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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지배 by 한 병철

비즈붓다 2023. 10. 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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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정보체제)
 
정보체제의 예속된 주체는 고분고분하지도 않고 순종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그 주체는 자기가 자유롭고 진정성 있고 창조적이라고 망상한다.
그 주체는 자기를 생산하고 자기를 공연한다.
 
정보체제는 다음과 같은 위상학적 원리들이 유효하다.
첫째, 불연속성이 연속성을 위하여 철거된다. 
둘째, 폐쇄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개방이 차지한다.....가시성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고립을 통해서가 아니라 연결망 형성을 통해 확보된다.....
자유와 감시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지배는 완성된다.
 
스마트한 안락 구역으로서의 디지털 감옥에서는 지배체제에 맞선 저항이 발생하지 않는다. '좋아요'가 모든 혁명을 몰아낸다.
 
푸코가 서술한 규율체제의 특징인 감시와 처벌은 동기부여와 최적화에 밀려난다. 
신자유주의 정보체제에서 지배는 자유로, 소통으로, 커뮤니티로 나타난다.
 
소셜미디어는 교회와 같다. 좋아요는 아멘이다. 공유는 성찬식이다. 소비는 구원이다.
 
소비와 정체성이 하나로 합쳐진다. 정체성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된다.
 
정보체제는 사람들을 개별화한다. 설령 모이더라도 사람들은 군중을 이루지 못하고 디지털 떼거리들을 이룬다.
 
 
(인포크라시)
 
재미가 정치적 내용의 전달을 좌우하고 합리성을 갉아먹는다....
뉴스가 소설과 비슷해진다. 허구와 실재의 구별이 흐릿해진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오웰의 감시국가보다 여러모로 우리의 현재에 가깝다.....
사람들은 재미, 소비, 즐거움에 휩싸여 몽롱해진다. 행복을 향한 강박이 삶을 지배한다. 
 
정보체제의 예속 구호는 이러하다. 우리는 죽도록 소통한다.
 
합리성도 시간 집약적이다. 합리적 결정은 장기적으로 구상된다. 순간을 넘어서 과거와 미래로 뻗어나가는 숙고가 합리의 졀정에 선행한다. 이 같은 시간적 뻗어나감이 합리성의 특징이다. 정보사회에서 우리는 합리적으로 행위할 시간이 전혀 없다.....
시간 압박 아래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지능을 선택한다. 지능은 전혀 다른 시간성을 지녔다. 
지능적 행위는 단기적 해결과 성과를 지향한다. 루만은 다음과 같이 옳게 지적하다. "정보사회에서는 합리적 행동을 더는 거론할 수 없으며 기껏해야 지능적 행동만 거론할 수 있다."
 
흥분소통에는 더 나은 논증이 아니라 더 큰 흥분을 유발할 수 있는 정보가 관철된다.
 
 
(소통행위의 종말)
 
스마트폰은 성숙한 시민을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오히려 소비 및 소통 좀비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디지털 커뮤니티는 상품이다. 디지털 커뮤니티는 정치적 행위를 할 능력이 없다.
 
담론은 경청의 실행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일차적으로 경청의 위기다.
 
필터 버블은 나를 영구적인 '나-고리'안에 빠뜨린다.
 
오늘날 모든 각자는 자아를 숭배한다. 누구나 자기를 공연하고 생산한다. 알고리즘을 통한 망의 개인화가 아니라 타인의 사라짐이, 경청 능력의 부재가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의 원인이다.
 
 
(디지털 합리성)
 
소통 없이, 담론 없이 존속하는 형태의 합리성을 디지털 합리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인공지능은 정당화하지 않고 계산한다. 논증의 자리에 알고리즘이 들어선다. 논증은 담론 과정에서 개선된다. 반면에 알고리즘은 기계적 과정에서 계속 최적화된다. 이를 통해 알고리즘은 스스로 자신의 오류들을 수정할 수 있다. 디지털 합리성은 담론적 배움을 기계학습으로 대체한다. 그렇게 알고리즘은 논증을 흉내 낸다.
 
정치는 데이터 주도의 시스템 관리로 대체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들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내려진다. 
 
빅 데이터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은 일반의지를, 곧 사회의 '일반적 최선'을 계산해내야 한다.
 
 
(진실의 위기)
 
지금 정보는 실체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채 과도실재적 공간에서 유통된다. 사실성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간다. 요컨대 우리는 탈사실화된 우주 안에서 산다.
 
진실은 다양한 타당성 주장들이 모두에 맞선 모두의 전쟁으로, 사회의 전면적 분열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다. 
 
총체적 제작가능성은 디지털 사진의 본질이기도 하다. 아날로그 사진은 보는 사람에게 존재하는 것의 존재를 증명한다.
 
정보사회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신뢰를 상실한다. 정보사회는 불신 사회다.
 
이야기는 정보들로 파열한다. 정보는 이야기의 맞수다. 빅데이터는 장대한 이야기와 대립한다. 빅데이터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음모론은 이야기함으로써 우연과 복잡성을 없앤다. 
 
'참된 민주주의'를 이끄는 원리는 두 가지, 곧 이세로리아(isegoria)와 파레시아(parrhesia)다.
이세로리아란 모든 시민에게 부여된, 자유롭게 발언할 권리다. 
파레시아, 곧 참되게 말하기는 이세고리아를 전제하지만, 헌법적인 발언권을 넘어선다.
 
파레시아는 정치적을오 행위하는 사람들에게, "이성적이고 참된 발언을 사용"함으로써 진실을 말하고 공동체를 돌볼 의무를 부과한다.
 
파레시아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차원 중 하나입니다.
진실을 향할 용기로서의 파레시아. 곧 "용감한 파레시아"는 탁월한 정치적 행위다.
 
철학은 오늘날 참되게 말하기와, 진실을 위한 염려와 결별한다.
 
철학자는 오늘 일어나는 일에 관하여 파레시아를 실행한다. 헤겔이 시대를 생각 안에 담는 것을 철학의 과제로 볼 때, 그는 자신을 저널리스트로 이해하는 것이다.
 
디지털 동굴은 우리를 정보 안에 가둬놓는다. 진실의 빛은 완전히 꺼졌다. 정보 동돌의 바깥은 아예 없다. 강렬한 정보 도취가 존재의 윤곽을 흐릿하게 만든다. 진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파레시아 실행자의 핵심 특징은 진실을 향할 용기다. 
 
 
[ 자평 ] 한국사람의 외모를 지닌 철학자라 주장하는 분들 중에..... 철학자와 철학 교수/철학 교사/철학 저자와의 차이..
 
재독하면서 가장 심장에 남은 문장은....'진실을 위한 염려'였다.
 
철학자라.....내 관점에서 철학자는...
"시대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 원인과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의 용어/개념 제시가 있는가? " 이다.
그러므로 내가 읽은 자칭/타칭 철학자라 말하는 저자들은 대부분은 철학교사이다....
 
나무위키에서 대한민국철학자 중 책으로 접해본 내 경험상으로 대부분 철학교수나 교수가 아닐까.....
(전혀 중요하지 않겠지만) 내가 직접 읽어 보고 인정할 만한 철학자는...
고병권, 김상봉, 윤구병, 함석헌, 류영모 선생 정도였다.
독특한 자기 관점, 이해, 이유, 언어가 있는 분들.

 

분류:대한민국의 철학자 - 나무위키 (namu.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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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님(1959년 ~) 의 저서는 나오면 사서 본다...
내게는 한국사람의 얼굴을 한 철학자라 일컫어지는 분들 중 철학자의 냄새가 상당히 짙게 나는 몇 분 중 하나..
 
물론 막말과 기행 논쟁도 있긴 하다. 
철학자가 그가 말한 대로 산다면, 그런 분은.... 철학자가 아니라, '성인'이라 한다.
 
" '타자의 추방' 출간 기념강연에서 사진을 찍거나 박수를 치는 청중에게 화를 냈다."
" 질문하는 독자에게 "입을 다물라"거나 "참가비 1천원을 줄 테니 나가라"는 막말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 모욕감을 느낀 일부 독자는 강연 도중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피로사회' 철학자 한병철, 강연회서 '막말' 논란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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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비 줄테니 나가라" 등 발언…출판사 공식 사과 "인내가 경청자의 준칙" 메시지 전달 아니냐는 해석도(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현대사회에 대한 철학적 통찰로 독일과 한국에서 주목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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