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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장자의 눈에 정치권력은 전혀 돌아볼 가치가 없는 '썩은 쥐'에 불과한 것이라 빼앗거나 붙들고 있을 성질의 것이 못 됩니다. 장자에게 권력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지위는 한 인간의 자유롭고 활력 넘치는 생명력을 질식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권력과 지위로 인해 인간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여 자신의 본성에 위배되는 굴레 속으로 자기 자신을 얽어맨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노자와 장자는 둘 다 '도'를 근본으로 삼아, 모든 현상과 변화의 이면에는 일체의 자연을 움직이는 법칙이 있다고 믿었고, '도'가 그 법칙의 주재자라고 믿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도'의 존재를 명확히 이해하고, '도'의 규율을 탐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었지요. 그들의 공통점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장자는.....'도'를 명료하게 깨우치면.....외부 기준 속에 자신을 함몰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노자가 '도'를 이해하는 목적은 이 '도'를 처세와 권력에 운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도'를 이해하는 사람은 '도'를 이해하는 사람보다 휠씬 더 효과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권력을 사용하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장자의 학설은 대답보다 물음 자체가 더 중요하며, 일부 근원적인 물음은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지요.
왜냐하면 일단 대답이 되면 그 대답은 본래 '무형'인 것을 억지로 '유형'화화는 것이 되고, 본래 '무상'인 것을 '유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 되는 까닭이지요. 그래서 장자는심오한 학설과 황당한 말 광대한 표현으로 이야기했고, 또 때로는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한쪽에 얾매이지 않았습니다.
간접적이고 에두르고, 아득하여 종잡을 수 없고, 끝 간 데 모를 과장과 거칠 바 없는 자유자재 그리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어야만 '무형'의 것을 유형화하거나 '무상'의 것을 유상화하지 않게 되고, 나아가 자신의 본 마음을 거스리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노자>는 가장 권위적인 문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표현 방식이 직접적이고 명확하여 논의이 여지가 없습니다.
<논어>와 비교하면, 묻고 답하는 대화는 없이 오직 답만이 제시되어 있을 뿐이지요. 또한 <노자>에는 그 이야기를 하게 되는 정황이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이는 <노자>가 정황의 영향을 받지 않는 보편적인 기준을 제시함을 의미합니다. 더군다난 <맹자>나 <장자>와 달리 <노자>에는 '논쟁'도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입장, 다른 견해를 지닌 인물의 등장도 없고, 그러한 인물과의 열띤 의견 공방 같은 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나는 그대들에게 이러한 이치를 내놓으니 이를 믿고 믿지 않고는 그대들에게 달려 있을 뿐"이라는 식입니다.
---> 내가 읽은 노자 <도덕경> 책에서 처음 읽는 주장이다.
---> 역시 한자를 원어로 하는 학자들의 글을 읽을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 "전적을 읽을 때면 그 전적이 존재했던 시대로 돌아가 그 시대에 어떤 이들이 살았으며 그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었고 무슨 문제를 제시했는지 상상해봅니다. 그리고 사상사의 한 가지 방법론적인 깨우침은 제게 대단히 유용한데, 그것은 옛날 사람들이 남긴 모든 자료, 특히 사상사적인 자료를 모종의 대답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 명의 독자로서 우리는 먼저 캐묻고 문제를 제시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는 뭐라고 대답하고 있는가?”, “그가 물어봐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라고 말입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옛날 사람이 잘 대답했는지 더 적절히 평가할 수 있고, 혹은 그가 제시한 답이, 유사한 문제와 부딪쳤을 때 우리가 제시하는 답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인식할 수 있습니다."
---> 지식을 추구하는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흥미입니다.”
양자오楊照 인터뷰訪談 : 고전에서 또 다른 중국을 발견하다從經典中發現另一個中國 (sinology.org)
양자오楊照 인터뷰訪談 : 고전에서 또 다른 중국을 발견하다從經典中發現另一個中國
양자오 인터뷰: 고전에서 또 다른 중국을 발견하다 楊照:從經典中發現另一個中國|訪談 .楊照, 출처 香港大學 양자오楊照 독서를 통해 전통 문화에 접근하고 선인들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 유
sinology.org
혹시 <노자>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후세 사람들의 지레짐작으로 <노자> 본래의 의미를 휠씬 넘어서는 의미가 덧붙여진 것은 아닐까요?
<노자>는 처음부터 곁가지가 무성한 거목의 축소판이 아니라 그저 한 그루의 바싹 마른 등나무는 아닐까요?
<노자>에서 알리고자 하는 첫 번째 내용은 만물에 앞서는 '도'의 존재입니다.
'도'는 모든 사물을 관할하고 통솔하는 주재자입니다...
'도'가 만물을 관할 통솔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어떤 개별 원리로부터 도출된 것도 아니고 무엇에 의해 지배당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두 번째 내용은 '도'에 대한 이해입니다.
특히 분별이 생기기 전의 모습으로 물러서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분별이란 항상 상대적입니다.
긺은 짧음이 있음으로 인해 생기고, 높음은 낮음이 있음으로 해서 생기며, 선은 악이 있음으로 해서 생깁니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그러한 분별이 생기기 전의 '혼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노자는 주장합니다.
일체의 이러한 분별이 생기기 전의 '대혼돈', 그것이 '도'입니다.
<노자>에서 말하고자 하는 세 번째 내용은 어떻게 하면 '도'에 따라 적확하고도 효과적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노자>의 내용은 '주', 즉 군왕 또는 지배층을 상대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권력을 쥔 사람에게 어떻게 권력을 운용할지,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더욱 큰 권력을 누릴지, 차지한 권력을 어떻게 하면 잃지 않을지를 가르쳐 줍니다.
현상을 면밀히 관찰해야만 본질을 미루어 알 수 있고, 본질을 알아야만 현상의 질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도는 무와 유의 가운데, 또는 무와 유의 사이, 또는 무에서 유로의 변화 속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노자는 '상'(常)을 중시합니다.
이는 오래도록 변치 않는 안온하고 균형 잡힌 상태를 뜻합니다.
노자는 "옛날에 도를 잘 행했던 사람"의 특성으로
'머뭄거림', '주저', '엄숙함', '풀어짐' 등을 거론했는데, 이 특성들 역시 즉각적인 효과를 거두려는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아니라 고요하고 느리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노자>는 비일상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에 맞서는 일련의 지혜입니다.
그 시대 권력자들의 욕망은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었고, 그에 대항할 아무런 힘도 지니지 못한 백성은 권력자의 이러한 욕망 충족을 위해 끊임없이 강제 동원되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시대 흐름에 <노자>는 교묘히 브레이크를 걸고자 했던 것입니다.
저는 <노자>의 학설로 사회를 구성하고 권력을 운용한다면 현대 문명은 필연적으로 재앙을 맞이하리라 생각합니다.
[ 자평 ] 만원도 안되는 150 페이지 짜리 책이 이렇게 무거울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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