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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 ]

나는 절규하는 침묵은 어떤 말로도 달랠 수 없다는 걸 아직 알지 못한다.

언젠가 아버지 서점의 한 단골이, 읽는 이의 심장까지 길을 내서 다가온 첫 책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는 대상은 거의 없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크리스털 같아서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었다간 말들이 산산히 부서져벌릴 것만 같았다.

역사를 잘 읽을 줄 아는 그는 앞날이 조간신문보다는 거리와 공장 그리고 병영에서 더 분명하게 읽힌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독서의 즐거움, 영혼을 향해 열린 공간들을 탐험하는 즐거움, 허구의 이야기와 언어가 지는 신비로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상상력에 자신을 내맡기는 즐거움을 몰랐었어. 이 모든 것이 그 소설과 함께 태어났지.

너한테 그 내용을 이야기해 줄 수 는 있겠지만 그럼 그건 성당을 꼭대기가 뾰족한 돌무더기로 묘사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거야.
---> 맞는 말이다. 이래서 소설을 요약하거나 소설에 대해서 길잡이 해 주는 좋은 책들이지만 이런 책들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유년기의 함정 중 하나는 무엇인가를 느끼기 위해 그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클라라를 증오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진정한 증오는 세월을 통해 습득하는 하나의 기술이었다.

사람들은 마치 인생이 충분히 복잡하지 않다는 듯이 자기 삶을 복잡하게 만들려는 경향이 있단다.

여자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 프로이트도 그렇고, 심지어 여자들 자신도 그렇지. 하지만 이건 전기 같은 거라서 어떤 원리로 손가락을 찌릿하게 만드는건지 몰라도 된단다.

민달팽이도 이미 홍적세에 극복한 어리석은 상태로 돌아가는 데는 서너 세대도 안 걸릴 거다.
이 세상은 신문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원자폭탄으로 멸망하는 게 아니라 웃음, 시시함, 모든 것에 대한 농담, 형편없는 농담으로 망할 테지.

난 그걸 매일같이 학교에서 봐요. 하느님 맙소사.....원숭이가 교실에 들어온 거죠. 장담하는데, 다윈은 몽상가였어요. 다윈의 진화도 없고 니체의 초인도 없어요. 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한 명의 학생을 위해 아홉 마리의 오랑우탄과 싸워야 하니까요.

누군가 그가 살아 있길 바란다는 걸, 그를 기억한다는 걸 알았더라면 좋아했을 텐데요. 그는 종종 누군가 우리를 기억하는 한 우리는 존재한다고 말했거든요.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생각해 보려고 가던 길을 멈춰 섰다면, 그땐 이미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가끔은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 더 자유롭다고 느끼거든, 왜 그럴까?

아마도 모르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때문일거야.

저주받은 책에 대한, 그 책을 쓴 사람에 대한 이야기, 소설을 불태우려고 소설 밖으로 나온 인물에 대한 이야기고, 배신과 사라진 우정에 대한 이야기지. 사랑과 증오의 이야기고, 바람의 그림자에 사는 꿈들의 이야기이기도 해.

좋은 아버지?
머리와 가슴과 영혼이 있는 남자. 자식의 말을 경청할 줄 알고, 자식을 이끌어주면서도 동시에 존중할 줄 아는 남자, 하지만 자기 결점을 자식한테서 보상받으려 하지 않는 남자. 자식이 그저 아버지라서 좋아해주는 남자 말고, 인간 됨됨이 때문에 존경하는 남자, 아이가 닮고 싶어하는 남자 말이야.

진정한 사람이 있다면,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지껄이고 다니지도 않는 사람, 느껴지도 증명되는 사랑이 있다면......

나이가 들면서 때로 중요한 건 무엇을 주느냐가 아니고 무엇을 양보하느냐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삶은 서너 가지 이유 때문에 살 만한 거고, 나머지는 들판의 비료 같은 거야.

여자란 바벨탑이자 미로지.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면, 넌 지게 돼. 이 말을 기억해.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정신, 사랑을 갈구하는 유혹자의 코드지.

내가 하려던 말은 말이야. 사랑은 돼지 가공육 같다는 거야. 등심도 있고 소시지도 있지. 모두 나름의 자리와 기능이 있다는 거야.

가난한 이들의 해코지를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로 하여금 부자들을 본받고 싶게 만드는 거지. 그것이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독인데......

나는 우연한 일을 없다고 생각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모든 일의 밑바닥에는 비밀스러운 계획이 있는 법이지.

모자라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고, 겁쟁이들은 침묵하며, 현명한 이들은 이야기를 듣지.

기다림은 영혼의 녹이야...

여자를 신뢰하는 것과 여자가 한 말을 믿는 건 별개란다.

네가 자책하는 걸 보니까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래. 누구라도 네가 힘들 거라고 말할 거야. 넌 잘못한 거 없어. 스스로를 질책하지 않아도 인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운 거야.

나는 곧 가장 좋은 건 물 흘러가듯 내버려두는 거라고 마음을 굳혔다. 시간이 지나면 강물이 피를 다 씻어줄 것이었다.

언어보다 더 지독한 감옥이 있다더군

돈 버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면서 버는 게 어렵지.

인생에서 진정한 사랑한 한 번 뿐이다. 훌리안, 비록 그걸 깨닫지 못한다 해도 말이야.

우리 대부분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이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걸 보는 행운 혹은 불행을 겪지.

누구보다도 고통과 죽음의 흔적, 그 모든 불행을 일으키는 자를 증오하고 있었지. 바로 그 자신을 말이야.

당신네 여자들은 마음의 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지요. 바보 같은 소리는 덜 듣고...
그래서 여자들이 더 오래 사는 것일 테지.

하지만 실제로 그를 죽이는 건 고독이에요. 추억이 총알보다 더 나쁘지요.

우리 생명은 주께서 주셨지만 세상의 주인은 악마라오....

우리가 보았던 것, 우리가 했던 것, 우리가 스스로와 다른 이들에 대해서 배웠던 것은 환상이라고, 지나가는 악몽이라고 열심히 우리를 설득하지. 전쟁은 추억이 없어.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이 남지 않을 때까지, 우리가 전쟁을 인정하지 않아. 그것이 다른 얼굴, 다른 이름으로 돌아와 예전에 남기고 간 것들을 먹어치우는 순간이 올때까지, 전쟁을 이해하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지.

당시에 나는 살아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영웅, 자기 곁에 쓰러진 모든 이들이 결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영웅보다 더 무서운 건 없다는 걸 배웠어.
--> 2020년 돌아 가신 이 분 논쟁이 생각났다.....정말 살벌하게 맞는 문장이다...
--> 승리자, 생존자 중심의 역사관일 수 밖에 없는 문제는 오래된 일이다.
--> 나는 우리 역사상 가장 크고 긴 피해자는 정도전선생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은 공허할수록 더 빨리 지나가. 의미 없는 삶들은 역에 서지 않는 기차처럼 우리를 곧장 지나쳐 가버리는 법이거든.

우연은 운명의 상처라고 쓴 적이 있어. 우연이란 없는 거야. 다니엘, 우리는 우리 무의식적 욕망의 꼭두각시 일 뿐이지.

이야기란 작가가 다른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라고 말했던 적이 있지.

시간은 내게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가르쳐주었지만 그 희망을 지나치게 믿지 않는 법도 가르쳐주었어.
희망은 잔인하고 헛되고 양심이 없으니까.
--> 내가 약간 그런 것 같다. 이런 책들에 더 끌리는 걸 보면 '행복한 비관론자'인 것 같다.

--> 이런 책에만 완전히 끌리는 난관론자는 못 되는 듯...

누군가 우리를 기억하는 한, 우리는 계속 살아 있는 거라는...

사진 속에서 사춘기의 훌리안과 페네로페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 달아나버린 삶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걸 아는 남자들 - 늙어가는 것에 대해 아무도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서글픔으로..

아니, 우리 모두가 창녀지, 결국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독서라는 예술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그것은 내밀한 의식이라고, 책은 우리가 이미 우리 안에 지니고 있는 것만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독서할 때 우리는 정신과 영혼을 건다고, 위대한 독서가들은 날마다 더 드물어져가고 있다고.
---> 맞는 것 같다. 내가 출퇴근하는 왕복 3시간 지하철 안이나 카페를 보면....


[ 자평 ] 읽다. 감동하다. 발췌하다. 소장하다.

책 속에 나오는 책인 <바람의 그림자>에 대한 이 책의 제목은 <바람의 그림자>다.
국내에는 2005년 출간되었는데 당시에는 모르고 있다가 국내 출판사가
2020년 6월 55세를 일기로 타계한 작가를 추모하며 2020년 8월 '합본 특별판'으로 재발간하면서
홍보를 한 문구가 눈에 띄워서 읽게 되었다.

내 눈을 끈 홍보 문구는...
'스페인 최고의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대표작이자 <돈키호테>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스페인어 소설' 이었다.

홍보 문구만 보고 드는 두 가지 궁금증이 있었다.

궁금증 하나.....스페인 최고의 작가?
내가 (아는 한/읽은 한) 스페인어로 쓰인 최고의 책은 '돈키호테'와 '백년 동안의 고독'이다.
(물론 나는 한국어로 읽었기 때문에 스페인어, 독일어, 영어 등 무슨 언어로 쓰였건 아무 상관은 없지만...)
(또한 스페인 작가가 쓴 책은 사람이름, 거리이름 등을 별도로 정리해 놓지 않으면 진도를 나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길래? 이런 작가의 이런 작품과 비교될까?

궁금증 둘....저 책들 얼마나 팔렸을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위키피디아 많이 팔린 책 목록 + 기타 기사 참고)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가 쓴 최초의 근대소설로 1605년 출간 후 약 1억부 ~ (어느 자료는 5억부) 이상 판매로 추정
'백년 동안의 고독'은 1967년 출간 후 약 3,000만 부 ~ 5,000만 부 정도로 추정
'바람의 그림자'는 2001년 출간된 후 약 1,5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역자는 번역을 하면서 이 책에서 받은 느낌을 이 책이 어느 인물한 이야기로 인용한다.
딱 맞는 문장이다. 책 자체에 대한 느낌을 책에서 기술하다니.....기가막힌 배치다.

또한 역자는 이 책에는 사랑과 우정, 증오, 복수, 유머, 부재와 상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과 보편적인 요소들이 함축되어 있다고 했다..

동의하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운명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아이러니와 인간 개개인 그리고 소수가 손을 잡은 그에 대한 슬픈 반항'이었다.

과거의 가족인 '홀리안 카락스 - 페넬로페 알다야 - 다비다 알다야'가
현재의 가족인 '다니엘 셈페레 - 베아트리스 아길라르 - 훌라인'과 어떻게 운명적이로 엮기는 지를 다니엘을 중심으로 놓고 추리소설처럼 매 장, 매 문장을 긴장감 있게 풀어 내고 있다.

이 폭풍의 핵들을 둘러싸고 가슴 아픈 우정과 연대의 손길인 '미켈 몰리네르 - 누리안 몽포르트'와 '페르민- 베르나르다' 등을 따뜻하고 슬프게 배치했다.

역자는 또한 말한다.
스페인어로 쓰인 명작인 <돈키호테>와 <백년 동안의 고독>의 첫 문장은 모두 '기억하다'라는 동사로 시작한다고.
이 책 <바람의 그림자>도 그렇다고......

어쩜 이런 것을 다 찾아냈을까? 너무 신기하여 정말 그런가, 책장에 있는 책들을 다시 꺼내 보았다.

(돈키호테 본문의 첫 페이지, 안영옥교수 번역/열린책들)

(백년동안의 고독의 첫 페이지, 안정효번역/문학사상사)

(바람의 그림자의 첫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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