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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연결 ]
침묵이 그에게 모욕으로 느껴지기 전에 내가 재빨리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업어. 지워질 거야. 네가 못하면 조디 양한테 갖다 주면 돼."
상대가 자기가 만든 물건을, 그리고 자기가 상대가 만든 물건을 사적인 보물로 삼는 일이 어떻게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앨범 제목은 <송스 애프터 다크>로 주디 브릿지워터가 부른 것이었다.
침묵이 그에게 모욕으로 느껴지기 전에 내가 재빨리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업어. 지워질 거야. 네가 못하면 조디 양한테 갖다 주면 돼."
상대가 자기가 만든 물건을, 그리고 자기가 상대가 만든 물건을 사적인 보물로 삼는 일이 어떻게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앨범 제목은 <송스 애프터 다크>로 주디 브릿지워터가 부른 것이었다.
당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혹시 귀중한 뭔가를 잃어버렸다 해도, 애써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해도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 어른이 되어 자유롭게 전국을 여행할 수 있을 때 노퍼크에 가서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여기고 위한을 삼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그 테이프를 그렇게 특별하게 여긴 것은 거기에 수록된 노래 때문이었다. 셋째 트랙에 담긴 그 노래의 제목은 <네버 렛 미 고> 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딘가에 우리 자신의 한 부분이, 주변 세상을 겁내고(그것 때문에 우리 자신을 얼마나 경멸했던가) 서로에게 집착하던 우리의 모습이 그런 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정도는 다르지만 자기가 복제되어 나온 근원자를 보게 되면 진짜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앞으로의 삶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 우리가 우리를 만든 신, 그토록 전지전능하고 사랑이 넘친다는 그 신, 을 만났다면 또한 이렇게 될까?
---> 만든 자는 만든 것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고 있을까? 알고 있는 것이 가능한가?
선생님은 로이한테 그림이나 시 같은 건 '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고 했어. '영혼을 드러낸다'고 말이야.
"모든 게 이젠 너무 늦어 버렸어." 나는 또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어리석은 일이야. 저런 사무실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것만큼 어리석다고. 우리는 이제 그 너머로 와 버렸어."
마담이 갑자기 말허리를 잘랐다. "왜냐하면 작품이란 그걸 만든이의 내적 자아를 드러내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나? 너희의 작품이 너희의 '영혼'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그런 다음 그녀는 다시 불쑥 내게로 몸을 돌리고는 물었다. "내가 너무 깊이 들어갔나?"
"우리가 너희 작품을 걷어 온 건 거기에 너희의 영혼이 드러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좀 더 세련되게 말하자면 그걸로 너희한테도 영혼이라는 게 있음이 증명되기 때문이란 말이다."
그 날 춤을 추는 너에게서 내가 본 건 좀 다른 것였다. 나는 빠르게 다가오는 신세계를 보았지. 과거의 질병에 대한 더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그래, 더 많은 치료법을 말이야. 맞아. 거칠고 잔인한 세상이지. 나는 어린 소녀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과거의 세계,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자기도 잘 알고 있는 과거의 세계를 가슴에 안고 있는 걸 보았어. 그걸 가슴에 안고 그 애는 결코 자기를 보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어. 나는 그 장면을 바로 그렇게 본 거란다.
어딘가에 있는, 물살이 정말이지 빠른 강이 줄곧 떠올라. 그 물 속에서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서로 부등켜안지만 결국은 어쩔 수 없어. 물살이 너무 강하거든. 그들을 서로 잡았던 손을 놓고 뿔뿔히 흩어지게 되는 거야. 우리가 바로 그런 것 같아. 부끄러운 일이야. 캐시. 우린 평생 서로 사랑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영원히 함께 할 순 없어.
------------------------ 옮긴이의 말 ------------------------------------
마거드 애트우드는 이 작품 <나를 보내지 마>가 모든 이들의 구미에 맞는 작품은 아니라고 적절히 지적했다.
"주인공들은 전혀 영웅적이지 않고 결말은 불편하다. 그럼에도 어려운 주제를 장인의 솜씨로 눈부시게 벼려 낸 이 책을 덮으며 독자는 어두운 유리를 통해 바라본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뉘앙스와 미묘함을 표현하는 데 최고"라는 평가(<가디언>)에 걸맞게 눌러쓴 흔적도 꿰맨 흔적도 보이지 않는 이 작품은, 모든 대작은 젊을 때 쓰여진다는 우려 아닌 우려를 불식시키는 완숙함을 자랑한다.
작품의 원제 '네버 렛 미 고'는 흘러간 팝송의 제목이면서 사태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곧 한없이 '인간적인' 캐시의 관점과 '마담'으로 대표되는 냉철한 '일반인'의 시선이 교차되는 지점을 보여 준다. 캐시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그 노래에 투사하고 있다면, 마담은 그 몸짓을 과학이 약속하는 질병 없는 신세계에 대한 속절없는 저항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근원에 닿지 못하는 얄팍한 연민의 한계를 드러낸다.
아마도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 한 마디를 내밷는다. "이 모든 게 정말이지 수치스러운 일이야." 슬프되 감상에 빠지지 않는 이 통찰이 다름 아닌 토미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은,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한 작가의 입장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은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아일랜드>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같은 디스토피아적 작품과는 달리 깊은 문학적 울림을 갖고 삶과 인간을 향수하고 사랑하고 성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리하여 사색의 결을 살린 특유의 문체에 담긴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유년'의 보편적인 정서, 그리고 우정과 애정의 미묘한 엇갈림,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나직하게 읊조리며 감정의 골목골목을 찬찬히 답파하는 그의 문장은 '그랬다'와 '그랬을 수도 있다'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독자에게 환기해 주는, 요컨대 뉘앙스에 주목하는 섬세한 어떤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사건이나 정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정황에 관계하는 심리의 결을 고운 붓질로 드러내고자 한다.
[ 자평 ] 얇은 물 속에 거대한 슬픈 모비딕이 아주 조용하고 천천히 움직이는 감동....
어느 팝캐스트를 듣다가 번역자인 김남주님이 마음에 들어서 찾아 읽었다.
특히 역자의 목소리가 맘에 들었다.....목소리에서 성품이 좋게 느껴지는.....
책 뒷면에 있는 문장이 너무 멋지다..
'나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냉철한 인간들의 세상에서 한없이 '인간적'인 이들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가 애절한 울림을 전한다.
---> 책 뒷면이 너무 많은 내용을 알려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스포일러 수준이 아닌지?
이 책에는 '격랑'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격랑'을 표현하는 상식적인 문장이 없다.
문장과 스토리는 내내 조용하고 잔잔하다.....
특이한 것은 이 소설이 주인공 한 사람의 '기억'에 기반하여 쓰여 졌다는 것이다.
사건과 사실 등 모든 것을 객관적인 기술이 아니라 주인공의 기억에 의하여 기술한다.
맞는 것 같다.
우리는 너의 시각, 제 3자의 시각, 나아가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것으로 삶을 대면할 방법이 없다.
조용한 것이 크게 울릴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또한 알게 된다....
문장을 이렇게도 쓰는 분이 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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