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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들

아불류 시불류 by 이외수

비즈붓다 2020. 10. 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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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 ]

 

그대를 사랑하기 전에 내가 겪었던 일들은 모두 전생이었네.

 

태양은 대기업의 빌딩 위에서만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집필실 창문 앞에 있는 개복숭아 나무에게 물었다. 언제 꽃피울 거니.

개복숭아 나무가 대답했다. 절로, 꽃피우는 거지 작정하고 꽃피우는 거 아닙니다.

 

차나 한잔 하고 가소 - 어쩐지 있어 보이는 법문이다.

'밥이나 한 그릇 때리고 가소'나 '술이나 한잔 꺽고 가소'와는 비교가 안 되는 것이다.

역시 풍류에는 운치가 있어야 한다.

 

어떤 문장에는 이빨이 있고 어떤 문장에는 발톱이 있다. 

어떤 문장은 냉소를 머금고 있고 어떤 문장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고 글 한 줄로 천생연분을 맺는다.

글은 자신의 품격을 대신한다. 

 

교훈은 간직하라고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라고 전해주는 것이다.

 

사랑이 현재진행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애인으로 존재하게 되지만, 

과거완료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죄인으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죄인이 되는 것이 겁나서 이 흐린 세상을 사랑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돈이 그대에게 오도록 만들고 싶은가. 그러면 사람이 먼저 그대에게 오도록 만들어라.

사람을 곁에 머무리게 만들 수 없다면 어찌 돈을 곁에 머무르게 만들 수 있겠는가.

 

세상은 살아갈수록 복잡해지고 인생은 살아갈 수록 간단해진다.

그래서 살만 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떠날 때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믿음은 마음에서 만들어지고 오해는 머리에서 만들어진다.

 

공부해서 남주냐, 라는 옛날 유행어가 있었다.

하지만 공부해서 남 안주는 놈이야말로 헛공부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사자의 힘이 막강하기는 하지만 그 막강한 힘을 고작 먹이 구하는 일에만 쓰게 된다면 별명만 백수의 왕이자 현실적으로는 앵벌이나 다름이 없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절대 춤추게 하고 싶지 않은 고래를 만날 때도 있다.

 

하나님, 왜 꿈이 소박한 사람들일수록 인생을 가혹하게 살도록 만드시나요.

 

산은 한자리에 우뚝 솟아 침묵을 다스리고 있어야 산이라고 할 수 있고 

강은 울음으로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르러야 강이라 할 수 있거늘, 

대저 지금 이 땅에 산은 얼마나 산으로 남아 있으며 강은 얼마나 강으로 남아 있느냐.

 

모든 성공의 배면에는 정신이라는 말뚝이 굳건히 박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만을 간절히 원하지 그 말뚝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예술과 사랑은 길수록 좋고 예식과 축사는 짧을수록 좋다.

 

진정한 새는 날개 없이 날아다니는 풍선 따위에 결코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시계가 깨진다고 시간까지 깨지는 것은 아니다. 

 

양심, 개념, 교양, 예의를 고품격 인간의 필수지참 4종 세트라고 한다.

세간에는 이것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인간을 4가지 없는 인간, 또는 싸가지 없는 인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다섯 살 먹은 옆집 꼬마가 장래 직업을 아파트 경비원으로 선택한 이유 

- 날마다 짜장면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낱말도 씨앗이다. 하지만 씨앗을 심는다고 다 싹이 트는 것은 아니다. 

싹이 튼다고 하더라도 다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꽃이 핀다고 하더라도 다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니다.

심었는가.

이제 살과 뼈로 거름을 삼고 피와 눈물로 뿌리를 적실 각오를 하라.

 

민첩성은 안 가지고 다닙니다. 그 대신 인내심을 가지고 다니지요 - 달팽이

 

웃으면 복이 온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언제나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는 아이에게 그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습니다. 복이 오면 그때는 웃을께요.

 

못 배운 사람의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배운 사람의 억지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기다림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그리움이 증오심으로 변모한다.

 

세상 그 어디에도 기쁨과 행복만을 가져다주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은 언제나 그 크기와 깊이에 비례하는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

 

 

 

[ 자평 ]

 

역시 작가는 작가다. 

2010년 읽고 10년이 지난 2020년에 다시 읽어도 펄펄 살아 있는 문장이 많다.

단어를 가지고 노는 솜씨가 어찌 이리 탁월할까!!

 

이외수선생의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 보지는 못한 것 같다.

짧고 단순하고 가벼운 것들만 읽은 듯.....

아마 2010년에 읽은 이 책이 이외수선생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시절일 것이다.

 

다만 달라진 것은 작가다.

2020년 10월. 그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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