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by 카를로 로벨리

[ 밑줄/연결 ]

두 화폐는 서로 상대에게 비교되는 가치를 지닐 뿐이다. 마찬가지로 더 진짜에 가까운 시간도 없다. 서로에 대해 상대적으로 변화하는 시간들일 뿐이다. 둘 중 다른 시간에 비해 더 진짜에 가까운 시간은 없다.

물리학은 사물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모든 사물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시간들'이 서로 어떻게 다르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한다.

열이 있는 곳에서만 과거와 미래가 구분된다.

클루아지우스는 '열이 역행 없이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는 상황을 측정하는 양'에 대한 개념을 도입하고, 명석한 독일인 답게 그리스어로 '엔트로피'라는 명칭을 붙인다.

열은 분자들이 일으키는 미세한 동요다. 뜨거운 차는 분자들이 매우 심하게 동요하는 상태다.

볼츠만의 연구에서 나온 결론은 당혹스럽다. 결국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세상을 보는 우리 자신의 희미한 시각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자역학 덕분에 얻은 발견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인데, 물리적 변수의 입자성(granularity)과 미결성, 관계적 양상이다. 이 세가지 모두 우리에게 남아 있던 시간에 대한 개념을 최종적으로 무너뜨렸다.

(입자성)
ㅇ 양자역학의 가장 특징적인 성질로 '양자'가 기본적인 입자, 즉 소립자여서 양자론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모든 현상에는 최소 규모가 존재한다. '플랑크 규모(10의 -33승)', '플랑크 시간(10의 -44초)'

모든 과학적 진보는, 세상을 읽는 최고의 문법이 영속성이 아닌 변화의 문법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존재의 문법이 아닌 되어감의 문법이다.

세상을 사건과 과정의 총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세상을 가장 잘 포착하고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법이다......세상은 사물들이 아닌 사건들의 총체이다.

사물과 사건의 차이는 '사물'은 시간 속에서 계속 존재하고, '사건'은 한정된 지속 시간을 갖는 것이다.

양자중력 이론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사물들이 다른 것들과 관련하여 서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세상 사물들이 서로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것뿐이다.

희미함의 두 원천, 즉 양자 비결정성과 물리계가 엄청난 수의 분자들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 모두 시간의 핵심이다.

미래가 아닌 '과거의 흔적만' 있는 이유는 과거의 엔트로피가 낮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를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과거의 엔트로피가 낮았다는 것 뿐이다.

넓은 의미에서 뇌는 과거의 기억을 수집해 지속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 사용하는 매커니즘이다.

[ 자평 ] 100%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

읽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

의도하지 않게 카를로 로벨리 (Carlo Rovelli)교수의 국내 번역본을 대부분 다 읽게 되었다.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모두 재미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그 만큼 교수님이 대중 눈높이 맞출 수 있는 내공이 깊으면서 유연하다는 것일 것이다.

한 분야의 대가가 글재주도 뛰어나기는 드문일일텐데 행운을 타고 나신 것 같다.

이 분의 주력분야인 양자고리이론에 대한 책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저 재미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