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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암소)

 

땅바닥에 들러붙어 이리저리 헤매면서 일만 하고, 목구멍에 똥을 밀어넣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흙길 가의 플라타너스 낙엽 알래 혼자 죽어가는 벌레......그렇게 벌레, 일, 똥, 죽음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서 그는 울기 시작했다.

 

(바퀴벌레)

 

벽에 뚫린 구멍으로 거리를 내다보면서 생각할거야. 

저기 적의를 띤 삶이 곰팡이처럼 자라나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그리고 그녀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염소들처럼 다시 거리로 나갈 테고, 남자들은 그 거리에서 한번 그녀들을 쓰러뜨리겠지. 그러면 그녀들은 또다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복종해야 할 테고.

 

그녀는 평생 동안 그를 찾아 헤매리라.

그의 슬픈 눈을 꿈꾸고,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손길을 꿈꾸면서 평생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꿈이 그녀를 완전히 갉아먹게 된다 해도, 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알아차리자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의 삶은 꿀처럼 달콤하리라.

 

(우리 시대의 실존, 착각과 고독, 그리고 살아 숨 쉬기 : 옮긴이의 말)

 

귄지그가 그려내는 일곱 개의 우리 속에는 궁지에 몰린  '인간-동물' 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울부짖고 있다.

더는 사랑하지 않는 부부들, 사랑을 갈망하지만 뜻대로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 타인과의 소통이 부재하는 삶 속에서 시간을 죽이며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철저히 무관심하며 무기력하며 자아마저 흐리멍덩한 사람들, 타인의 존재를 오직 말초적 카타르시스를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사람들, 또는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만, 타인과 연결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서투른 인물들, 정상적인 리비도의 분출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 속에 던져진 사람들, 관심과 사랑과 이해를 갈구하는 고독한, 자기중심적인 판토마임들....

 

이 '안간-동물' 들은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눈을 뜨고 똑똑히 보라는 듯이.

우리는 그 '인간-동물'들을 멀리 떨어져 느긋하게 관망할 수 없다. 

충족되지 않는 삶, 불쾌하고 누추하기만 한 삶, 의미가 파괴된 삶, 해답 없는 세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숨 쉬고 계속 살아가는 그들은 우리와 너무도 가까운 곳, 어쩌면 바로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 자평 ]  번역자에 고마워야 할 책....언어의 번역, 의도의 번역, 해석의 번역.....

 

누군가의 서평 추천으로 읽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기괴하고, 거대하지는 않지만 기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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