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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 ]
언론은 상처받은 마을이 얼굴을 감싸려 들자 그 손을 잡아 뜯었고, 타지 사람들은 그 맨 얼굴을 보겠다고 몰려들었다.
'먹고살기 위해서였다'는 핑계는 너무 모호하다. 그러나 다수의 마을 사람들은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살기 위해서였다고 말이다. 윤리 의식, 죄책감, 동정심, 인간애 같은 것들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냐고 묻기도 전에, 사람들의 생존 앞에서 힘을 잃었다. 그것들이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으로 후퇴했다. 그리고 생존과 성공을 자랑스러워하는 풍조가 그자리를 대신했다.
인간은 인간의 쓰레기통이다. 인간은 인간에게 (인간에게 뿐만은 아니지) 감정의 배설을 쏟거나, 진짜 배설물을 쏟는다. 그들은 그렇듯 서로에게 똥칠을 해대다 죽는다.
각질이라든가 머리카락, 독한 채취, 인간보다 먼저 죽어서 떨어지는 인간의 부스러기.
도로변에 뒹구는 빈병 같은 아침이 올 것이다. 해안가에 떠내려온 죽은 고래 떼 같은 아침이 올 것이다. 그 아침은 너무 길고 지루해서, 죽음에 이르지 못할 타격만을 내게 줄 것이다. 언제까지 그 짓을 계속해야 한단 말인가. 그 비참함을 언제까지 견뎌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 아침을 한 번쯤은 더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 자평 ] 궁합이 맞지 않는 책들이 있다. 책과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궁합의 잘못이다.
추리/미스터리 소설로 분류되는 소설이다.
장르로 보자면 아마 국민학교시절에 코넌 도일이나 아가사 크리스티, 루팡 시리즈 외에 어른이 되서는 처음 읽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추리/미스터리 책은 나에게 어떠한 읽을 이유도 없었다.
책을 소개하는 팟캐스트에 평이 좋아서 읽게 되었다.
'화차'를 쓴 미야베 미유키가 좋은 평을 했다고 한다.
화차는 읽은 것은 아니고 영화로 보았다.
작가의 말이 인상 깊다.
수정을 포함하여 2년 남짓 했다고 한다. 원고지 1,448매 -> 1,666매 --> 1,379매를 거쳤다고 한다.
2년이 노력을 3~4일만에 건져 올리려니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날로 먹는 기분이랄까.....
내가 거의 접하지 않는 분야라 이런 책을 어떻게 평해 줄 수 있을까? 남들의 평이 더 궁금하다.
다 읽고 난 후 책 띠지에 있는 평을 다시 보닌 뭐 크게 공감할 수 없었다.
"더없이 그로테스크하고, 아름답고 강력하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에서도 읽은 적이 없을 것이다.."
알라딘 사이트에 추가로 있는 (미스테리아 편집장이라는) 김용언씨의 평이 더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지? 같은 한글책을 읽었는데....어디에 이런 점이 있는지.....기억을 더듬게 된다.....
"추악한 이기심 앞에서 필연적인 패배를 예감하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만은, 너만큼은 여기에서 이겨 살아남으라는 간절한 의지가 아주 희미한 희망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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