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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무엇보다도, 김수영의 시를 읽으면 안온했던 일상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생각해야 할 것을 생각하지 않은 채 살고 있었다는 느낌, 날이 무뎌진 것도 모른 채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는 느낌에 선뜩해진다. 김수영 시 읽기의 진정한 의미는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김수영의 뜨거움은 한 인간이 일생에 걸쳐 성격처럼 지닐 수 있는 일상적 뜨거움이다.'

성격처럼 지닐 수 있는 일상적 뜨거움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기에 이 문장은 김수영에 관한 최고의 찬사처럼 들린다.

 

무엇보다 그의 글은 거친 삼베처럼 마음을 쓸어내린다. 

 

 

김수영 시의 일관된 주제인 끈적한 일상과 서늘한 이상 사이의 갈등을 체화하게 되는 이 시기의 키워드들은 한국전쟁, 일상과 이상의 줄다리기, 첫 시집 <달나라의 장난>이다.

 

 

'몸부림은 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민감하고 세차고 진지하게 몸부림을 쳐야 하는 것이 지식인이다'라는 입장은 김수영의 시와 산문과 비평 등에서 초지일관 나타나는 주장이다.

 

김수영의 정신은 지적 패배주의에 반발한 살아있는 젊은 정신이다.

김수영은 이론과 실천이 고통스럽게 통일되어 사상이 몸을 얻은 진정한 근대적 모더니스트이다.

김수영은 사랑, 자유, 설움, 정직, 양심, 혁명, 성숙의 시인이다.

김수영은 첨예한 현실 인식과 서정성의 줄다리기 한 가운데서 드물게 성공적으로 위치한 시인이다. 

김수영은 실천적 시인과 소시민적 지식인의 괴리감 사이에서 순교한 시인이다.

 

설움은 김수영 시에서 중요한 시어이다.

그의 설움은 마음의 밀도가 가장 높을 때 차오르는 감정이다. 

 

팽이가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돌고 도는 무위의 움직임으로 보이면서 그는  쫓겨다니듯 사는 자신의 일상을 팽이처럼 보게 된다....

팽이가 그저 묵묵히 돌고 또 돌기만 하자 문득 사는 것이 서럽다는 생각이 울컥 들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음을 다시 깊이 새긴다.

 

 

모더니스트로서 김수영이 불러온 '첨단'의 노래는 속력과 젊음과 미래의 시간으 담고 있으며, 

그가 등한시했던 '정지'의 미는 과거시간과 전통과 늙음에 내포한다.

 

 

 

시는 삶과 동궤의 것이며 진정한 시는 삶을 관통해나가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김수영은 '높은 윤리감과 예리한 사회의식에서 태어난 소박하고 아름다운 고도한 상징성을 지는 민중의 시'를 최상의 시로 꼽고 있다. 이는 시의식과 시민의식이 합일되고 예술성과 현실성이 동일하게 추구되면서 '온몸' 이라는 어휘가 주는 전력투구와 최선의 형식으로서의 내용이 강력한 하나의 시학으로 집약된 표현이다.

 

시는 현실로부터 독립한 미적 실재가 아니기에 문학과 삶은 다른 차원의 것일 수 없으며, 시인은 지식인의 사유를 지닌 자로서 그 사유와 시작은 동일하게 추구되어야 한다는 그의 시학에 이르른 것이다..

 

김수영은 좋은시를 두고 '딸깍 소리가 나는 시'라고 정의한 바 있다. 

틈과 아귀가 꼭 들어맞듯 완성된 시를 이르는 것이다. 

 

 

[ 자평 ]  김수영시인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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