상대가 먼저 돌아서게 만드는 사람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모두 어딘가에 갇힌 대상이다.
만나면 헤어진다는 것, 시작되면 끝난다는 것, 올라가면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담당하게 보여주는 영화
(이터널 션사인)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원인을 찾아나가는, 단순한 플롯의 역배치 만으로도 꽤 재미있는 추리와 상상력이 자리할 공간이 마련된다. 이건 찰리 카우프만의 <존 말코비치 되기> (1999)와 <어댑테이션>(2002)에서 선보인 바 있는, 플롯의 트릭이기도 하다.
----> 유연찮게 본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도 같은 역배치 영화다.
당신에게 두 번째 기회가 온다면 이제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사랑의 아픈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사랑의 기억이라는 게 나쁜 것만 지우는 선택이 가능한 걸까."
사랑은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로부터 비롯되는 미세한 치우침이다.
지금 다시 시작하면 똑같은 아픔을 겪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평범하고, 의미심장한 순간도 이때 시작된다.
영화는 이해되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공명하는 매체다.
서로의 '괜찮음'을 확인하는 이 장면을 완성하는 것은 대사의 내용이 아니라 전달되는 방식이다.
[ 자평 ] "영화를 이렇게 읽어야 하는구나!!" 를 배울 수 있는 고수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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