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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처음에는 바옐의 천재성에 놀랐다. 조금 후에는 그것을 질투하게 되었고 마침내 존경하게 되었다.

 

청중이 아닌 관객. 아무리 찾아봐도 한 사람이 없었어. 내 곡을 이해해 줄 사람. 내가 말하는 바를 온전히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 진정으로 나의 음악을 '들어 줄 사람......그곳에도 없었어. 나는 오직 그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연주하고 있는데.

 

나는 모토벤이 와도 공짜로는 연주 안 해. 내게 의미가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감히 내 음악을 아무도 대가 없이 들을 수는 없어. 나는 돈을 벌 거야. 음악은 내게 생존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니까. 내게는 자네처럼 부자 부모도 안락한 가정도 없다고.

 

슬픔이 눈이 되어 에단에 쌓이는 그날. 많은 사람들이 우리로부터 헤어질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괜찮아요. 견딜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눈물이 많은 사람이니까.

 

음악은 끝이 났다. 그러나 나는 끝이 있되 영원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알았다.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객관적으로만 따지자면 물론 당신의 연주는 훌륭합니다. 너무 완벽해서 정이 가지 않을 정도죠. 하지만 진솔함에 있어서는....글쎄요. 저라면 고요 씨에게 표를 던질 겁니다.

 

사람들은 괴팍한 예술가의 그림에서는 심오함을 느끼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그림에서는 따스함을 느끼지요. 고요 씨가 하는 음악은 후자와 같았습니다. 들으면서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그는 당신을 향한 존경. 그 한 가지만을 순수하고 분명하게 전달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답례한 그 음악은 대체.....글쎄요, 그건 뭐였습니까?

 

그의 음악이 언어가 되고 미려한 문장이 되어 마침내 글을 탄생시키는 것이라면, 그 글은 인간이 읽을 수 없는 신의 언어일 것이다. 

 

악마란 게 별거겠습니까.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매혹당한 사람들을 놀리며, 마지막에는 비열한 방식으로 뒷통수를 칩니다. 마술사와 마찬가지죠. 그저 지독한 장난꾸러기들이랄까요.

 

글쎄요. 단순히 글을 읽을 줄 아는 것과 글을 볼 줄 아는 것과 그 글에서 감동을 느낄 줄 아는 것은 다르지요. 

 

백작이 바옐의 음악을 이해한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느낄 줄 모른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이해하지만 감동을 느끼지는 못하는 그자가....정말로 바옐의 청중일까? 

 

세상 모든 이들을 향한 모토벤의 고결한 복수.

그것은, 음악이었던 것이다.

 

고결한 여명의 주인이자 영원한 드 모토베르토. 아나토제 바옐.

그리고 그의 유일한 청중이었던, 고요 드 모르페.

 

그 사람은 뜨겁게 자신을 안고 자신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해 주고, 조심스럽게 또 사랑이 담긴 손으로 자신을 보듬어 줄 것이다. 서로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서로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 자평 ] 작은 글씨로 550P 되는 책을 순식간에 읽을 수 밖에 없게 사람을 빨아 드리는...

 

블로거에서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었다. 

([독서평점★★★★☆]얼음나무숲 - 이렇게 훌륭..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정말 몰입하여 읽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매개로 한 두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므로 중세적인 분위가 맞을 것 같다.

바리올린을 켜는 김철수, 피아노의 황길동 뭐 이런 이름보다.

아타토제 바옐, 고요 드 모르페가 어울린다.

거꾸로 거문고를 뜯는 김철수와 아쟁의 황길동이, 거문고의 바옐, 아쟁의 모르페 보다는 더 잘 어울린다. 

 

세르반테스 이후 최고의 스페인어 작가라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에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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