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2023년

비즈붓다 2025. 2. 24. 14:53
728x90

 

원제 'Holdovers'는 (권력 있는 직책의) 유임자, 아니 더 적합한 번역은 ' ‘남겨진 자들’, ‘남겨진 것들’ 정도 되는 뜻이라고 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원제를 찾아 보니, 한번 더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제목이다. 

데이비드 헤밍슨(David Hemingson, 1964년 ~) 각본에, <어바웃 슈미트, 2002년>의 알렉산더 페인(Alexander Payne, 1951년 ~) 감독의 미국 코메디 드라마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년> 등의 여려 영화에서 명품 조연을 했기 때문에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익숙했던 폴 지아마티(Paul Giamatti, 1967년~). 이 캐릭터에는 이만한 분이 없어 보인다. 딱 그 선생님의 모습 그대로 인ㄱ 것 같다. 캐릭터가 인물 그 자체인 것처럼 느껴진다. 

눈빛이나 표정만으로 그 내공을 볼 수 있었고 96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이 충분해 보이는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Da'Vine Joy Randolph, 1986년 ~). 나이를 넘은 캐릭터를 연기한 듯 한데,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렇게 어린 분인지 몰랐다. 

 

또한 간간히 들리는 영화의 분위기를 압축해 놓은 부드러운 기타 선율과 노래로 음악을 담당한 마크 오튼(Mark Orton, 1968년~)의 감성도 한 몫 했다. 영화에 총 24곡이 사용되었는데, 7곡은 오튼이 작곡했다고 한다. 특히 Labi Siffre 의 <Crying, Laughing, Loving, Lying>이 좋았다. 이 노래는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인 라비 시프리가 1972년에 발표한 곡인데, 영화에 1971년 송년/신년을 맞는 장면이 나오다. 시대와 노래를 딱 맞춘 듯 하다. 

https://youtu.be/QEJQIZq89s0?si=DaYZFRVBa3Z6p94_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상처가 있다. 이 영화는 그 상처받은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그저 평범한 얘기이다. 그런 평범성이 어떻게 이렇게 위대한 스토리가 될 수 있는지, 각본가와 감독, 연기자들의 궁합이 너무도 잘 맞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

 

감독도 어느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아늑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쓸쓸함에 대한 이야기이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의 평도 좋은 편이고, 충분히 그럴만 하다고 본다. 

 

"Beautifully bittersweet, The Holdovers marks a satisfying return to form for director Alexander Payne."

"아름답고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바튼 아카데미'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만족스러운 복귀를 의미한다."

- 로튼 토마토 평론가 총평"

상처를 안고 홀로 견디는 자들의 시공간을 연결하는 디졸브의 짙은 위로. 이동진 (★★★★)
실망에 대한 가장 따뜻한 연구. 김혜리 (★★★★★)
다른 이의 삶을 섣불리 재단 않고 천천히 알아가면 달라지는 것들  유선아 (★★★★☆)
‘공존의 인간학’에 웃다가도 울컥 박평식 (★★★☆)
 
 
2025년 2월 24일  고래에다 감독의 <괴물> 로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한 사카모토 유지(Sakamoto Y uji  , 1967년~) 작가 인터뷰를 읽었다. 이 분의 인터뷰 이 부분을 읽으며서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 인물을 좋아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것을 웃어넘기거나, 그럼에도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려 하거나, 항상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물을 그리고 싶다.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게 당연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삶을 손에 쥐려는 인물을 그리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는 등장인물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화려한 이야기보다 등장인물이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그 사람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떠올리게 되는 인물을 만드는 게 변함없는 목표다.
 
가상의 영화 인물이지만 폴 허넘 교사, 메리 램  조리사, 앵거스 털리학생이 그 후 어떻게 사는지 정말 궁금하다.
 
 
 

사카모토 “시간 앞 나약해지는 인간… 그럼에도 굳건한 마음 그리고 싶었다"

사카모토 시간 앞 나약해지는 인간 그럼에도 굳건한 마음 그리고 싶었다 괴물로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 日 사카모토 유지 작가 인터뷰

www.chosun.com

 

기억에 남긴 대사와 장면은
-------------------------------------------
 


바튼학교 역사교사인 폴 허넘은 영화에서 <펠레폰네소스 전쟁>를 강의하고, <명상록>을 선물한다.

안 읽어 본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를 포함하여 다시  읽어 봐야 겠다.

--------------------------------------------------------

뚝 던진 말인데... 가슴에 꽂힌다.

각본가 그렇게 잘 썼고, 연기자가 그렇게 잘 연기했다.

뚝 던진 말....

맞다. 우리는 자의와 상관없이 세상에 그저 피투((彼投)되어 여기에 앉아 있을 뿐이다.

-------------------------------------------------

글쎄. 지금 나는 동의하지는 않는다.

20-30대 시절에는 나도 이런 줄 알고 역사책을 꽤 많이 읽었다.

그 나이보다는 이제 거의 두 배를 산 결과 나는 역사책과 종교책은 거의 읽지 않는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세종대왕은 2차 방정식을 풀 수 없으시기 때문이다.

둘째, 정도전선생은 개헌이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해법으로 현재의 문제를 풀 수 없고, 현재의 문제에 대한 답은 미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아마 어마 어마하게 많이 읽고, 듣게 되는 말이다. 

이 정도 말이 먹힌다는 것은 40대 이하 시절이나 그럴 것 같다. 

각본가인 데이비드 헤밍슨는 거의 60이 되신 분이다. 아마 이 선생님처럼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해줘야 할 때 그냥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일 것이다. 

--------------------------------------

그러나, 이 말이 정말 더 맞는 것 같다.

세상은 가혹하고 알 수 없는 곳이다.

심지어 세상도 날 그렇게 느낄 것이다. 

 

각본가인 데이비드 헤밍슨가 아마 지금 나이에서 뽑아 낸 대사는 저걸 것이다.

그냥 각본가보다 살짝 어리지만 이 정도는 살아 내야 보이는 대사일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